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헤어졌어 문지아이들 173
김양미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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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친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내 인생에서 누군가의 죽음, 그러니까 앞으로“다시 만날 것”을 기약할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린 난 친할머니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오래된 기억을 돌아보자면...

장례식 내내 엄마 몰래 떡이랑 반찬을 주워 먹다가, 할머니를 보내는 발인 날 밤에 단단히 탈이 나버려서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고생했던 것만 떠오른다. 열 살의 나는 이제 할머니가 없는 할머니 집 화장실에서 엄마를 붙잡고 엉엉 울며, “할머니가 죽었는데 맛있는 거 먹었다고 나 벌 받나 봐!!” 외쳤더랬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투병 생활을 하느라 늘 몸이 편찮으셨던 우리 할머니. 그래서 그녀와 특별한 추억이 없는 난, 할머니가 죽었다는데 손녀된 입장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 줄 몰라 조금 어리둥절했던 것 같다. 마냥 슬퍼하기에는 어색하고 싱숭생숭하고, 그렇다고 또 아주 안 슬픈 건 아니었던 여러모로 종잡을 수 없는 이상한 감정!

그것은 비단 열 살의 나에게만 찾아왔던 감정이 아닐 테다. 만남과 시작이 더욱 익숙할 어린이들에게 이별은 너무 낯설고 이상한 게 아닐까. 마치, 어떻게 반응해야 할 줄 모르겠는 처음 맞닥뜨린 괴물 장난감처럼...?



문지아이들에서 출간한 『잘 헤어졌어』는 제목만 봐도 감이 딱! 올 정도로 “이별”에 관한 이야기다. 참고로, 장편동화가 아닌 다섯 편의 단편 동화가 실려 있는 동화집이며 각 단편의 제목들은 아래와 같다.


-「내 친구의 눈」(친구의 눈이 어쨌다고?)

-「그럴 수도 있지, 통과」(뭔데. 뭐가 통과라는 거냐.)

-「누가 토요일을 훔쳐 갔다」(토요일을 어떻게 훔쳐가? 이 집 제목 재밌네)

-「잘 헤어졌어」(그래 이게 표제작이구나)

-「상태 씨와 이사」(상태 씨는 또 누굴까... 읽는 동안에도 거의 마지막까지 궁금증은 계속됨)


사실 어른이 읽어도 뼈저리게 공감되고 와닿는 구절과 대목이 곳곳에 존재하는 동화였다. 읽는 내내 위로받거나 이해받는 기분이 들었다. 문득, 어른들이 왜 동화를 찾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읽어도 좋겠다.



“나는 이제 1년 전에 할머니와 헤어졌다는 걸 안다. 13년 전에 내가 태어났고, 12년 전부터 혼자서 걷게 되고, 올해 초에 중학생이 된 것처럼 나는 1년 전에 내가 13년 동안 알아 왔던 할머니와 헤어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할머니와 새로 만났다.”

-p78 「그럴 수도 있지, 통과」



개인적으로 이 동화집에서 가장 핵심적이며 인상 깊은 문장을 뽑으라면, 나는 78페이지에 실린 위의 대목을 말하고 싶다.

친구와의 이별(「잘 헤어졌어」), 할머니와의 이별(「그럴 수도 있지, 통과」), 오랜 추억이 어린 내가 살던 집과의 이별(「상태 씨와 이사」) 등... 각 이야기들이 여러 이별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그로 인해 가능한 새로운 시작과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슬프다. 어쩌면 어떤 순간에는 아이보다 어른에게 더욱 감당하기 힘든 것이 이별인지도 모른다. 알면 알수록 더 무겁고 아픈 게 이별이니까.

하지만 『잘 헤어졌어』라는 동화집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별’은 마냥 슬픔에 잠기지 않는다. 그 슬픔을 충분히 느끼고 자각하되, 결국은 이별과 그로 인한 슬픔까지 받아들이고 그다음에 있는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야기의 감성과 잘 맞다고 느꼈던 삽화, 따뜻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좋은 동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넘어진 아이에게, 그래서 의기소침해진 아이에게, 다시 걷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았으니까. 삶이란 것은 결국 그런 것 같다. 언제나 끝이 오는 동시에, 슬픔과 기쁨이 끝없이 찾아오는 것. 그러니 언젠가는 다시 일어나 씩씩하게 나아가야 하는 것.

그렇다고 슬픔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인 후에야 새로 시작할 힘과 용기가 생기기도 한다는 걸 이야기해줘서 고마웠다. 마음과 관련된 성장은 어떤 식으로든‘억지로’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당사자 스스로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잘 헤어졌어』는 어린이들에게 성숙하고도 좋은 동화가 되어줄 것 같다.




* 문학과 지성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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