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 - 과학 공부한다고 인생이 바뀌겠어?
이명현.장대익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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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이명현과 진화학자 장대익의 새로운 과학 이야기, <과학 인생 학교> 라는 신간이 나왔다. 과학책방 갈다는 과학 덕후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한 삼청동 과학전문책방이다.
사람들은 과학 현상이나, 이슈에 대해 설명을 읽고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과학이 내 삶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과학 공부는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이명현, 장대익 작가는 과학자로서 이 질문에 정면으로 맞선다. 차가운 설명의 과학이 아닌 다정한 이해의 과학. 2년간 받아온 수많은 공중의 질문으로부터 과학 인생 학교의 노트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책을 출간한 것은 그 이유이다.
과학과 실존의 관계, 과학이 주는 위안, 과학이 개인적인 삶에 주는 실질적인 지침, '과학적' OO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 과학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행복에 어떻게 맞닿아있는가. 다섯가지의 주제에 대한 두 학자의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실려있다. 이명현, 장대익 저자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한 교육 워크샵 단톡방에서였다. 과학에 조예가 깊은 학부모님들 중 이명현&장대익 저자 두분의 팬과 '환갑삼이' 북토크에 다녀오신 팬 분들이 많았다. 두 분의 과학책방 '길다'의 다양한 과학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내적 친밀감을 갖고 읽게 된 '과학 인생 학교'. 알랑드보통의 인생학교처럼, 과학이 우리 인생에 주는 의미를 다섯 가지 테마로 풀어준 책은 처음부터 이명현 천문학자의 별헤는 먼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마치 책방을 찾아온 손님들을 모아놓고 북토크 하듯 조근 조근 이야기하는 문체로 들려주는 우주의 시작, 그리고 우리와의 연결성. '과린이' (과학 어린이)인 나에게 사실은 쉬이 넘어가기 어렵고 버벅댈 수 밖에 없는 과학 용어들이 난무했지만 의연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넘기다보면 나는 어느새 '아!'하고 받아들이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역시 과린이에게 찾아온 과학 교양서의 내 마음의 꽃이 된 문장은 바로 아래와 같다."우리 몸을 이루는 주요 원소는 수소, 산소, 질소, 탄소, 황, 그리고 인입니다. 어느 것 하나 지구나 태양에서 만들어진 게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태양이나 지구가 아닌) 우주공간에서 그리고 별의 내부에서 왔습니다. 별과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우리를 '별먼지'라고 부릅니다." 장대익 저자님은 생명의 나무로 지구의 생명의 진화 스토리를 설명해주신다. 이 중 내 흥미를 끈 것은 공룡이 소행성의 물리적인 충돌로 멸종한게 아니라 대기먼지, 광합성 중단, 등 수만년에 걸친 멸절로 포유류가 급부상하게 되었다는 진화론이다. 이 중에서도 인문학적 접근으로 우리가 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었던 우발적 가능성, 침팬지와 인간의 99퍼센트의 DNA가 같음에도 이렇게 현재 차이가 나게 된 정설, 언어의 기원이 털고르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읽기까지. 그래서 진화학에서는 인간을 잔가지라고 불린다는. 바로 생명의 거대한 나무 속 잔가지.
인간을 부르는 또다른 근사한 명칭을 하나 기억하게 되었다. 진화론적 관점과, 천문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중심이 아닌, 지구 모든 종들을 나래비 세워두고, 심지어 우주의 모든 생명체 속에서의 한 존재로서. 세상의 중심이 달라보이는 미묘한 효과가 있다. "과학의 늙은 적이 종교였다면 과학은 지금 젊고 쌩쌩한 적인 물질 만능주의를 만난 것이지요.
더욱 힘든 상대입니다. 돈은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니까요." 종교가 위안을 주던 시대가 산업주의와 함께 조금씩 쇠퇴해가며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결탁된 물질만능주의이다. '신의 자리에 앉은 돈'은 우리의 삶과 정신을 꽤 많이 통제하고 있다. 돈이 종교가 되어버린 현대 세상에서 천박한 자본주의는 과연 미래에 어떻게 우리를 흔들어 놓을지, 과학적 객관성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관계의 결말은 이별입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지금 이 순간의 교류가 중요해집니다. 헤어짐의 시간이 되면 집착하지 않고 이별할 수 있습니다. 유한한 사랑과 유한한 관계를 인정하면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더 풍성한 교제를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유한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되뇌이게 하고, 과정을 중시하게 되며 인간 관계에서 끝을 생각하며 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과학은 이성적 기대를 하게 함으로서 자신의 회복탄력성이 높아지며, 새로운 시도를 스스럼없이 하게 된다. 이명현 저자의 죽을 고비를 넘긴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으면서 과학과 죽음의 관계를 더듬어보며 조금씩 모든 두려운 현상(이별, 죽음, 실패 등)으로부터 T적인 생각, 과학과 이성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조금 더 의연하고 덜 좌절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 외에도 칼세이건의 자녀교육 등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두 과학자와 나와의 개인 대담같은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인생학교>를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과학을 십수년을 배웠고 수도 없이 뉴스와 자료로 읽었건만,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은 초등학생에 불과했다고. 조금만 더 인문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철학적인 눈을 가지고 과학을 대하니 생각보다 과학은 우리에게 훨씬 더 인생을 넓고 풍요롭게 볼 수 있는 멋진 돋보기 안경 같은 진실이라고.
최재천 교수님의 <아마존>을 시청하고, 아들과 어린이 과학책들도 읽고 있지만, 이명헌, 장대익 저자가 수차례 반복해서 불러온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찰스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어보겠다고 굳이 집에 구매를 해두었다. 이 역시 나에게는 2024년의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과학책방 갈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학 프로그램들에 지인들이 경험해보는 것이 꽤나 부러웠는데, 올해는 둘째 화니 손을 잡고 과학책방 갈다로 나들이 한번 가야겠다. 우리 지극히 F스러운 한국인들의 정신 건강과 건강한 과학 베이스의 미래를 위해 과학 커뮤니케이터 두분의 활약을 더 많이 해주셔야 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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