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컬렉션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KBS 천상의컬렉션 제작팀 지음, 탁현규 해설.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천상의 컬렉션, 저자가 보내는 큐피트 화살

 

천상의 컬렉션’, 한 마디로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 본 우리 문화 유산과 우리에게 낯선 우리 문화 유산에 대한 열어놓은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작품을 보면 우리 문화를 사랑하게 된다. 우리는 작품 그러니 소위 우리가 말하는 예술작품 앞에 서면 자신이 왠지 작아진다는 걸 느끼는 되는데 이 책은 예술작품앞에서 개인을 당당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그 작품들을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 예술품에 대한 큐피트의 화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로 예술은 감상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허락한다는 대 전제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천상의 컬렉션을 이미 TV를 통해 접했지만 TV프로그램 특성상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놓친 작품들이 많았고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당부분 휘발 되었던 것도 사실이라 많이 아쉬웠는데 책으로 출간됨으로써 희미해지는 기억을 복기할 수 있고 곱씹을 수 있어 무척이나 행복하다.

 

회화, 공예, 도자, 조각, 전적으로 나눠 5부로 구성하여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예술적인 관점에서는 물론 뒷이야기까지 살뜰하게 전해주고 있다. 우리 문화지만 그간 낯설게 느껴졌다면 왠지 우리 문화보다 서양의 그것들이 더 우수하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진 적이 있었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우리 문화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문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자랑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다.

 

소개된 25개 작품 모두 감동의 흐름이 넘쳐났지만 그래도 뽑으라면 장승업의 붉은 매화와 흰 매화 열 폭 병풍이다. 매난국죽, 사군자를 사랑하고 그렸던 조선 선비들의 매화 그림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우리를 압도되고 만다. 힘차고 자유분방한 붓놀림은 봄기운을 잔뜩 품고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는 봄매화를 초고속 카메라로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TV로 조희룡의 매화서옥도를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는데 장승업의 이 매화 그림 또한 내게 길이 기억에 남을 작품이되었다. 이 책에서는 매화서옥도를 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함께 실었더라면.

 

조선시대 책가도에 얽힌 사회현상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정조와 책가도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책에 대한 그의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우리 집 거실에도 책가도를 걸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소망하고 욕망하는 것들로 채워서.

 

공예부분에서 압도적인 것은 일본 황실에 전해 내려오는 백제 바둑판 목화자단기국이다. 실린 사진을 보면 고대 백제의 바둑판이 아니라 몇 천 년 후 우주에서 미래의 기사들이 사용할 것 같은 하이테크 기술과 예술이 어울린 세련되고 환상적인 최 첨단예술작품처럼 느껴진다.

우리 문화유산의 명명은 대개 사용된 기법, 재료, 용도 등의 순으로 한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목화자단기국도 그러한 것 같다. 자단이라는 나무에 그림을 그려 넣은 바둑판이라는 뜻이다. 새겨진 낙타와 코끼리, 날개달린 상상의 동물은 참 아름답다. 바둑통의 아름다움또한 백미이다. 가치를 떠나 누구나 갖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하게 한다. 바둑통을 놓아두는 서랍을 열면 상대편의 서랍도 열리는 것은 정말 당시의 기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도 알려준다.

 

이것이 우리 백제인들이 만든 바둑판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런 바둑판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족해야 하는데 백제 의자왕이 일본 왕에게 선물한것이기에 우리에게 없고 일본에 있다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우리나라에는 복제품이 있다고 하는데 복제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을 뿐이다.

 

도자 부분 또한 흥미롭다. 다른 분야의 예술품보다 도자는 우리에게 보다 친숙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쉽게 공감이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좌우대칭이 딱 들어맞지 않는 부조화가 주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깨진 달항아리를 4년에 걸쳐 복원한 일본인들의 정성을 들으면 그 아름다움과 빛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한다.

 

조각부분에서 백제의 전돌부터 경천사지 10층석탑, 천상열차분야지도,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소개되고 있다. 예술적인 뛰어남에 앞서 경천사지 10층석탑의 처참한 역사를 보면서 약한 나라가 어떤 일들을 겪을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있다. 일제강점때 약탈 당한 우리 나라의 셀 수 없는 많은 문화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문화재 환수를 위한 전국가적 노력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전적부분에서는 정태제의 사초와 김금원이 쓴 호동서락기를 소개하고 있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당시 사회적 제약으로 문밖 출입이 불가능했음에도 남장을 하고 충청도와 금강산, 강원도, 평안도 지역을 여행하고 쓴 호동서락기이다. 서양의 신부 베버는 눈앞에 펼쳐진 금강산은 책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고 했다고 한다. 이 책이 얼마나 자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또한 14의 나이로 남장을 하고 여행을 했다니 지금 시대를 반영한다고 해도 쉬운 일이 아님을 감안할 때 놀랍기만 하다. 그녀의 신분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존재하지만 그녀는 조선 여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조선 최초로 여성시단을 결성했고 활동하면서 14살 때 여행한 호동서 지방의 여행기를 서른넷에 쓸 수 있었다.

 

이렇듯 천상의 컬렉션은 역사교과서에서 제작년도와 작가 작품명만 배웠던 우리 문화가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있고 우리 조상들의 삶과 지혜 생활 역사가 담겨있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게 하며 사랑하게 하는 보석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역사가 따분하고 우리 문화작품의 가치를 모르겠다면 당장 이책을 펼쳐보길 바란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보는 눈이 있어야 보석을 알아 볼 수 있다. 교과서와 박물관에 박혀있는 설명이 전부가 아님을 알 때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천상의 컬렉션이 책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족한 사진이다. 부록에서 호보를 싣고 있지만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당장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달려 갈 수 없는 상황에 놓은 독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더 후하게 써도 되지 않을까. 증보판과 천상의 컬렉션 2, 3...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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