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지상에서 보낸 딸과의 마지막 시간
김효선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이렇게.. 머리가 아플 정도로 펑펑 울어 본 적이 언제였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와는 먼 이야기 일 것이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 했던 일이,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힘들고 괴로울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 다면... 그것 만큼 가슴 아프고 힘들고 속상한 것은 없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찾아온 이 백혈병이란 무서운 놈이 사랑하고도 마지않는 딸을 덮쳐왔다.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할 수 밖에없고, 점점 더 야휘고 아파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 보아야 하는 부모의 마음을.. 말로 다 표현 할 수 있을까..?
뒤늦게야 생각나는 딸아이에게 나타난 이상징후들.. 그게 왜 이제야 연관이 되어 보이고 이상했다고 느껴지는 것일까.. 지금까지 난(역자) 뭘 했던 것일까라는 자책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고 2라는 너무나도 아름다울 그 나이의 서연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
서연이 아프고나서 소식을 듣고 달려와 준 사람들에게서 들은 서연의 이야기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서연은 그간 친구들에게, 선생님에게, 주변사람들에게 너무나 좋은 아이로, 남을 돕고 위로하는데 성심 성의를 다 하면서도 자신의 위치에서 똑부러지는 성적을 거두는 그런 아이였던 것이다. 여느 어른들 보다도 더 어른스러운 착한 아이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사람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지 않고 멀쩡할 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고, 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갖고 싶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온갖 욕심이 다 생기더니, 재발이 된 걸 확인하는 순간 모든 게 다 의미가 없어지고, 내가 지금 이걸 해서 뭘 하나 싶고, 한순간에 모든 걸 내려놓게 된다.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마음에서, 단 하루 사이에 모든 용기를 잃고, 작은 고통에도 그저 하루라도 빨리 편하게 하늘나라에 가기만을 소망하게 된 내 모습......
인간은 얼마나 심약하고 간사한 존재인가.
이렇게 아프기 전에, 마음껏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그 당연한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알았어야 했는데. 

2007년 2월 6일. 서연의 일기 중에서

 
   

 

고 2때 발병. 2년 6개월동안 겪은 항암치료와 자가이식, 타인이식 그리고 두번의 재발..... 짧지만.. 누구보다도 깊은 삶을 살고 간 서연.
순간순간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에 울컥 하며 눈물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혹시라도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 이 책을 보게 된다면.. 같은 상처를 위안삼고, 위로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서연을 잃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 글을 쓴 이유도 아마 그런 것 이리라.. 부디 가슴 깊은 곳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기를..
내가 이 책을 보고 있을 때에도, 일을 하며 피곤하다고 투정 부릴 때에도 세상 어딘 가에선 아마 생명을 다투고.. 오늘을, 내일을,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백혈병이 완치 되는 날 그간의 기록을 모두 모아 책을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던 그녀의 목표는 결국 딸을 보내고 같은 경험을 한,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간의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 책을 발간 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아마도 그녀의 마음을 주변 사람들은 이미 다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알 것 같을 뿐. 딸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그 슬픔을 내가 어찌 다 알겠는가.. 하지만 그저 이 책을 보며 함께 슬퍼하고 함께 눈물 흘림으로 그녀의 무거운 마음이, 상처받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내려지기를.. 많은 사람들의 그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도 같은 마음 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마음을 보고 많이 위로 받고, 많은 힘을 받기를...

그래도.. 마음이 아파.. 두 번은 보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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