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별까지 푸른도서관 75
신형건 지음 / 푸른책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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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현하지 못해 혼자만 알고 있는 시

죽으면 함께 사라질 시

평생 가슴에 묻혀 울고 있던 말

옹아리로 죽어 버린 나만의 시

 


시인이거나 아니거나 아이이거나 아니거나 누구에게나 가슴에 묻어 놓은 말들이 있다. 대개의 경우 그 말들은 평생 가슴속에서 울다 옹아리로 죽어버리기가 일쑤일 것이다. 그들이 묻어 버려고 그들이 죽여 버린 그 말들을  찾아 시를 지어 내는 사람들이 시인이 아닐까 싶다.

 

시에서 잔잔한 슬픔이 밀려오고

격한 공감으로 인해 고개를 끄덕이고

잊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고

기막히고 아름다운 표현에 찬탄을 금하지 못하는 것은

태고 적 우리들 안에 있던 이 말들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있어 가능한  것일 게다.

 

그럼에도 너무도 개인적이고 난해한 상징과 어려운 시어로 인해 나의 이야기였고 우리의 이야기였던 시들이 외계의 언어가 되었다. 더 이상 시를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나마 아동문학기(?) 시절에는 동화도 읽고 동시도 읽지만 중학교 입학과 함께 독서에서도 청소년들은 방황을 한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 앞에 규정된 어린이 도서, 청소년 도서 등의 구분이 그것에 일조하고 있는 모른다. 특히 시 부분에서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동시를 훌쩍 뛰어넘으니 방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청소년시집이라는 이름 달고 나온 신형건의 '별에서 별까지'와 김선경의 '뱅뱅'은 의미있는 시집이다. 어린이에게 동시가 있다면 청소년에게는 청소년 시가 있는 것이 당연해야 할 것이다. 동시가 어린이의 정서를 담고 있듯이 청소년 시는 청소년의 정서를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별에서 별까지'는 청소년들의 정서와 성인의 정서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청소년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시를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정은: 소설은 스토리라 읽으면 재미있다. 시에는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재미없다.

영아: 시는 함축적이라 이해하기 힘들다. 시를 읽어도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공감이 가는 시도 있다.

      ​하지만  그때뿐이고 나중에는 기억도 안난다.

희정: 소설은 스토리가 있어 재미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또한 분량이 많아 지식을 비롯해 깨닫게 되는 것이 많다.

       시에도 스토리가 있는 것 같은데 얻는 것이 없다.

시우: 시는 짧은 문장으로 되어 있어 금방 읽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해하기가 힘들다. 너무 짧은 스토리라서 그런 것

          같다. 하나하나 이해해야 하니까 어렵다. 귀찮다.

채원: 시 읽어요. 교과서에 나온 시. 시집이 있으면 읽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한 그들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암송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이쁘다고 말해서란다.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시를 읽고 싶었던 것이다. 누군가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긁어주고 위로해주는 시를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탓하고 지적하는 어른보다 이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시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시들을 만나지 못해 시를 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를 읽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시를 원하는 청소년에게 시인 신형건은 시집 별에서 별까지를 선물하고 있다.

 

의자를 읽은 한 친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쓸쓸한 모습이 슬프다고 말했다. 나도 누군가를 기다려 봤기 때문에 의자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구를 기다렸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공유하지 못했던 비밀을 시에서 발견하고 그 아이는 시가 신기하다고 했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고 인정받는 친구는마음을 읽고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은 언제든지 변하기 때문에 친구 마음도 변하니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주 오래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인은 마음은 알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알고 싶고 잡고 싶어 눈을 보고 손을 잡는다고 했다. 시에서 마음을 알아야 마음을 가질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손이라도 잡아 그 마음을 붙잡고 싶은 간절함이 절절하게 느껴진 나와는 사뭇 다른 시 읽기였다.

 


이정표



왜 이런 이정표는 없나?


네 마음이 쉴 곳

앞으로 3Km



 

'이정표'는 그들 모두가 좋아한 시다. 시가 달다하단다. 힘든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고 위로 받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이정표를 마구 만들어 댔다. 서로의 이정표를 읽으면서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디 아이들뿐이겠는가. 나도 누군가 빈 이정표를 내밀기를 소원하지 않는가.


 

시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시는 더 이상 시인의 것이 아니다. 시를 건네받은 사람의 것이다.

시집 별에서 별까지는 시인이 청소년을 위해 묶었다고 했다시인의 시를 읽은 몇몇 청소년은 시인의 정서와 체험에 자신들의 정서와 체험을 투영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 시인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그들은 많은 시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발견했고 공감했고 또 되새겼다. 시집 '별에서 별까지'는  청소년을 위한 시가 되어 가고 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한 친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져 학원에서 나오자마자 달을 찾는다고 했다. 날마다 달을 보면서 달이 얼마나 예쁜지 알게 되었고, 밤하늘 색깔이 무척 다채롭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또 달이 뜨지 않은 날은 괜히 우울해진다고 했다.

 

갑자기 감수성이 풍부해진 연유로 지금까지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보게 될 이 세상 청소년에게 별에서 별까지는 그들의 비밀 일기장을 열어 줄 열쇠가  될 것이다. 그들이 담게 될 무수한 언어를 발현시키는 마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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