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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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에세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구나 하며, 새삼 우리 사회의 다양성에 놀라움과 재미를 느끼곤 한다.

과학자 중에서도, 그 흔치 않다는 자연과학분야 중에서도! 가장 현실에서 만나보기 어려운 천문학자 심채경 교수님의 에세이는 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사실 나는 뼛속까지 문과인인지라 대부분의 문과 출신들이 그러하듯 지구과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부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별과 달을 보러가는 투어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신청을 하고, 대학에서의 미학 강의에서 에세이 주제를 우주로 잡은 걸로만 보아도 나는 우주와 하늘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게 목차의 3부에 보이는 '천문학사' 네글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뒤로한 채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이공계와 과학 분야에 문외한이라고는 하나, 우리나라에서 자연과학계에 대한 현실적인 대우에 사실은 많이 놀랐다. 나는 이과 출신의 사람들은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줄로만 알았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이과 출신들은 모두 대학의 공대 출신들로, 사회에서 전자기기라던가 반도체, 자동차 등을 개발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AI 등의 신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었다.

어제만해도 '아, 수학공부 좀 열심히 할걸. 나도 이과를 갔어야 해.' 따위의 생각을 했었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우리는 그동안 천문학을 포함하여 한국 사회에서 극소수를 차지하는 자연과학을 연구하시는 분들의 현실에 너무나도 무지했던 게 아닐까.

'엄마가 돌보면 더 좋은 이유'는 될 수 있어도 '엄마가 돌보는 게 당연한 이유'는 아니다. (107쪽)

이 책에는 우주와 과학에 대한 이야기만 있던 것은 아니고, '여자'이자 '어머니'로서 살아가는 과학자의 삶의 이야기도 담겨 있는데, 정말 씁쓸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학계에서 유능한 연구자, 학교에서 아무리 명강의를 하는 교수더라도 여자이고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제약이 너무나도 많다. 심지어 전공자가 손에 꼽을 만큼 좁은 자연과학 바닥에서도 예외란 없다. 

또, 내가 정말 존경하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마음이 아팠다. 아직까지도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는 이소연 박사를 비난하고 비하하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의 삶과 연구 과정에 대해서 검색은 하고 그런 글을 적는건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으며, 가끔은 그냥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는 일도 있어 그저 어이가 없어 웃을 뿐이다.

