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두근거리는 마음에 쉽사리 뒷 장을 넘기기가 어려웠던것 같다.

이런 부류(추리, 미스터리, 스릴러)의 책을 볼 때엔 항상 읽는 도중 결말이 어찌 될지 혹은 범인은 누구일지 등을 즈레 짐작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책은 절대적으로 뒤에 어떤일이 올 지에 대한 생각을 차단시켜 버렸었다. 아니 못하게 만들었달까.. 아무래도 상상하기가 무서웠달까.. 이야기는 잔잔하게 이어지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읽기 시작하면 조용히 숨죽이며 지켜봐야 할 진행에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숨을 멈추며 읽어나간 것 같다.

  미네코야.
  아버지를 책망하지 말아주렴. 아버지는 이 이상의 굴욕, 불명예를 참을 수가 없다.

  유서 있는 츠바키 가문의 이름도 이것이 폭로되면 수렁에 빠지고 만다.  

  아아,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아버지는 아무래도 그날까지 살아 있을 수가 없다.

  미네코야, 아버지를 용서해라.



1947년 10명을 독살하고 보석을 강탈한 전대미문의 천은당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의 강력한 용의자로 언급된 인물은 츠바키 전 자작이다. 그는 오랜 줄다리기 끝에 결국 알리바이를 대고 혐의를 벗지만 위의 유서를 딸에게 남기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목을 매고 자살을한다. 아버지의 자살에 의문을 느낀 츠바키 전 자작의 딸 미네코는 긴다이치 코스케를 찾아가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하여 의뢰 하지만 그가 알아보는 도중 살인사건이 차례 차례 터지고 사건이 일어날 때 마다 츠바키 전 자작이 마지막으로 낸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라는 곡이 울려 퍼진다.


실제 이 책이 출간된 시기가 아주 오래 전 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시대적 배경이 아니라면 별로 시대차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작가는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제국은행 사건'을 모티브로 이 책을 써 냈다고 하는데 이 사건이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은행 폐점 직후 방역반의 흰 완장을 착용한 중년 남성이 이 은행으로 들어와 명함을 내밀며 "근처 주택에 이질이 발생했으니 연합국 총사령부가 은행을 소독하러 오기 전에 이 약을 복용하라"며 자신이 약을 먹는 방법을 보여주며 단숨에 삼키게 해 16명에게 독을 먹이고 그 중 12명이 사망하고 18만엔의 현금과 수표를 도난당했다고 한다. 이 범인은 현재까지도 잡히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사건을  책 속 천은당 사건으로 표현하고 그 몇달 후 일률적으로 터지는 살인사건하며 아무렇지 않은 듯 결말로 점차 다가가는 진행방식이 집중해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 짐승이었죠. 그놈은 수치란 걸 전혀 모르는 동물이었어요.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그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결말을 보고 난 후엔 사실 다른 추리소설들과는 다르게 뒤통수를 확 때리는 듯한 무언가는 없었지만 가슴을 아프게하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처음엔 긴다이치 코스케 라고 하면 소년탐정 김전일이라는 만화에서 항상 주인공인 김전일이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라고 하던것이 많았기 때문에 그저 아 그의 할아버지가 참 대단한 탐정이구나!! 하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 책을 보니 더벅머리에 난감하거나 흥미로운 상황이 생기면 머리를 사정없이 벅벅긁는 버릇이 있는.. 하지만 눈썰미가 날카롭고 아주 사소한 단서 하나도 절대 흘려 넘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이 외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도 보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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