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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주인공이자 화자인 로게르 브론은 최고를 자부하는 헤드헌터이면서 부업으로 고가의 미술품을 훔칩니다. (미술품 정보는 그의 고개을 면접하는 과정에서 빼내는데... 이런 직업윤리를 갖고 최고를 자부할 수 있는 겁니까? ㅠㅠ) 이런저런 컴플렉스를 갖고 미인 아내를 완전히 믿고 사랑하지는 못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의 소개로 GPS 회사 임원에 안성맞춤인 남자 클라스 그레베를 만나며 인생이 꼬이게 됩니다.
설정이 조금 과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인공은 마치 몇 겹의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져요. 헤드헌터로서의 일, 면접에서 사용하는 FBI 수사 기법, 미술품 절도, 컴플렉스, 아내와의 관계, 아버지와의 관계, 단 한 번 있었던 불륜, ... 다 읽고 나면 모든 설정들이 이야기에 보탬이 되는 것을 알 수는 있는데, 뭔가 부페에 가서 의도치 않게 과식한 느낌도 듭니다. 주인공의 성격이 조금 더 친화적이었다면 이입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해요. 원체 재수없는 모습을 좀 보여서 말이죠.
스릴러답게 사건이 생기고 난 후의 전개는 빠르고 긴박합니다. 수위가 꽤 높은 묘사도 등장하고요. (성적으로나 폭력적으로나 북구 소설들은 좀 더 건조하고, 그러면서도 그러면서도 수위가 높다는 느낌을 받네요.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작가가 나름대로 공정한 추리 게임을 심어 둔 것입니다. 주인공에게 이입해서, 도대체 어떻게 이 상황까지 온 거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생각하시며 책을 읽으신다면, 주인공의 행동들을 이해하며 지나가실 수도 있을 거예요. 제 생각에 결정적인 힌트가 두 번 나오는데, 제 경우 첫 번째 것은 미묘하게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두 번째 것은 꽤 이질감이 들어 뭔가 이상하다 싶지만 이면의 의미는 결말부에 다다라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오랜 초급 독자... -_-;)
미술품 관련한 이야기도 쏠쏠하게 등장하니 흥미가 생기기도 합니다. 검색해 보시면 어떤 분께서 블로그에 소설 속에 언급된 그림들 이미지를 모아 두시기도 했더군요. 중요한 아이템인 루벤스의 그림은 현재 실제로 LA 게티 센터에 있다고 하니 이야기가 한 층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년에 갔었는데 그 그림이 있을 법한 고전관은 가지 않은 것이 이제사 좀 아쉽네요.)
아쉬운 점이 조금 있지만 기본적으로 잘 짜여진,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이고 진상 파악에 중점을 두시는 독자라면 아주 빨리 파악하시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더욱 즐겁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