사바이 인도차이나 - 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
정숙영 지음 / 부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 다행이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어 주어서. "



한 땐 나도 책을 좋아하고 공상을 좋아하고 사진과 여행을 좋아하기에 여행하며 사진찍고 공상하며 내가 좋아하는 책까지 낼 수 있는 여행작가가 해보고 싶던때가 있었다. 물론 그건 그저 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바로 고이고 접어두고 대리만족으로 여행에세이에 무한 애정을 쏟고있는 상태이다.
정숙영작가야말로 내가 그리던 이상향이다. 본인의 속사정이야 어찌 되었던간에.. 번역일을하며 여행을위해 돈을벌고, 좋아하는 여행을하며 글을쓰며, 작가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고, 이 작가가 쓴 책은 재미있어라며 신용해주는 팬들도 있으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노플랜 사차원 유럽여행으로 정숙영작가를 알게 되었다.
주변의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의 입소문과 추천으로 책을 구입하게되고 종종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유쾌한 그녀의 입담에 즐거워한 지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2008년 죽도록 더운 여름을 간신히 보냈건만 2009년 여름의 초입 뉴스에서는 '올해도 작년만큼 더울 예정입니다'라는 끔찍한 소식을 내 뱉어 준다.
안그래도 일년반이나 여행을 못해 "살아 있다는 실감이 나질 않아"라고 생각하던 그 때, 고민 끝에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먹고사니즘에 굴복하지 않으며 여행 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작업을 위한 여행이다.


포기의 아유들은 때론 대안을 만들어 내는 데 굉장히 좋은 단서가 되곤 한다. 내가 여행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시간'과 '돈'이었다.
내 형편에 몇 달씩 돈을 안 벌고 비워 둘 수가 없다는 것.
그럼 답은 하나다. 안 비워두면 된다. 돈을 벌면 되는 거다. 어떻게? 일 싸 짊어지고 나가면 되는 거다. - 19P






사바이 인도차이나-어느 글쟁이의 생계형 배낭여행
제목에서도 보이는 것 처럼 그녀는 여행은 가고싶은데 일은 해야하고 일은 해야하는데 여행이 가고싶어 들썩이는 마음에 이리저리 궁리끝에 일감을 싸들고 무작정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사람 일이 계획한데로 돌어가지만은 않는것이..
기분 좋게 출발 했건만 비행기에선 난기류를 만나 놀이공원의 디스코팡팡처럼 통통 튀고 도착해 탄 택시는 세배가 넘게 바가지를씌우며 찾아가는 호텔은 그 쉬운 방콕주소에서도 세상에 없을법한 주소!!
이래저래 고생하다보니 머릿속엔 불길한 나쁜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결국 부티나는 커플의 도움으로 무사히 호텔은 찾았지만 피곤하고 힘든것에 비해 첫날 밤 쉽사리 잠이 오지 않는다..
정말이지... 내가 직접 여행한것도 아닌데... 방콕,베트남,라오스같은곳은 단 한번도 가본적도 없고 갈 생각을 해 본적도 없었는데..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이 공감대는 무엇이며.. 타지에서의 열받고 짜증남과 불안감마저도 유쾌함으로 표현해내는 글솜씨에 깜짝놀랐다.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마흔을 맞을 수 없다.'는생각이 들더라. 그 생각이 드니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 36P


스무 살까지는 몸이 자라고, 서른 살까지는 꿈이 자라며, 마흔 살까지는 인격이 자란다. 즉, 대충 마흔까지는 '사람됨'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가 성장을 마친다. 그래서 옛말에는 '불혹不惑', 즉 흔들림이 없는 나이라고 했다. - 37P

이십대 중반부터 삼십대 초반까지, 그러니까 이제 막 경력을 쌓기 시작한 나이의 한국 사람들이 장기 배낭여행이라는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작업과 단절해야 한다는 것. 아, 선생님들 빼고. 그리고 그렇게 여행을 떠난 후 많은 사람들이 여행 후의 앞날에 대해 고민한다. 인생의 기나긴 시간에 비하면 하염없이 짧은 날의 달콤함에 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사뭇 무섭다고들 한다. - 101P


입밖으로 말을 하지 않고 표현을 아껴서 그렇지 사람들은 모두 때가 되면 비슷한시기에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지금 내가 하는생각을 그녀도 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가 고민하며 거쳤던 시기를 그녀도 겪고 있었다.
덕분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달까..? 아.. 나만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아니구나... 좀더 생각하고 좀 더 즐겨보자!!



좋은 것만 말하는것은 여행의 참맛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것이다.
그녀는 그 곳에서 생활하며 겪은일들을 생각한것을 거침 없아 쏟아 낸다. 속 시원히!! 아~ 후련해!!!!


400페이지가 넘는 노란색의 호감 넘치는 이 책은 그녀의 체험담을따라 가며 웃다보니 어느새 마지막이 다가왔다.
그녀가 외국에서 채험한것들에 공감대가 커졌고 나를 대입시켜 신나게 놀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책을 다 읽은 이 순간.. 나는 그녀가 너무나도 부럽다..
내가 무언가를 보며 느끼며 행복하다고 생각한적이 많던가..??
그녀는 그 곳에서 행복했다.
비록 마감에 쫓기고있지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것 같았다. 

 



* 인도차이나를 여행하기 위해 검색하는 분이시라면.. 아마 이 책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여느 여행책처럼 어딜가려면 어찌해야하고, 이 곳에서는 이게 유명하고 따위는 들어있지 않다.
그저 작가가 경험하고 생각한것을 엮은 에세이 일뿐.
하지만 그 곳을 그저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행 전 미리 어떤 느낌일지 알고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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