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 낸 거짓 감정이다! 라는 소개문에 시선이 꽂혔다. 왜냐하면 실제로 불안증 스펙트럼에는 공황장애, 광장 공포증, 선택적 함구증 등 원인을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인지적 질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증상에 따라 회피, 관심을 유발하는 신체증상 및 고통 호소가 동반하기 때문에 "꾀병"처럼 보일 수 있고 실제로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다. 그러나 실제 공황장애로 고통을 겪어본 나로써, 조금 안일하게 느껴지는 소개문이었다.
저자는 불안이라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과거의 경험이나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인지적인 착오로 인해 유발되는 감정이다. 즉, 불안이라는 감정이 아예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와 동반되는 심적 고통은 인정하되 수용하는 태도를 조금만 고친다면 불안을 소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불안의 철학>에서는 이처럼 우리가 "불안"이라고 명명한 다양한 감정에 대처하는 방법을 아주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선, 불안을 유발하는 것들이 무용(無永)함을 인지해야한다. 불안을 유발하는 고통스러운 과거와 알 수 없는 미래는 실재하지 않는다. 실재하는 것은 지금 직면한 현실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가 겪는 불안의 절반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부재, 절망, 실패 등의 감정이 불안을 발현하는 요소임을 지적했다. 우리가 당면하는 감정은 틀림없는 실재이지만, 그 안에서 불안을 발견하고 고통으로까지 승화시키는 것은 우리 본인인 것이다.
물론 현재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당사자에게 "그 원인이 당신에게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습니다","정면으로 맞서지 못한다면 마음가짐을 달리 해보십시오" 와 같은 조언을 해도 큰 효과는 없다. 병원 치료를 받아도 상담자에게 과거에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열거하거나, 두근거림과 각종 신체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물을 처방받을 뿐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불안의 철학>을 읽는다. 되려 해결하고자 하는 집착을 내려놓고, 차분히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금 내가 겪는 불안의 대상과 목적은 무엇이고, 또 그것을 "불안"이라는 명분 하에 실체없는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사유한다.
그래서 <불안의 철학>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는 갖가지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떻게 그것을 반전시키고 때로는 수용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소개문에 "냉철하다"라는 표현이 적혀있지만, 알고 보면 "매우 친절한" 불안 설명서라고 느껴졌다. 마치 말씨은 친절하지만 핵심은 피해서 가르쳐주는 상사가 아닌, 내리 꽂는 발언이나 직접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상사의 느낌이랄까. <불안의 철학>은 종종 스스로의 마음이 단단해져야함을 강조하는 듯 해서, 현재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조금 차갑고 낯선 조언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말씨는 친절하지만 핵심을 피해서 가르쳐주는 상사(결국 얻어가는 것이 없음)와 내리 꽂는 발언이나 직접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상사(마음만 먹으면 잔뜩 배울 수 있음)를 선택하는 것은 이제 본인의 몫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불안을 타파하고 삶과 본인을 더 관용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본 서적은 리딩투데이에서 지원하는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