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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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즈음 뮤지컬로 알게 되었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이 위즈덤에서 비주얼 클래식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는 인ㄷ고에서 출간되는 고전문학 시리즈나 위즈덤의 비주얼 클래식 같은 삽화가 들어간 고전 책들은 무조건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러니까 궁금했던 도리언 그레이가 비주얼 클래식으로 나왔으니 저는 무조건 보는 겁니다. 삽화가 너무 기대되잖아요?!




이 그림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유월의 오늘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 거예요...... 아, 그와 정 반대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 남아있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할 거예요! 그래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바칠 거예요! -58p


화가 바질은 청년 도리안 그레이에게 초상화를 그려준다. 바질은 초상화에 열정과 예술혼을 쏟아부어 최고의 걸작을 탄생 시키고, 도리언은 바질이 그려준 초상화를 보고 자신의 미모에 눈을 뜨게 된다. 바질의 친구인 언변과 지성을 소유한 헨리는 바질의 그림과 그의 집을 방문했다가 만나 알게 된 그림의 주인공인 도리안을 통해 연구를 시작한다. 

헨리의 영향으로 불멸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이 커진 도리안은 자신의 영혼과 초상화를 맞바꾸며 영원한 아름다움을 갖게 되지만 극단 여배우 시빌 베인과의 연애가 비극으로 끝나고 그를 기점으로 도리안은 점점 타락의 길로 빠진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레이는 처음과 달리 흉측하게 변하고 있는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하게 되고, 헨리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그가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시간이 흐르면서 도리안의 행동에 당혹함을 느끼게 되는데...


초상화 안에는 알 수 없는 운명이 살아 있어요. 초상화는 제 나름의 인생을 살고 있단 말입니다. -238p




자신의 만족 혹은 목표를 위해 쾌락과 욕망에 빠져들고 순수한 얼굴로 죄악을 저지르는 이중적인 모습... 진실을 깨달을 때마다 잘못됨에 그토록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심리적 안정을 위해 자기 정당화를 시키는 모습이 또한 그것들을 반복하면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멀리 가버리는 도리안의 모습이 안타까워야 할지 답답해야 할지 미워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면이 도리안 그레이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인물을 떠올리면 이미지가 흑과 백의 조화이고 선과 악의 공존이었나 봅니다. 

묘하게 희고 어두운... 조화롭게 섞이기 힘든 대비되는 두 가지가 한 번에 떠오르는 도리안 그레이의 그 느낌이 표지와 삽화들에 잘 녹여져 있는 느낌이었달까. 중간중간 책을 읽으며 숨을 돌릴 수 있는 포인트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삽화가 조금 더 많았더라면 이야기를 읽으며 숨을 돌릴 수 있는 횟수를 늘릴 수 있었을 테니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을 많이 했지만 말이죠. 그래도 삽화는 꽤나 만족입니다. 생각하고 떠올리는 인물과 어우러져 거부감이 없었어요.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에 은근슬쩍 달라붙어 기생하는 상식이라는 놈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며 살고 있지만, 사람이 결코 후회하지 않을 단 한 가지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뿐이라는 걸 깨달을 땐 이미 세월이 한참 흐른 뒤랍니다. -89p




이 작품은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독자인 저는 그것이 얼마만큼의 애정인지 그 크기가 상상조차 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가 하고 싶었던, 하고자 했던 말들을 도리안과 헨리에게 이입해 철학적이고도 심오한 말들을 잔뜩 써넣었을까요?




도리언, 자넨 영원히 날 좋아할 거야. 난 자네가 절대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온갖 죄악들을 자네에게 보여줄 테니까 말이야 -162p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단 스토리 자체는 이해하기 쉬웠으나 이게 원작의 이유인지 번역의 이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책 속 인물 헨리가 이야기하는 말에 섞인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욕망 가득한 대화들과 수식어라든지 미사여구 등등 그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문장이 도무지... 생각과 말들의 대부분을 눈으로는 읽지만 머리로 백 퍼센트 이해하며 넘어가지 못했어요.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나비효과와 같은 그의 말들에 어떤 큰 깨달음이 있어서 그토록 신뢰하고 그의 말들을 믿고 맹신하다가 그토록 도리언이 망가져 버리는 것인지. 이해하고 싶었는데 도리언의 파멸만 보았네요. 처음 바질이 말한 대로 도리언이 헨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말이죠.


역시 고전을 읽고 나면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따라가다 보면 머리에 어마어마한 생각들이 쌓여있는 느낌이랄까... 이번에도 역시 다르지 않네요. 

인간의 내면과 외면.. 겉과 속은 같을 수는 없는 것인가. 사람은 항상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 그 후가 되면 매번 잘못을 망각하면서도 저지를 수밖에 없는 동물인 것인가.... 화려한 외면과 추악한 내면 등등등등 소설 하나에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네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역자의 말을 보고 나니 오스카 와일드라는 작가와 이 이야기가 쓰인 배경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덤으로 맨 뒷장의 보너스까지 톡톡히 챙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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