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는 죄가 없다 - 코로나19로 살펴보는 감염병의 도전과 인류의 응전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3
채인택.이지선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북카라반의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시리즈 중 최신간 청소년도서다.

2023년 5월 코로나 19의 국제적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해제된 것은 코로나 창궐 후 3년 4개월 이후다.

이에는 백신의 개발과 접종이 큰 역활을 했다.

코로나 19의 확산과 인류의 대응, 백신의 개발과 불공평한 분배 등

3-4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이 일련의 과정들을 되새겨보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코로나 19를 극복했다고 해도

감염병이 언제 다시 인류를 찾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처의 득과 실은 무엇인지 되짚어보고 인류에게 더욱 안전한 감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때다.

1998년 말 말레이시아에서 뇌염 유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나타났다. 치명률 40%의 이 감염병의 역학조사 끝에, 돼지들이 감염되면서 니파바이러스가 퍼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WHO는 니파 바이러스의 최초 숙주로 돼지가 아닌 과일박지를 지목했다.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해 자신을 복제하며 퍼져 나가는데 1000여종의 박쥐는 바이러스와 싸우지 않고 공존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박쥐의 몸에는 바이러스들이 질병에 감염시키지 않은 채 살아갈 수 있는 것.

엘니뇨 현상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진 박쥐가 야생에서 인간과 접촉하는 곳까지 내려오게 되었고, 삼림이 파괴되며 야생동물 서식지는 사라지기 시작했고, 야생동물의 경로는 점차 더 인간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시작된 곳으로 지목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도 나타난다. 온갖 야생 동물이 식용으로 유통되기에 더욱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 인간에게 붙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을 미국 수의학자 마크 제롬 월터스는 '에코데믹'이라 표현한다. 이는 인간이 개입해 지구의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그로 인해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이 무너져 생기는 감염병을 말하며 이러한 에코데믹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2022년에 꿀벌 실종 사건에 대해 <박쥐는 없다>에서 소개한 대로라면, 기후 위기가 여기저기로 보내는 자연의 파괴 신호는 이미 선을 넘었다. 꿀벌이 벌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빠른 개화로 외부 활동을 계속 한 벌들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상현상은 비단 벌만이 그 대상이 아리나는 것이다.

<박쥐는 죄가 없다>에서는 이 외에도 중동에서 비롯한 메르스, 중화권 강타한 사스, 높은 치명률이었던 에볼라 등 세계를 놀라게 했던 다양한 전염병들의 실상들에 대해 다시 한번 소개한다. 중앙일보 기자출신인 저자가 구체적인 펙트와 진행상황을 짧은 문장으로 알려주니 이해가 한결 쉬워 10대들이 이해하기에도 훨씬 용이하단 생각이 든다. 게다 특히 감염병이 세계적으로 퍼지는데 있어 피해가 큰 지역들이 갖는 사회 격차, 환경 파괴에 대한 글로벌 이슈들을 다시 한번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에서는 감염병이 초연결 시대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WHO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점과 각국의 협조가 필요한 점을 강조한다. 그 외에도 감염병에 지역 이름을 붙이거나 혐오 감정이 추가된다거나, 백신의 공급 불평등, 빈곤 국가 접종률ㅔ 대한 이슈까지 다양한 생각할 꺼리들을 전한다.

세계 보건 의료가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픈 과거를 답습하지 않도록 국가적 제도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우선순위로 생각해야 한다.

