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잠들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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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 미미 여사인가..라고 생각하며 읽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일단 미야베 미유키라는 타이틀은 일본 미스터리를 몇 번 읽었다 싶은 독자들에게는 신간 소식이 들리면 한 번은 돌아볼 법 한 이름이니 선택하지 않을 수 없죠. 미미 여사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미미 여사의 미스터리 소설을 보고 있으면 숨을 꾹 참고 단숨에 훑어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숨 막히는 긴장감.

아무래도 읽다 보니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현재와는 좀 다른 배경에 의문이 생겨서 확인해보니, 1992년에 일본에서 초판이 출간되었던 작품으로 미미 여사의 대표적인 초기작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에 초판 발행되었다가 이번에 새롭게 옷을 입고 재판된 모양입니다.

 

"저 오픈된 것 같아요. 이런 일은 처음인데."

라이트를 켜도 1미터 앞이 채 보이지 않은 폭우를 퍼붓는 태풍을 뚫고 느릿하게 운전하며 전진하던 잡지사 <<애로>>의 기자 고사카는 태풍의 한복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 펑크가 나서 길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고 1의 이나무라 신지를 만나게 되어 차에 태우게 된다. 그렇게 거센 태풍을 가로지르며 가던 중 무언가를 덜컹하고 타고 넘는 느낌에 차를 세워 힘겹게 확인하니 맨홀 뚜껑이 반달 모양으로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오싹한 기분에 휩싸인 것도 잠시, 근처에서 어린이용 노란 우산을 발견하고 직후에 어린아이를 찾는 남자 어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아이 실종사건이 어영부영 흐르고 일상으로 돌아와 취재를 다녀온 고사카에게 신지가 했던 것은 모두 속임수라는 이야기를 하러 왔다며 오다 나오야가 찾아온다.

사건의 발단은 흡사 나비효과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작은 날갯짓에 어딘가에서는 태풍이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것. 별것 아닌 것 같은 오히려 나도 득보고 남도 득 볼 거라 생각했던 행동 하나가 가져온 파국.

가까이 있거나 손이 닿는 것만으로 상대의 마음이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두 소년이 한 사건을 계기로 만난 잡지 애로의 기자와 얽히며 발생한 사건들로 모두의 운명에 맞서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사실 이 소설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가 우연히 만나 관찰하게 된 능력자 소년들의 이야기가 얽혀 진행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주인공이 아닌 이야기는 관찰자 시점이지만 스토리는 세 줄기인 것 같은 느낌이에요. 소설보다는 기자의 자신의 사연이 섞인 사건 후기글을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고 말이죠. 하여 두근두근 심장 졸깃하게 쪼여가다가도 한 번씩 그때 이 상황에 이랬더라 같은 가벼운 문체로 ~라 카더라 하며 그 순간을 회상하며 넘어가는 듯한 방식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것 같았어요.

- 물질에도 기억이 있어?

- 그럼, 있고말고. 또렷하게 남아 있죠. 주인의 감정이나 기억 같은 게. 그런 장면들이 되살아나요. 기억이란 영상이에요.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아주 또렷하죠.

용은 잠들다 85p

최초 화자와 알게 되었던 아이 신지는 자신의 능력을 '스캔'이라 부르고 혹자는 '사이코메트리' 또는 '투시'라 부르기도 하는 초능력을 가진 소년입니다. 후에 알게 되는 아이 나오야는 그보다 더 강한 능력을 지니고 있죠. 이 능력으로 인한 이 아이들의 감정들이 본인 혹은 제3자를 통해 그렇대요.라며 전달되는데 이야기에서 시간이 지나며 들려오는 정보들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포인트가 있었네요. 음.. 분야는 다르지만 예를들어 천재소리를 듣지만 남들 눈에는 저게 뭐하는 짓이야.. 하는 시선으로 보일정도의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그에 준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죠.

아, 읽으면서 조금 갸웃한 것이, 원서에도 그렇게 쓰인 거겠지만 나이가 두 배는 차이 날 법한 소년과 기자가 대화할 때 아니 꼭 그게 아니더라도 대화 시에 우리나라가 유독 유별나게 언어에 쓰이는 존대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상대에게 이야기하는 시점에 존대로 시작해서 반말로 끝나는 문장이 태반인데다 말이 반 토막이라... 근데 다른 사람들의 대화에서도 존대였다가 반말이었다가 마무리는 존대가 되는 이상한 대화들이 다수라서 그에 혼돈이 왔습니다. 거기다 오탈자가 수시로 툭툭 튀어나와서... 문장,문단의 이상함보다 오탈자를 싫어하는 저는... (말잇못...)

제목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가지고 가고 있었는데 후반부에 가서 희미하게 짐작했던 것에 확신을 갖게 되었네요. 거기다 맨 뒤 역자의 옮긴 말에서 언급해주어서 꽉 닫힌 의문의 해답이 되었어요. 시대적인 배경의 이질감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묘사로 미스터리의 긴장감을 끌고 가는 미미 여사의 견인 실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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