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드 미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편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은 언제나 아직 살지 않은 삶에 치르는 대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이치와 이 여자에 공통되는, 나잇값 못하는 순진무구함에는 이제 슬슬 진력이 난다. 그저 악의가 없다는 걸 빌미로 타인의 영역이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에 함부로 저벅저벅 들어와 마음을 어지럽힌다. 이쪽에서 반격의 칼을 휘두르면, 상대는 그 칼을 받아낼 준비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크게 상처 입고는 피를 철철 흘린다. 왜 내가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나. 사치오는 한시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p.257

‘누가 뭐라고 비난하든 지금 자신에게는 이 확고한 연대가 있다. 그점이 무엇보다 큰 용기를 준다. 그것은 타인의 칭찬과 폄훼에만 신경쓰고 살아온 지난 몇십년 동안에는 얻을 수 없던 감각이었다. 지금 이대로 세상에서 잊혀도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p.258

‘이전의 자신이라면 웃을 테지만, 웃고 싶으면 웃으면 될 일이다. 사치오의 몸 안에서 전에 없이 뜨거운 피가 들끓었다. 지금까지 기누가사 사치오의 인생에서 딱 하나 껴 맞추지 못한 퍼즐 한 조각이 제자리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을 얻은 거지.‘p259

‘‘괜찮아, 신페이. 살아 있으니까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은 거야. 허접한 생각, 입에 담을 수 없는 한심한 생각도. 그러나 생각했다고 해서 그게 다 현실이 되는 건 아니야. 우리는 말이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을 그렇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어. 그러니까 자책하지 않아도 돼. 그래도 자신을 아끼는 사람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지. 깔보거나 비난해서는 안 되는거야. 안 그러면 나처럼 돼. 나처럼 사랑할 사람이 하나도 없는 인생이 되는 거라고. 쉽게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헤어지는 건 순간이야. 그렇지? 그러니까 소중한 것은 꽉 잡는거야. 너희들은 꼭.‘

‘심했죠. 너무 심했어요. 왜 우리는 소중한 것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지. 눈에 보이는 신호를 무시하고, 잡았던 손도 놓아버리고. 언제나 기회를 날려버리죠. 왜 이렇게 맨날 헛발을 디디고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지. 정말 끔찍합니다. 책을 읽어도 돈을 벌어도 전혀 현명해지지를 않으니. 언제까지 이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건지. 이제 넌더리가 납니다. 아주 넌더리가 나요. 정말이지 살아갈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아요.‘ p284

‘아주 잠깐 엿본 당신의 그 문자메시지를, 지금도 종종 떠올려.
이제 사랑하지 않아. 털끝만큼도.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좋았는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었는지, 당신과 헤어지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고,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살아 있는 동안에는 노력이 중요하겠지.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사람은 후회하는 생물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건 어째서일까.‘p323

‘죽음은 남은 사람들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우지. 그 죽음이 어떤 죽음이었는지, 안타까우면 안타까울수록 사람들은 깊게 상처입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삶의 의욕을 빼앗기고, 그 고통은 또 다른 죽음을 부르기도 하지.(...) 그 사람이 있으니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사람‘이 누구에게든 필요해. 살아가기 위해 마음에 두고두고 생각할수 있는 존재가. 그런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군. 타자가 없는 곳에는 인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생은 타자라고. 죽은 당신이 내게 ‘그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드는군. 이미 늦었나.‘ p325

‘사실 문제는 ‘이런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넌더리 남‘을 위악으로 비켜가지 않고 똑바로 마주한 채 자각하고 또 견뎌내는 것이다. 그건 살아갈 기력마저 소진해야 할 만큼 힘겨운 자각이고 견뎌냄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한 인간을 맑게 곧추세우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자각과 견뎌냄을 기꺼이 수용하게 되었을 때, 남자는 울지않을까.p333(해설)