동물 복지도, 인간 복지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기 쉽진 않겠지만 <박쥐는 죄가 없다>를 읽을 수록 확실해지는 건 하나다. 지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죽으면 다같이 죽고, 살면 다 같이 산다는 단순한 진리가 뇌리에 박히는 건, 우리가 앞으로도 거쳐야 할 대가가 눈에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감염이라는 주제로 청소년 도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읽기에 고민스럽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혀서 우선 마음에 들었고, 인사이트가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과 논제를 갖고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박 눈의 산토끼 - 잃어버린 가족의 역사를 찾아서
에드먼드 드 발 지음, 이승주 옮김 / 아르테카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박눈의 산토끼, 에드먼드 드 발

호박눈의 산토끼를 집어든 것은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권' 이라는 홍보문구 덕분이다. 이코노미스트, 데일리 텔레그래프, 이브닝 스탠더드 올해의 책, 코스타 문학상, 갤럭시 신인작가상, 영국왕립문학협회 온다츠상, 윈덤 캠벨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유럽에서 유명한 유대인 은행가 가문 에프루시의 150여년의 역사는 1,2차 세계대전과 근현대사의 중심인 유럽과 일본에서의 삶을 아우르며 생생한 기록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이 책을 쓴 영국 도예가 에드먼드 드 발은 게임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였지만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게 되고 도예전문가였던 친척 이기에게서 도예를 배우며 그의 죽음 이후 네쓰케 264점을 상속받게 된다.

500여 페이지를 할애해 묵직하게 담아낸 역사의 소용돌이의 이야기들은 손안에 쏙 들어가는 '네쓰케'의 작은 몸집에 비해 굉장히 묵직한 이야기들이다. 저자가 도예가이기 때문에 호박 눈의 산토끼 곳곳에 흩뿌려진 도예가 정신이 깃든 독백들이 나는 좋았다. '물건'이라는 것이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나에게 있어서 처분해야 할 대상으로 종종 생각될 때가 있지만 사실 하나의 작은 물건 속에 깃든 역사, 생각, 마음 등을 헤아려 정리해낸 저자의 끈질긴 탐구, 행동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이고, 그것이 저자의 손끝으로 우리에게 읽혀져서 정말 다행이랄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작가님은 이 책을 쓰시면서 전쟁을 거친 1900년대의 한국 역사를 기록해야할 의무와 책임감으로 완성하셨다고 하던데, 아마 에드먼드 드 발 작가도 동일한 신념을 지녔을지도 모르겠다.

네쓰케란 에도 시대의 담배함으로 끈으로 옷에 묶고 다닌 물품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고 달그락거리면서 손으로 만지며 그 촉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도예가다 보니 손끝에서 빚어지는 사물에 대한 경외가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예가로서의 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삶에 대한 관찰에서 몇가지 인상깊었던 구절

'불필요한 동작을 삼가야 한다. 적을 수록 좋은 것이다.'

일본 도예가 이기가 한 말이고, 불교사상이 깔린 일본에서는 몸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에 대한 당연한 가르침이나 서양에서는 '절제되었다고' 보여질 수 있겠다 싶다.

이 모두가 중요한 이유는 물건을 만드는 일이 내 직업이기 때문이다. 물건이 어떻게 다뤄지고, 사용되며, 대물림되는가는 내게 그저 고만고만한 관심사가 아니다. 그건 내 문제다. 지금까지 나는 수천개의 도자기를 제작해왔다.....도자기의 무게감과 균형감을 기억하고 표면과 입체의 전체적인 조화에 능숙하다....

작가의 도예 전문가로서의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어떤 전문가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 자신의 직업정신이 깃든 모먼트를 기록하는 건 정말 경외심에 가까울만큼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를 포스팅에 담기엔 너무나도 방대한 양이지만, 내가 느낀 점은 호박 눈의 산토끼 이 도예품에 담긴 역사의 흔적이 바로 유대인 저자의 이야기로 시작되고 끝났기에 나는 이 속에서 우리 피와 눈물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갖혀지내던 유대인 선조들이 마침내 자유를 찾던 그 순간 기록들은 결코 소소하지 않다. 울분에 차있을 법도 한 역사가 객관적으로, 사실에 고증하여 쓰여진 장면을 마주할때, 고스란히 감정이입 하게 되면서 우리 역사에서 호박눈의 산토끼는 무엇이었을까. 그 숨쉬는 물건과, 그 속에 숨겨진 살아숨위는 역사를 마주하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호박 눈의 산토끼는 비단 유럽과 일본만의 역사를 간직한게 아니라 전세계 역사 속에서의 아픈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자전적 회고록으로 기록될 것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 노래와 놀이로 찾아준 아이들의 꿈 아우름 57
방승호 지음 / 샘터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 순간 아이들에게 ​

