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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프랑스 - 유혹에 빠지거나 매력에 미치거나 지금 이 순간 시리즈 2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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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은적이 있던가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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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소라, 나나, 나기 이 세명의 등장인물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소설의 시점도 소라, 나나, 나기 그리고 다시 나나  이 순서대로 이어지면서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라와 나나는 자매이며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엄마와 함께, 한 집을 두 집이 함께 나눠쓰는 말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는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는데 거기서 나기와 나기의 엄마를 만나게 된다. 소라와 나나와 나기의 공통점은 아버지가 없다는 것.  하지만 남편을 잃고 점점 망가져가며 소라와 나나를 방치하는 그녀들의 엄마 애자와는 달리 억척스럽고 책임감 강한 나기의 엄마 순자는 애자 대신 소라와 나나를 챙기며 이 셋은 남매처럼 자란다. 소설의 가장 큰 사건은 미혼인 나나의 임신이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문체처럼 소설 자체도 참 덤덤하고 차분하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캐릭터들의 성격도 덤덤하고 심심하다 느껴질 정도로 차분하다. 소설에는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많이 나온다. 그들의 덤덤하고 때로는 허무하게 느껴지는 대화 속에 그들 각자의 아픔이 묻어난다.

 

-그런데 소라씨는 매일 뭘 그렇게 골똘하게 생각해요?

-저요?

-네.

-그야...... 좋은 것을.

-좋은 것?

-좋은 것을.

하고 나는 답했다. 

 

있지. 하고 애자는 말했다. 좋은 것은 좋지. 좋은 것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감탄하고 호들갑이지. 좋은 것들이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말 그대로 귀하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좋은 것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감탄하고 칭송하는 거란다. 별로 없어, 좋은 건. 그러니까 그런 걸 기대하며 살아서는 안되는 거야. 기대하고 기대할수록 실망이 늘어나고, 고통스러워 질 뿐인거야. -p.59-

 

그러면서가 작가 특유의 귀여운 상상력이 묻어있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독자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소라, 나나, 나기가 함체하면, 나비바.

-나비바가 되지.

-나비바.

-소라나나나기나바바.

-죽었니 살았니.

-살았다.

-나비바.

-소라나나나기나비바.-p.206-

 

술에 취해서, 끝도 없이 그런 이야기를 나눈 밤이 있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 소라,나나,나기,애자,순자 심지어 나나가 임신한 아이아빠 모세까지 연민이 가지 않는 캐릭터가 없다. 그 캐릭터 중 나는 소라에게 가장 공감이 많이 됐고 연민도 많이 갔다. 이상한 점일 수도 있지만 특히 아래 소라의 생각은 내가 늘 생각해 오던 부분.

 

-새끼를 먹여본 손맛. 그걸 갖추게 되는 순간도 오겠지. 언제고 오고 말겠지. 하지만 내게는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생각하고 있다. 엄마가 되는 것은 애자가 되는 것. 아기를 낳는다는 것은 엄마가 된다는 것이고 엄마가 된다는 것은 애자가 되는 것. 회로가 그렇게 꼬여 있다. 생각이 아니고 심정의 영역에서 그러므로 애초에 아기는 만들지 않는 게 좋다. 아기를 낳지 않는다면 엄마는 없지. 엄마가 없다면 애자도 없어. 더는 없어. 애자는 없는 게 좋다. 애자는 가엾지. 사랑스러울 정도로 가엾지만, 그래도 없는 게 좋아. 없는 세상이 좋아. 나는 어디까지나 소라. 소라로 일생을 끝낼 작정이다. 멸종이야. 소라,라는 이름의 부족으로. -p.47-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 나나는 이야기도중 '계속해보겠습니다'라고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소설 마지막에서도 사건은 끝이 나지 않지만 날이 밝을 것을 기다리며 다시 계속해보겠다고 말한다. 무엇을 계속하겠다는 건지 말하지 않지만 그저 계속해보겠다고 말하며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을 읽고  계속해보겠다는 말의 힘을 생각해본다. 나나의 말대로 소라보다 나나는 연약하지 않다. 그리고 더 긍정적이다. 그래서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은 소라가 아닌 나나가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한편 생각합니다.

무의미 하다는 것은 나쁜 걸까.

소라와 나나와 나기 오라버니와 순자 아주머니와 아기와 애자까지 모두, 세계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의미에 가까울 정도로 덧없는 존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걸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그렇지는 않은 것입니다.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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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쿄
김민정 글.사진 / 효형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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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다. 이래도 되는 걸까......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말하는 ‘사람’은 나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다.
내 가족만큼은 예외다. 내 가족도 분명 사람이고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그 죽음이 우리를 비껴갈 것이라고 믿으며 우리는 살아간다.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으면서.‘
-엄마의 도쿄 본문 중 195p-
<엄마의 도쿄> 책장을 넘겨보기 전에는 주홍색과 빨간색 사이에 예쁜 색깔의 표지를 보고 엄마와 여행을 떠난 딸의 달콤 훈훈한 여행 에세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도쿄는 그녀가 잠시 머물다간 여행지가 아니었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그녀 나이 16살 이후로 동생과 엄마와 함께 한국을
떠나 살아온 곳이고, 그녀의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해서 살고 있는 곳이다. 그녀는 책에 ‘먹고살기 위해’ 떠났다고 말한다. 남부럽지 않게 살던
그녀의 가족이 일본에서 특히 그녀의 엄마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 그녀가 담담히 써내려간 글 속에 드러난다. 그녀의 엄마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골든바’라는 가게를 운영하며 두 아이들을 키워냈다. 그녀는 이 책에서 솔직하지만 담담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엄마와의 추억을 풀어낸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힘들기만 한건 아니었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때가, 오히려 그때가 좋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걸 그 당시에 알기란 쉽지 않다.
그녀는 엄마와 함께 보낸 작은 시간들까지 꼼꼼히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녀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일것이다. 그녀의 글을 보면서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소소한 행복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눈 감사한 시간들에 대해.  엄마가 돌아가시고
추억을 곱씹으며 이 책을 내기까지 그녀는 많이 울고 많이 행복했을 것 같다. 휴, 엄마한테 잘해야지.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다. 나만 아빠가 없고, 나만 금수저 없이 태어났고, 나만 책임이 무겁다고 여겼다. 엄마 생각은 못 했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었다는 것도, 엄마가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전전긍긍했다는 것도, 나는 알면서 몰랐고 모르면서 알았다. 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모른 척했고 아는 척도 했다. 엄마에겐 그래서 기도와 묵주가 늘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247p-’

 

‘나는 나만 힘든 줄 알았다. 나만 아빠가 없고, 나만 금수저 없이 태어났고, 나만 책임이 무겁다고 여겼다. 엄마 생각은 못 했다. 엄마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었다는 것도, 엄마가 우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전전긍긍했다는 것도, 나는 알면서 몰랐고 모르면서 알았다. 내 기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모른 척했고 아는 척도 했다. 엄마에겐 그래서 기도와 묵주가 늘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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