<아주 긴 변명>/니시카와 미와

영화모임 강사님이 소개해주신 책과 영화인데 책을 먼저 읽었다. 주인공 사치오의 아내가 교통사고로 불시에 죽고나서 그가 다시금 그동안의 아내와의 관계를 되짚어가며 그녀의 부재를 통해 그제야 사랑을 깨닫는 그런 내용이다. 예전엔 3년이면 애정이 끝난다하더니 요즘은 3개월이라고 얼마전 고미숙선생님의 강의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부부라고 해서 늘 신체적, 심리적 친밀감을 항상 나누지는 않는다. 일상을 그저 살아가는 일이 아닌 영적 친밀감까지 나눌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끈임없이 내밀한 대화를 해야만 한다. 사랑은 그런 요소를 통해 연결되가며 같은 방향으로 끝까지 함께 흘러갈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만약 내경우라면 나는?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내의 죽음 앞에서 눈물한방울 흘리지 않다가 마지막페이지에서 후회의 울음을 터트린 사치오처럼 되진 않을까 섬뜩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생명의 뿌리를 깨우는 봄비가 종일 내리는 토요일, 보강 수업을 하며 틈틈히 요즘 계속 읽고 있는 장영희교수님의 수필집들에 빠져 든다. 교수님도 누가 쓴 것인지, 원전이 어디인지조차 알수 없지만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는 글이라며 소개해주시는데 읽다가 나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필사를 해두기로 한다.

<가면>

나한테 속지 마세요. 내가 쓰고있는 가면이 나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나는 몇천 개의 가면을 쓰고 그 가면들을 벗기를 두려워한답니다. 무엇무엇하는 ‘척‘하는 것이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죠. 만사가 아무런 문제없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듯,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듯 보이는 것이 내 장기이지요. 침착하고 당당한 멋쟁이로 보이는 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지요. 그렇지만 내게 속지 마세요.

나의 겉모습은 자신만만하고 무서울게 없지만, 그 뒤에 진짜 내가 있습니다. 방황하고, 놀라고, 그리고 외로운...

그러나 나는 이것을 숨깁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입니다. 나는 나의 단점이 드러날까봐 겁이납니다. 그러나 이것을 말할 수는 없어요. 어떻게 당신께 말할수 있겠어요.

나는 두렵습니다. 당신이 나를 받아주고 사랑하지 않을까봐 두렵습니다. 당신이 나를 무시하고 비웃을까봐 두렵습니다. 당신이 나를 비웃는다면 나는 아마 죽고싶을 겁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게 밝혀지고 그로인해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할까봐 겁이 납니다. 그래서 나는 당당함의 가면을 쓰고 필사적인 게임을 하지만, 속으로는 벌벌떠는 작은 아이입니다.

나는 중요하지 않은일에 관해서는 무엇이든 얘기하고 정말 중요한 일에 관해서는 아무말도 안합니다. 하지만 그럴때, 내가 말하는 것에 속지마세요. 잘 듣고 내가 말하지 않는 것,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가 말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것들을 들어주세요.

그렇지만 나는 가면뒤에 숨어있는 것이 싫습니다. 나는 내가 하고있는 게임이 싫습니다. 나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진짜 내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나를 도와줘야 합니다. 내가 절대로 원하지 않는 것 같아 보여도 당신은 내게 손을 내밀어 주어야 합니다. 당신만이 내가 쓰고있는 가면을 벗어 버리게 할 수 있으니까요. 당신이 친절하고 부드럽게 대해주고 나를 격려해 줄 때, 정말로 나를 보듬어 안고 이해해 줄 때, 나는 가면을 벗어 던질 수 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내 속의 진짜 나를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숨어 떨고있는 벽을 허물고 가면을 벗어 던지게 할 수 있는 사람도 당신뿐입니다. 당신은 나를 불안과 열등감, 불확신의 세계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습니다. 그냥 지나가지 말아주세요!

그것은 당신께 쉽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두려움과 가치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회의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당신이 내게 더욱 가까이 올수록 나는 더욱 더 저항해서 싸울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랑과 용납, 관용은 그 어느 벽보다 강합니다.

부드러운 손으로 그 벽들을 무너뜨려 주세요. 내 속에 있는 어린아이는 상처받기 쉽고 여리기 때문입니다. 내 가면을 벗기고 나를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해 주세요.