동기부여 하고싶지만​

이미 매니저가 되어버린 엄마 입에서​

어떤 잔소리가 나올까 전전긍긍하는 관계​

우리집 뿐만이 아니겠지.​



방승호 저자는 교장 선생님으로 ​

교직에 몸담고 계시지만​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훈계 대신​

학교에서 호랑이 탈을 쓰고​

기타를 치며 금연송은 만들어 부르고​

아이들과 모험놀이를 즐긴다.



그런데 학교가 바뀌고 아이들의 눈빛이 바뀐다..​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아이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아이로1​

절망적인 상황에서



긍정을 찾는 십대의 이야기들.​

샘터 인문교양시리즈 아우름은​

그런 청소년도서를 출간한다.



직업학교에 다니는 십대들이​

하도 밤샘 게임을 하는걸 보고 교장선생님은​

학교에서 잠자는 걸 방지하려고 ​

학교에 피씨방을 만드신다.​

아니 교장선생님 이래도 되는겁니까?​



교장실을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

열린 곳으로 만들고​

초코파이 먹으러 오던 학생들과​

몸놀이를 하면서 친해진 교장선생님​

나같아도 이런 교장선생님이라면​

우리아이 맡기고 싶을텐데.​



아이들이 교장실에서 터놓은 이야기들은​

집에서 못터놓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도 학원에 가면 ​

선생님이 잘 받아준다고 하셔서​

아이를 대하는 내 태도에 문제가 없었나.​

뒤돌아보게 된다.​



교장선생님처럼 하기 힘들다.​

내가 그 애 엄마라서 그런 것으로.​

그래도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아이들이 더 생생하게 자신의 꿈을 꾸길 바라니까.​



청소년도서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꿈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그래도 조금 더 생생한 꿈을 꾸려는 아이들의 몸짓에​

어른들이 날개를 꺾는 일이 있어선 안되겠지.​

나도 그런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아이를 대하는 몸짓 하나, 말투 하나​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는 교장선생님의 ​

용기와 도전정신,​

그리고 아이들을 위하는 ​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들.​



p 39 이후 내 좌우명도 바뀌었습니다. '선뻥 후조치'입니다. 일단 말을 하고 그 뒤에 그 말을 수습하자는 것이죠. ​

​​

p 40 음반을 낸 뒤로 질투심이 사라졌어요. 내가 질투심으로 낭비하던 감정도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면 신기하게 화가 사라졌어요. 그 많던 생활지도 문제가 연기처럼 사라졌어요......내가 햇듯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목록으로 적어보는 겁니다....그리고 그 중에 한두가지를 주말에 실천해보는 겁니다...여러분도 좋아하는 일을 종이에 쓰고 그것을 실천하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p 106 나는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꼭 운동을 하고 갑니다. 운동은 내 몸을 지금 이순간에 있게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같은 내용도 다르게 들을 수 있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게 됩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p108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용기였습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메모까지, 용기를 가지고 실천해 보니 어렵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재능이 없다고 좌절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



p.111 걱정은 그냥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나에 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는 고정관념이 그동안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를 통제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남을 의식했고, 그 의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



p115 놀이를 하며 내가 순간순간 하는 칭찬은 그동안 아이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받지 못했던 지지와 격려입니다...아이들은 놀고 나면 방어기제가 제거되었어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는 사람에게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던 부정적 에너지가 사라진 뒤에는 엄청난 긍정적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방어하는데 쓰던 에너지를 자신의 꿈을 위해 쓰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p130 선택에는 엄청난 마법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일단 선택은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동기 부여 해줍니다. 그리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은 일어날 수도 있는 갈등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꿔주지요. ​



p141 창조가 이루어지는 나의 내면에 마르지 않는 샘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주말마다 꾸준히 '자기와의 데이트'를 했어요. ​



