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미술관
이은 지음 / 노블마인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 인간은 모래사장에 그려진 그림같은 존재야. 바닷물이 밀려오면 순식간에 말끔하게 지워지는 허약하고 허무한 존재. " 

분하다.
아슬아슬 가슴졸이며 끝까지 달려온 내게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을 주는 이은 작가님. 어쩐지.. 분하다 못해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온다.


시간 강사 겸 미술 평론가인 김이오. 그는 미술 평론 신인상을 받고 미술계가 주목하는 인재로 탄탄한 생활을 해 나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들리기 시작한 말도 안되는 이상한 소문들로 인하여 급기야 모든 일이 꼬여 갈 곳을 잃어버렸다. 한번 자리잡은 나쁜 소문으로 뭘 해도 안되는 어려운 생활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1년만 더 노력하자!! 라고 생각하던 차에 아내와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손찌검을 하고 말았다. 그 일로 인해 아내인 수진은 조용히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날 걸려온 수상한 남자의 전화. 아내를 데리고 있단다. 납치. 자신은 예전에 잘나가던 김이오의 평으로 인하여 인생이 망해버렸고, 아내는 희귀병에 걸려 죽고 집은 망하고 아이는 집을 나가 버렸다며 복수를 위하여 말도 안되는 게임을 제안한다. 자신이 내는 문제를 제시간에 말한 장소에 가서 풀어야 한다고 한다. 답을 하지 못하거나,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늦어서 연락을 받지 못한다면 그때는 아내 수진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을 한다. 그때부터 김이오는 핸드폰에 걸려오는 그 남자의 말에 따르며 문제를 풀어가는데...
 

보는 동안 내내 자세한 주변 설명이라던지 이런저런 별다른 설명이 없음에도 꼭 추격 영화를 보는 듯, 영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아내를 살리려면 문제를 풀어야 하며, 경찰엔 절대 연락 하지 말라고 하지만 항상 경찰은 이 일에 끼어들고 결국 일을 그르치는 지경에 이른다. 여러 요소들이 결합해 어쩐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어왔다.
 

여느 추격영화와 같은 전개가 이루어진다. 휙휙 넘어가는 속도감에 심장이 두근두근거린다. 패러디와 표절의 그 복잡미묘함을 이야기 하며 정신없이 미술작품에 대하여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이 속에 나오는 모든 미술품들은 책 속에 그림이 삽입되어 때때로 적절하게 튀어나와 보는 재미까지 준다.
 

   
 

예술에 대한 시각과 세상을 보는 나의 태도가 잘못되어 있다며  그것을 바로잡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정확히 뭘 하려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미술관에 가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 한 것으로 볼 때 미술 작품과 관련된 일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었다.                                                                               -28p

 
   

 

사실.. 일본 문학이 자리잡고 있는 요즘. 나 역시도 최근 일본 문학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었다.. '일본 고단샤 선정 아시아 대표 추리작가' 라는 문구에 어떤 작가이기에... 어떤 소설이기에.. 하는 마음에 이 책을 보게 된 것인데.. 우리나라 작가이고 배경이 우리나라인 만큼 홍대나 상암등등의 익숙한 지명과 이름 문체에서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에도 그저 웃을 수 있었고 불필요한 것을 싹 뺀 깔끔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작가의 코멘트가 한마디도 없다.
어디에도 작가의 글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찌하여 이런 전개가 이루어졌는가... 작가의 손으로 입으로 듣고 싶었는데... 
다 보고 난 후 느껴지는 아앗- 이것 때문이구나!! 하는 스포가 마구마구 담긴 글을담아 그 느낌에  확신을 주기를 바랬는데...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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