나는 받아들여지고 사랑받기를 원합니다.
나는 당신이 아주 잘 아는 사람입니다. 나는 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입니다.
나는 바로 당신입니다.
/장영희,<내 생에 단 한번>중에서_

오래전 잡지에서 읽고 복사해서 노트에 끼워두셨던 영어로 씌여진 글이라고 소개하시는데, 그렇게 마음에 두셨던 글이라니 새삼 누구나 다 겉보기랑은 다르게 여린 속사람이 존재하는가보다.

‘불운을 깨울까 무서워 발끝으로 살짝 걸으며 살아갔다.‘

항상 무엇인가 걱정하고 조바심하고, 주저하고 결단하지 못하고 불확신에 차있는, 말한마디에도 상처받을 정도로 마음 여리고, 부끄럼 잘 타고 누가 무슨말을 하든 문자 그대로 믿는 순진함, 게다가 구제 불능의 낭만주의자, 이상주의자, 감상주의자, 실수투성이.... 교수님 스스로 자기를 이렇게 설명하셨지만 마치 내 자신을 들킨 듯 가슴이 뜨끔거렸다. 그녀의 글을 읽어나가며 그렇게 작고 나약한 인간임을 깨달았기에 따뜻한 가슴으로 모든것을 품고 사랑을, 삶을, 희망을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를 지켜내는 힘, 문학

˝어떤 의미에서 문학은 삶의 ‘교통순경‘이다. 교통순경이 차들이 남의 차에 방해되지 않도록 자기 차선을 따라 반칙없이 잘 가고 있는가를 지키듯이, 문학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진정 사람답게, 제대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지킨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부나 권력을 좀더 차지하려는 나쁜 ‘욕심꾸러기‘들이 많지만, 지식과 사랑, 그리고 꿈의 욕심꾸러기가 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책을 많이 읽고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라. 그리고 지식과 사랑의 욕심꾸러기들이 되어라.˝

문학 전도사라 불렸던 고 장영희 교수님의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나오는 글로 교수님의 스승 브루닉 신부님의 말이다. 시, 소설, 에세이, 철학서, 고전등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통해 내가 받은 수혜라면 바로 나를 지켜내는 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때론 스승이었다가 친구였다, 가끔은 연인처럼 외로움도 견디게 해주며 지식, 사랑, 꿈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앞으로도 주욱 그렇게 내 곁을 변함없이 지켜줄 문학이 되리라 믿는다.

장영희교수님의 책을 한권한권 다 읽어나가고 있자니 참으로 따뜻한 감성과 애정이 느껴져 처음 알게된 분이지만 애착이 간다. 장애인으로서 삶이 녹록치 않았을텐데 그녀의 글은 소소한 일상속에 사랑과 희망의 빛으로 가득차 있다. 책과 글로 평생을 동행한 교수님처럼 책과 함께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곳에서 나를 세워가고 삶을 만들어가며 나의 작은 세계를 또다른 세계와 연결하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Lone Wolf” 알프레도 본 코윌스키 작품 .
마크 롤랜즈,<철학자와 늑대>에서 언급했던 그림이다.

영원회귀,
시지프스 신화,
시간의 존재,
순간의 존재....

어려우면서도 놓을 수 없던 책이었다. 끊임없이 묻고 답하고 또 다시 묻고 답하는 저자의 말에 홀리고 무엇보다 저자와 함께 한 늑대 브래닌에게 애정이 생겨 궁금해하며 끝까지 읽게 된 책. 철학적 내공이 부족하여 일독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시간을 두고 한번 더 읽어야겠다.

브래닌이 작가에게 알려준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 대목, 그것은 바닥난 희망 끝에 남겨진 ‘나 자신’이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우리의 담대한 도전뿐이란 것! 오늘도 반복적인 일상이지만 허무를 극복하고 한걸음 나아가본다.

*동물행동학이나 심리학에서 외톨이 늑대(영어: Lone wolf)란, 일반적으로 집단으로 살아가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동물 또는 사람을 의미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