우리 아이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이 많았어요. 단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그랬어요. 부모님의 불화로 어릴 적 상처가 깊은 아이도 있었고, 학교 폭력 등으로 두려움에 떠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놀이는 이런 심리적인 상처들이 실제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는데 아주 탁월했어요. 지금 이순간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다 과거의 일이고 그 생각이 사실이 아님을 놀이와 질문을 통해 스스로 알게 해 주었어요.​



아이가 가는 길은 늘 정답이 없다.​

그런데 정답이 있는 것처럼 다그치는 부모라면​

한번쯤은 이 책을 접해보았으면 좋겠다.​

혹은 자신의 길이 어디로 날지 모르는 채​

목적없는 공부에 매달리는 십대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

고민해보면 좋을 청소년도서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 인생 학교 - 과학 공부한다고 인생이 바뀌겠어?
이명현.장대익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문학자 이명현과 진화학자 장대익의 새로운 과학 이야기, <과학 인생 학교> 라는 신간이 나왔다. 과학책방 갈다는 과학 덕후들 사이에서 워낙 유명한 삼청동 과학전문책방이다.
사람들은 과학 현상이나, 이슈에 대해 설명을 읽고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과학이 내 삶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과학 공부는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이명현, 장대익 작가는 과학자로서 이 질문에 정면으로 맞선다. 차가운 설명의 과학이 아닌 다정한 이해의 과학. 2년간 받아온 수많은 공중의 질문으로부터 과학 인생 학교의 노트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책을 출간한 것은 그 이유이다.
과학과 실존의 관계, 과학이 주는 위안, 과학이 개인적인 삶에 주는 실질적인 지침, '과학적' OO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 과학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행복에 어떻게 맞닿아있는가. 다섯가지의 주제에 대한 두 학자의 해답이 바로 이 책에 실려있다. 이명현, 장대익 저자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한 교육 워크샵 단톡방에서였다. 과학에 조예가 깊은 학부모님들 중 이명현&장대익 저자 두분의 팬과 '환갑삼이' 북토크에 다녀오신 팬 분들이 많았다. 두 분의 과학책방 '길다'의 다양한 과학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내적 친밀감을 갖고 읽게 된 '과학 인생 학교'. 알랑드보통의 인생학교처럼, 과학이 우리 인생에 주는 의미를 다섯 가지 테마로 풀어준 책은 처음부터 이명현 천문학자의 별헤는 먼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마치 책방을 찾아온 손님들을 모아놓고 북토크 하듯 조근 조근 이야기하는 문체로 들려주는 우주의 시작, 그리고 우리와의 연결성. '과린이' (과학 어린이)인 나에게 사실은 쉬이 넘어가기 어렵고 버벅댈 수 밖에 없는 과학 용어들이 난무했지만 의연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넘기다보면 나는 어느새 '아!'하고 받아들이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역시 과린이에게 찾아온 과학 교양서의 내 마음의 꽃이 된 문장은 바로 아래와 같다."우리 몸을 이루는 주요 원소는 수소, 산소, 질소, 탄소, 황, 그리고 인입니다. 어느 것 하나 지구나 태양에서 만들어진 게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태양이나 지구가 아닌) 우주공간에서 그리고 별의 내부에서 왔습니다. 별과 우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우리를 '별먼지'라고 부릅니다." 장대익 저자님은 생명의 나무로 지구의 생명의 진화 스토리를 설명해주신다. 이 중 내 흥미를 끈 것은 공룡이 소행성의 물리적인 충돌로 멸종한게 아니라 대기먼지, 광합성 중단, 등 수만년에 걸친 멸절로 포유류가 급부상하게 되었다는 진화론이다. 이 중에서도 인문학적 접근으로 우리가 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었던 우발적 가능성, 침팬지와 인간의 99퍼센트의 DNA가 같음에도 이렇게 현재 차이가 나게 된 정설, 언어의 기원이 털고르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읽기까지. 그래서 진화학에서는 인간을 잔가지라고 불린다는. 바로 생명의 거대한 나무 속 잔가지.
