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다. 아돌프는 아주 오만하다. 하다못해 마음의 파동을 걷잡을 수 없으면 하나라도 놓치는 법인데 엘레노르와의 관계 완급조절을 화가 날 정도로 한다. 그것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이별하고 엘레노르는 파국을 맞이한다. 결국 아돌프는 엘레노르의 완전한 무너짐 이후 그녀의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간다.
책을 덮고 처음 느낀점, 등장인물 중 자주적인 사랑을 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는 것이다. 엘레노르에 대한 은근한 멸시를 즐기며 그 누구보다도 숭고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믿는 아돌프, 아돌프의 사랑은 몰아치는 감정과 자신을 지켜주는 사회적 울타리 안을 맴도는 하루살이 같았다. 단 몇분 안에 죽어버리는 사랑,(사랑이라 부르기도 애매하다.) 엘레노르에 대한 사랑을 목적으로 움직인 것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엘레노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지위적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모든 것을 갖고 싶어했던 그녀는 뒤돌아서야할 때를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다. 특히 어느 시점을 지나면 아돌프에게 움켜져 고통으로 가득찬 사랑을 즐기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피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완전한 파멸로 마무리 되는 엘레노르의 모습은 자주를 잃은 사람 그 자체였다.
<아돌프의 사랑>은 불편했다. 젊다 못해 어리고 모자란 사람이 사랑이 전부인 사람과 엮일 때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모두 나열한 듯 했다. 뿐만 아니라 심리 묘사를 아주 치밀하고 단촐하게, 한 줄에 파악할 수 있게끔 표현했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과 제한된 상황은 로맨스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가미되어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스릴러 작품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짧고도 명료한 서사, 그러나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스토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아돌프의 사랑>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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