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 - 새로운 명화, 따뜻한 이야기로 나를 안아 주는 그림 에세이
선동기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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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화가의 작품이나 명작으로 회자되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즐거운 일다. 진품만이 가지는 감동의 여운이 쉬이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유명 미술관이나 명작이 온다면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그 작품들을 보러 몰려가는 것도 이 때문일게다. 사진으로만 봤던 작품과는 사뭇 다른 색채와 느낌을 진품은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좋아하는 화가나 작품이 온다면 놓치고 싶지않다.

 

여기 10년 가까이 미술관련 블로그를 운영했던 선동기가 명화를 모아 그림 속 소녀의 웃음이 내 마음에라는 책을 냈다. 교과서나 CF, 전시회에서 볼 수 없었던 작가나 작품들을 모아 놓았다. 그러니 명작이라고 회자되는 작품들은 아닌 작품들을 모아놓은 셈이다. 대략 120여 작품이나 된다. 이 많은 작품들을 삶과 희망의 순간들, 가족 그리고 관계에 관한 고찰, 그리움과 사랑 그 찬란함, 너른 세상 커다란 꿈, 욕망과 슬픔의 아리아, 마음과 쉼에 관하여, 6개의 주제로 나누어 싣고 있다. 한 페이지에는 그림을 한 페이지에는 그림에 관한 설명과 저자의 단상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에 대한 짧은 설명도 빠지지 않고 싣고 있어 어느 정도의 지적 호기심도 만족시켜준다.

 

저자가 선택한 작품들은 서민적이다.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귀족들의 초상화나 귀족들의 성에나 걸릴 법한 작품들은 없다. 저자가 선택한 작품들은 아름다운 서사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 하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기 드 모파상의 단편들을 보는 듯하다. 서정적 설명과 에세이가 덧붙여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서민들의 일상이 가감없이 담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림에 대한 쉽고 간결한 설명 덕에 그림을 보고 울고 웃고 안타까워 하며 같이 가슴 아파하며 그림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데 있다. 전시 도슨트나 도록이 대개 그림에 대한 사조나 기법, 화가의 일생, 그림의 가치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첫 작품으로 실은 알베르트 에델페트의 슬픔이 위와같은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그림에 대한 학술적 관점은 없으며 화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전부다. 그 대신 그림 속 여인이 왜 눈물을 흘리고 있고 남자는 왜 그녀의 손을 잡고 비통해하는지를 들려준다. 시대적 배경과 함께. 혼자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안타까움에 저절로 탄식한다. 6년간의 고생과 희망이 물거품이 되었을때 그들이 겪어야 할 고통과 낙담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슬픔이라는 작품은 의미있고 소중한 작품이 된다.

 

이처럼 저자는 혼자 보면 놓칠 수 있는 것들을 꼭 집어 이야기 한다. 짧은 글인데도 그림을 통해 그림이 그려진 시대와 그곳의 문화와 역사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그림에 대한 아주 짧은 소설을 써내려간다. 그의 소설들을 한참을 읽다보면 독자는 어느새 그의 소설을 각색하고 있다. 그러다 자신감이 조금 붙기 시작하면 스스로 그림을 보고 독작적인 단편이나 에세이를 하나씩 쓰게 된다. 저자의 능력이다. 이 책이 가지는 힘이다.

 

마지막 작품 윌리엄 헨리 마겟슨의 오두막 입구까지 감상하고 다시 작품들을 찬찬히 훑어 볼 때 조제프 파커슨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차가운 바람이 새롭게 다가왔다. 칼날 같은 바람이 빰을 칠까 고개를 숙이고 가로서 걸어가지만 소용없어 보이는 이 그림. 전영택의 화수분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가족을 뒤로 하고 먼저 고개를 넘은 그림 속 아버지는 둘째 형 거부를 도와주러 간 화수분과 오버랩되고 그 뒤를 쫓는 어미와 세 아이들은 엄동설한에 화수분을 찾아 떠난 옥분과 그의 어미를 생각나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림들이 내 마음에 와 닿는다.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대해 사색을 하고 살면서 겪을 여러 상황에 따라 책을 책꽂이에 꽂아 두게 된다. 하나씩 펼쳐보며 위로와 희망을 찾기위해. 그리고 도슨트의 설명을 의지하지 않더라도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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