인간을 부르는 또다른 근사한 명칭을 하나 기억하게 되었다. 진화론적 관점과, 천문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중심이 아닌, 지구 모든 종들을 나래비 세워두고, 심지어 우주의 모든 생명체 속에서의 한 존재로서. 세상의 중심이 달라보이는 미묘한 효과가 있다. "과학의 늙은 적이 종교였다면 과학은 지금 젊고 쌩쌩한 적인 물질 만능주의를 만난 것이지요.
더욱 힘든 상대입니다. 돈은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니까요." 종교가 위안을 주던 시대가 산업주의와 함께 조금씩 쇠퇴해가며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자본주의와 결탁된 물질만능주의이다. '신의 자리에 앉은 돈'은 우리의 삶과 정신을 꽤 많이 통제하고 있다. 돈이 종교가 되어버린 현대 세상에서 천박한 자본주의는 과연 미래에 어떻게 우리를 흔들어 놓을지, 과학적 객관성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관계의 결말은 이별입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지금 이 순간의 교류가 중요해집니다. 헤어짐의 시간이 되면 집착하지 않고 이별할 수 있습니다. 유한한 사랑과 유한한 관계를 인정하면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서 더 풍성한 교제를 할 수 있습니다." 죽음은 유한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되뇌이게 하고, 과정을 중시하게 되며 인간 관계에서 끝을 생각하며 순간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과학은 이성적 기대를 하게 함으로서 자신의 회복탄력성이 높아지며, 새로운 시도를 스스럼없이 하게 된다. 이명현 저자의 죽을 고비를 넘긴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으면서 과학과 죽음의 관계를 더듬어보며 조금씩 모든 두려운 현상(이별, 죽음, 실패 등)으로부터 T적인 생각, 과학과 이성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조금 더 의연하고 덜 좌절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 외에도 칼세이건의 자녀교육 등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두 과학자와 나와의 개인 대담같은 <별먼지와 잔가지의 과학인생학교>를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과학을 십수년을 배웠고 수도 없이 뉴스와 자료로 읽었건만,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은 초등학생에 불과했다고. 조금만 더 인문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철학적인 눈을 가지고 과학을 대하니 생각보다 과학은 우리에게 훨씬 더 인생을 넓고 풍요롭게 볼 수 있는 멋진 돋보기 안경 같은 진실이라고.
최재천 교수님의 <아마존>을 시청하고, 아들과 어린이 과학책들도 읽고 있지만, 이명헌, 장대익 저자가 수차례 반복해서 불러온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찰스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어보겠다고 굳이 집에 구매를 해두었다. 이 역시 나에게는 2024년의 큰 변화가 아닐까 싶다. 과학책방 갈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학 프로그램들에 지인들이 경험해보는 것이 꽤나 부러웠는데, 올해는 둘째 화니 손을 잡고 과학책방 갈다로 나들이 한번 가야겠다. 우리 지극히 F스러운 한국인들의 정신 건강과 건강한 과학 베이스의 미래를 위해 과학 커뮤니케이터 두분의 활약을 더 많이 해주셔야 될 성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기주머니 - 행복연구소
엘라 사리.안비 지음 / 리앙(Rien)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기주머니를 손가락으로 누르는 삽화가 그려진 표지. 개가 구급차를 쫓아가는 장면.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라는 청소년 소설 '공기주머니: 행복연구소'의 첫 인상이다. 실은 어떤 소설일지 표지를 보고는 가늠되지 않긴 오랫만이었다. (책을 다 읽어야 이해할 수 있다...)
뒷표지도 미스터 R 묘사 내용과 함께 두 소녀가 서로 마주보는 실루엣, 배, 구름, 나무, 피터팬과 같은 그림자 등 뭔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삽화가 그려져 있다. 희안하게 살짝 긴장이 되었다.
이 책을 처음 읽기로 마음 먹었던 이유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한국에서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된 엘라 사리와 프랑스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안비 두 작가의 공동 소설이라. 각 장마다 번갈아가면서 썼다. 게다 해외 입양 소재의 소설은 잘 없다. 언어 장벽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그래서 읽어보고 싶었다.

