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 블랙 로맨스 클럽
제인 니커선 지음, 이윤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푸른 수염 동화를 알든 모르든, 제목부터 절로 흥미를 유발하는 '푸른수염의 다섯 번째 아내'는 그 내용 또한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다. 원작인 동화를 봤다면 원작과 다른 점을 느껴가면서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고, 보지 않으면 보지 않은 대로 새로운 로맨스 스릴러를 만끽하면서 읽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전자였고 원작과 다른 점, 같은 점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의 후견인인 버나드의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머물게 된 열일곱 소녀 소피아. 그녀는 곧 저택이 주는 부유하고도 안락한 생활에 익숙해지고, 버나드는 친절하게 손을 내밀어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매료되지만, 곧 저택에서 이상한 흔적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 흔적들은 모두 버나드의 네 명의 불운한  전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 모두 소피아와 같은 빨간 머리의 소유자였던 것. 버나드의 전처들과 소피아의 머리색이 같은 게 대체 뭘 말하는 걸까? 슬슬 위험한 냄새가 난다. 소피아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진 것을 느낀 버나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고, 소피아는 그를 조금씩 경계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소피아가 그녀의 후견인인 버나드의 저택에 가서 지내는 부분이 주로 묘사되는 초반부는 예전에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를 떠올리게 했다. 아버지를 잃은 가난하지만 당찬 어린 여성, 그리고 그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 같은 부유하고 다정한 나이 많은 남성. 그 장르라면 결국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둘이 잘 되는 걸로 끝나겠지만 이 작품의 장르는 스릴러다. 엄연히 로맨스 스릴러다 보니 초반의 안정적이다 못해 약간은 지루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결코 편하게 읽어내려가기만 할 순 없었다. 푸른 수염의 변주곡이라는데다 폭풍전야라고, 큰 일이 일어나기 전이 제일 조용한 법. 예상대로(?) 작품의 3분의 1쯤 지나는 부분부터 분위기가 반전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쉽사리 책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역자의 말에도 있었지만 이야기의 3분의 1까지는 전개가 느린 편이라 했는데, 확실히 그랬다. 대부분의 스릴러가 그렇듯 초반엔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이 때부터 버나드와 소피아씨의 아슬아슬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스릴러 맛이 강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로맨스는 이쯤에서 끝인가 싶어서 살짝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센스있는 작가가 작품에 새로운 관계를 부여해주어서 로맨스와 스릴러 둘 모두 적절히 밸런스를 유지해주었다. 이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또 소피아와 버나드 외에도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많이 등장시켜서 자칫 어둡고 단조롭기만 할 수도 있었던 작품 분위기에 더욱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었던 것 같다. 이야기의 무대가 버나드의 저택이다 보니 하인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저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나에겐 그 중에서도 오데뜨라는 인물이 가장 매력적이라 눈여겨 봤었고, 눈여겨 본 값을 톡톡히 했었다.

소피아와 버나드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어떻게 끝날지, 다른 등장인물들과 소피아의 관계는 어떻게 끝을 맺을지, 모든 게 끝나고 소피아는 어떻게 될지.. 초반부터 든 의문을 긴장감있게 끝까지 끌어갔기에 마지막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또 수동적이고 마냥 여리기만 한 게 아니라, 영특하면서 깜찍하고 때론 지나칠 정도로 과감한 소피아라는 입체적인 캐릭터 때문에 더 즐겁게 읽었다. 로맨스와 스릴러의 맛 이외에,소피아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맛도 쏠쏠(?)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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