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학교계단에서 - 러쉬노벨 로맨스 292
사다 미키 지음, 미츠아키 아소우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게이가)노멀을 사랑하면 지옥이 따로 없다." 

 

작품 중에 나오는 어떤 게이 남성의 대사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노멀 청년은 자기자신이 그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에 끔찍함을 느끼죠. 

더할 나위 없던 친우로만 여겼던 존재가 위험한 향기를 풍기면서 자신에게 무서울 정도의 집착을 더한 애절하고도 간절한 사랑을 갈구하는데, 노멀 남자라면 당연히 끔찍한 불쾌함과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겠죠. 노멀 남성 누가 과연 게이 남성 그것도 온리 탑에게 여자처럼 안기고 싶을까요? 

 

그 '위험한 남자'의 끔찍한 스토킹질(...)과 강제적 행위 그리고 온갖 협박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큰 병까지 얻은 주인공은 결국 그의 사랑을 체념+우정+연민+동정으로써 허락해 줍니다만, 소설의 마무리는 여운을 남기면서도 결코 절망적이지 않은 희망찬 아름다운 끝을 보여줍니다. 

 

노멀인 연인(?)이 언제 여자한테 떠날지 몰라 항상 불안함을 살고 달면서도 그가 자신을 허락해 준 것 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끼며 오로지 주인공만을 바라보며 늘 사랑을 애원하며 사는 가련한 게이 스토커와 그런 그를 연인으로서 허락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고교 시절과 마찬가지로 친구처럼 거침없이(?) 대해주는 츤데레(!) 주인공....  

기분이 상할 때마다 게이 친구를 퍽퍽 때려주거나 무뚝뚝한 어조로 막말을 해대며 새침떼기처럼 구는 주인공에게 쩔쩔매는 협박공(...) 남자가 웃기면서도 애처로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성이 착한 주인공은 그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준 셈이죠. 심지어는 주인공은 착하고 예쁜 여자의 구애마저도 차버리고(!) 말입니다. 자신을 옭아매는 집념의 협박공(...) 남자 때문에요.

 

어떻게 보면 게이분들 사이에서 매사에 벌어질 만한 실제적 소재를 갖고 이토록 BL적이면서도 무리없이 공감이 가도록 풀어낸 소설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 작가분의 팬이 될 것 같군요.) 

 

요즘 일본 쪽 BL들 보면 특히 신인들에게서 주로 보이는 현상으로 - 억지성이 너무 심한 3류 개그에다 흔해빠진 컨셉트에 오버액션의 끝없는 무한루프만을 보여주고 있는, 글자 그대로 참 성의없는 경우가 많던데 그 와중에 이런 작가분을 알게 된 게 진짜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싶네요. 

 

이 분이 필력을 잃지 않길 바라며, 앞으로도 기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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