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남녀
나혁진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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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서 썼지만 스포일러가 있을지도요...)


크게는 미스터리로 분류될, 그렇지만 서로 몹시 다른 장르소설들을 써 온 나혁진의 신작 [낙원남녀]를 읽었다.

(대충) 하드보일드와 스릴러, 학원물을 거쳐 이번엔 애거서 크리스티의 주특기,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

너무나 한국, 서울답게 묘사되는 낙원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유능하지만 범죄 피해 경험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유지혜가

우연히 괴짜 강마로를 만나 자기가 당한 범죄와 그 직전에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다.

피해자가 모두 낙원회라는 단지 내 봉사 모임 소속이기에 모임의 회원들을 차례로 만나며 진실에 다가가는데

크리스티 소설에서처럼 군더더기 없이 특징 뚜렷한 인물들에 한국적 디테일이 더해진 걸 보는 재미가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당연하게도 트릭이 중요한데, 아주 어렵거나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은 아님에도

단서들을 작품 전반에 꼼꼼하게 흩어 놓고 그걸 하나하나 모아 푸는 과정에서 작가의 능력이 돋보였다.


관련자들의 위증과 그 사연들이 하나씩 밝혀지는 가운데 피해자 지혜의 마음이 점차 열리는 것도 훈훈.

반면, 자칭 탐정 마로의 능력은 모든 면에서 조금씩 부족해 보이는데

그 행동들이 귀여운 허당과 불쾌한 부적응자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기에 때론 지혜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대책없는 긍정으로 지혜를 사건 가운데로 밀어넣어 진상을 마주할 용기를 준 것이 마로의 그런 모습일 터.


마로 캐릭터의 행동 일부와 두 주인공 사이의 감정선이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전작보다 발전한 걸 느꼈고,

익숙한 배경의 유쾌하고 꼼꼼한 미스터리라 무척 즐겁게, 열대야 더위도 잠시 잊고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나혁진 작가가 다음엔 또 어떤 미스터리를 들고 올지 궁금하지만 유지혜 강마로 콤비의 이야기여도 좋겠다.

(특히 강마로가 좀 더 사람 되는 이야기였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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