대학생 때 3년간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자원봉사자 활동을 했기에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갔다. 한국을 방문한 틴에이저 해외입양인 친구 알리, 에이미. 서울 시내 곳곳을 구경하고 다니던 추억들, 국제입양인 봉사자 워크샵 때 '마치 멈추지 않는 추'와 같다는 입양인 친구들의 진실된 이야기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고, 나도 어른이 되면 국내 입양을 고려해보아야지, 해외 입양인 친구들이 한국에 방문할 때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호스트가 되어야겠다 생각했었으니까.

막상 손에 잡으니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가 없는 청소년 소설이었다. 공기주머니 행복연구소에선 부모를 잃은 아이 율, 아미타.. 그리고 한나. 자신들 앞에 벌어진 한국, 인도, 프랑스, 그리고 정체모를 섬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의 선택은 단 하나도 없다. 부모의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한 입양,전염병 비상 사태가 와 길러준 부모와의 이별, 엄마인지 알았던 로봇의 정체를 밝혀내면서 주사를 맞고 생포되어 가야했던 섬. 아이들은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낯선 가정, 국가, 장소, 신분, 주변인들. 그럼에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성장기 소년, 소녀들의 정체성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할까.

사회에 적응하고 싶어도 어렵고 그렇다고 다른 세상을 찾기에도 이미 익숙해져버린 '이방인'으로서의 세상을 다루기에 SF적 장치가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기억을 간직'할 것인가, '선택적으로 지울' 것인가 공기주머니 행복연구소 속에서 말한다. 그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자신의 기억으로 간직하겠다는 건 바로 주인공 율이자 작가의 항변성 메세지 같이 느껴진다.

카티의 등 뒤로는 커다란 흰 벽이 있다.
그 벽에는 주막만 한 공기주머니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바로 아이들의 마음에서 캐낸 반짝이는 영혼들이다. 형형색색의 영혼 조각들은 당장이라도 주인을 찾아 돌아가고 싶은 듯 주머니 속에서 꿈틀거리는 중이다.
나.는. 공.기. 주.머.니.를. 터.트.리.는. 상.상.을. 한.다.
어쩌면 영혼 조각들은 알아서 주인을 찾아갈 것이다. 그 뒤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p61


지구의 모든 인간은 고유해. 너,나,그리고 모든 사람은 고유한 존재야! 그건 자유의지 또는 생각의 자유가 있는 덕분이야. 반면, 이 식물들은 서로 똑같을 수 밖에 없어. 자연은 식물한테는 선택권을 주지 않았어. 하지만 인간에게는 그러지 않았지......그러니까 자유롭다는 건 곧 우리가 무엇이 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거네요?
p95

나는 맹세한다. 다시는, 그 무엇도 내 영혼을 멋대로 조각내도록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P116



영혼을 가두는 공기 주머니.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이중 국가와 정체성에 대한 한계를 말하는 것일까.
행복 연구소는 반의적 의미로 씌인 공간인데 사실은 아이들을 통제하고 가두어두려는 곳이다. SF 배경에 대해 좀더 삽화를 넣었더라면 더 연결성 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분량은 짧지만 순간 순간 문장을 곱씹으면서 읽어야한다.
과연 주인공들이 가는 곳 행복 연구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독자들이 날카롭게 읽어보길 바란다.
묵직하면서도 사회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두 작가님들을 응원하고픈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고 직접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