우주과학, 지구과학, 아니 그냥 과학이란 과학은 모두 나와 동 떨어진 세계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에세이가 나의 생각에 큰 변화를 주었는데, 가령 우주선 하나를 띄우는 데에도 우주과학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 영양사, 심리치료사, 홍보 및 마케팅 담당자 등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인 것 같다. 우주를 사랑하는 일은 우주를 전공하거나, 그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주과학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그 관심들이 쌓이다보면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니즈를 파악하게 되고,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음으로서 우리나라도 우주에 한발자국 더 가까워 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한달에 한번 선인장에 물 주듯이, 그렇게 꾸준히 관심을 쏟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되지 않을까? 과학에 무지한 내가, 책 한권 읽음으로써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심교수님이 이 책을 집필하신 이유에 부합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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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사이드 하우스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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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삼일 동안 과몰입에서 도무지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만큼 극강의 돌입도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
(((스포주의)))
초반부부터 교사들이 의심스러웠는데, 수사가 진행되며 하나하나씩 던져지는 퍼즐조각들을 하나하나씩 스스로 끼워보며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이게 바로 내가 스릴러/추리물을 즐기는 이유!
일기를 통해 상담을 받고, 또 교사들이 학교 내에서 생활한다는 설정 자체로도 이미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또 이 책이 재미있게 읽혔던 이유 중 하나는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라는 점이다. 특히 마지막 씬을 장식한 로리와 레인 그리고 거스는 나의 최애 캐릭터였다.
책 말미의 '작가의 말' 부분에 이 책에서 파생되는 작품들을 작가가 소개해놓았는데, 모두 읽어봐야겠다. 이 책에서 맛보기처럼 보여졌던 인물들의 독특한 성격들이 어떤 배경과 사건으로 인해 형성된 것인지 알고싶어졌다.
책 속의 맨인더미러와 같은 게임이 서양에서는 꽤나 자행되는 것 같은데, 리버데일이라고 하는 미드에서도 비슷한 게임이 등장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리버데일의 장면들과 오버랩되는 순간이 많았다.
나는 겁도 많고, 잔상이 오래 남아서 영상물은 잘 못보는 편이다. 그런데 또 스릴러물은 누구보다도 즐긴다(아니 세상에 이런 모순이 어디있나..?).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즐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빨리 찰리 돈리 다른 작품 읽으러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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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좋아하는데 공부는 못한 우울 - 신준호 에세이
신준호 지음 / 흰나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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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독립출판물로 기획하고 원고를 쓰며, 교정 교열을 거쳐 디자인을 하고 마케팅, 인쇄 등 모든 과정이 저자의 손을 거쳐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나는 한달에 한번 동네서점에서 반드시 독립출판물 한권을 구매한다. 작년 여름과 가을 사이 전주 여행을 기점으로 꾸준히 지켜오고 있는 나와의 약속이다.
그래서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출판 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작가는 더더더욱 아니지만 독립출판물에 꽤 관심이 많은 편이다. 독립출판이라고 백이면 백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대부분의 독립출판물에는 주류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과 다양한 배경과 환경의 작가들의 신선한 문체가 있다.
책의 제목이 재미있었다. 최근 본 책 제목 중에 가장 인상깊고 톡톡 튀는 제목이다. 누구든 한번 보면 쉽게 잊히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며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자신을 '공부 못하는 사람'으로 자주 그려냈는데, 내가 느낀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학을 논하고, 일상 속 사건과 사물을 글로 풀어쓸 수 있는 사람치고 공부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아마도 그가 말하는 '공부'는 '한국 사회'에서 요구하는 학업성적이나 소위 출세를 위한 도구쯤으로 해석되는데... 글쎄, 사회에 널리고 널린 헛똑똑이 박사들보다는 스스로 책 한권이라는 열매를 이루어 낸 저자가 훨씬 훌륭하지 않을까.
저자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나고 자랐다면 전혀 우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을 문제인데, 오늘도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회의를 느끼게 된다.
지극히 일방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는 평소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아가는 유형인 것 같다.
책 후반부에 서평 활동에 대한 글은 역시 적극적으로 서평 이벤트에 참여하며 서평 활동을 하고 있는 나로서 공감할 수 밖에 없었고, 맨 마지막 쪽의 작은 도서관에 관한 글은 내 평생의 꿈이기도 해서 깜짝 놀랐다. 먼 훗날 혹은 가까운 미래에 작은 도서관 두 곳이 설립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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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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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생긴 표지에 그렇지 못한 내용이랄까. 요즘 부쩍 잘 읽히는 소설들을 자주 접해서일까, 이상할 정도로 이 책이 나에게는 영 쉽지가 않았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묘한 글들의 연속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때로는 기괴하고 그러면서 또 아름다운 그런 글.
전반적으로는 나는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를 못하고 그냥 빠르게 읽고 넘어간 부분들이 많았다. 책의 말미에 2~30쪽에 해당하는 해설이 달려있어 천만 다행이었다. 앞에서 빠르게 휙하고 지나친 부분들을 해설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상기하고, '아~ 그런 의미였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 세계에는 '나'가 여러명 존재한다. 각자 매우 다른 모습으로 아주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고, '나' 역시 다른 '나'들의 존재를 살고 있다.
박솔뫼 작가님의 다른 글들을 읽어본 적이 없으나,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가장 크게 와닿았던 특징을 두가지 정도로 추려보았다.
첫째는 문장의 호흡이 매우 긴 편이라는 것. 때로는 한 문장이 웬만한 문단만큼 길 때도 있었고, 반점이나 온점 사용이 흔치 않아서 더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맞춤법 성애자로서 온점을 찍어주고 싶은 순간이 때때로 있었으나, 이건 문학이고 또 예술이니까. 그리고 그런 긴 문장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큰 매력이다.
두번째로는 액자구조의 사용이 아주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내가 나를 지켜본다거나, 꿈 속의 나를 제3자가 보듯 지켜본다거나 자칫 어색하고 인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우니 장면이 머릿 속에 절로 그려진다.
나는 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어려운 작품을 많이 읽어본 것도 아니라서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에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다.#하지만 해석글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해석을 하지 않아도, 이해가 안되면 안되는 대로, 또 내 방식대로 엉터리(?) 해석을 해보는 것 또한 문학의 묘미아닐까. 원래 예술에는 정답이 없는 법이니까.
나는 책의 분위기가 다소 무겁고 어둡다고 느꼈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어두운 보라색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표지와 굉장히 상반된 느낌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이 점 또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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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력 - 자주 말문이 막히는 당신에게
이도영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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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재학 시절 아주 잠시였지만 맞춤법 공부에 빠졌던 때가 있다. 국문학과의 언어학개론을 호기롭게 신청하고, 첫시간에 경악하며 철회버튼을 누르고 조용히 빠져나온 적이 있다.
국문학과 교수님이 쓰신 책이라 너무 어렵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을 뻔했지만, 생각보다 자비로운 두께(?)의 책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원래 나는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편한 아이였다. 사회의 현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감을 잃어서일까, 사회생활을 하며 위축되고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탓일까, 언젠가부터 점점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자연스럽고 편해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재적소에 알맞게 활용하는 능력을 '언어력'이라고 정의내리고, 어떻게하면 언어를 더 쉽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팁들을 소개한다.
가요의 가사라던가, 문학의 한 구절이라던가 친근한 매체들을 활용하여 소개하는 방식이라 부담이 없었다. 중간중간 아주 쉬운 내용의 문제를 내고 풀게 보게끔하는데, 오랜만에 학습지를 푸는 기분이 들어 그 또한 좋았다 :)
일반화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말하기와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과출신의 분들을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나에게 늘 비문 폭탄을 안겨주시는(ㅠㅠ..) 그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실용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뼛속까지 문과인 나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가끔 내가 말을 하면서도 뭔가 이상한데 어느 부분에서 이상한건지를 스스로 파악하기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나름대로의 체크리스트가 만들어져서 업무를 할 때에도 적용하기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도영 교수님의 마인드가 너무 좋았다. '장애우'라는 단어는 매우 차별적인 단어임에도 아직 우리사회에서는 널리 쓰이고 있다. 약자를 약자로만 보는 것 또한 차별임을 아직 모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집사람, 아내, 와이프 같은 단어 대신 '현려자(현재 반려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시는데 이 점이 무지 흥미로웠다. 난생 처음들어보는 단어졌지만 귀에 쏙쏙 박힌다.
"물리적 폭력 없이 모든 문제를 언어로 해결하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적혀 있는 이 한 문장은, 저자가 평소에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하는 대목이었다. 나 역시 그런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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