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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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김유경 옮김

현대지성 펴냄


단촐한 문장을 좋아한다. 문장이 간결하고 단호할수록 안에 담긴 의미가 잘 전달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문장을 작성할 때 장황하게 작성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막상 적어두고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사람을 얻는 지혜>가 그렇다. 단촐한 문장에 납득가는 설명, 제목부터가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제목은 <사람을 얻는 지혜>지만 사람을 얻는 일 뿐만 아니라 적당히 멀어지기도, 적당히 이용하기도 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몇가지 기억에 남는 가르침을 정리하면서 마음에 새기기 위한 기록, 을이 되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맞춰주고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결점을 숨길 수 없다면, 숨겨라

35쪽

치명적인 패를 보여주는 것만큼 미련한 행동도 없는 것 같다. 간혹 결점 혹은 단점을 드러내며 친분을 쌓으려는 경우가 있다. 상호 득실관계가 없는 경우나 무조건적인 애정이 수반되는 경우(예 : 가족) 결핍된 부분을 드러내면서 돈독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 속에서 결점을 드러낸다면 공격받기 십상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운이 따르는 사람 곁에 서라

57쪽

맹목적인 운이 아니라 '불운의 전염성'에 대해 역설하는 구절이다. 불행은 마약과 같아서 한 번 불행의 늪에 빠지면 끊임없이 대부분의 상황을 불행으로 몰아간다. 발타자르는 가진 패를 버릴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불운을 끊어내는 것은 행운을 받아들이는 시작점임을 기억해야겠다.

최선을 다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90쪽

처음부터 잘하면 끝까지 잘해야하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백 번 잘하다가 한 번 못하는 것은 백 번 못하다가 한 번 잘하는 것보다 강렬하다. 발타자르는 낮은 일에서 탁월하면 하찮은 일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의 경중을 따져 중요하지 않은 일에 열을 쏟는 일을 지양해야겠다.

어리석은 자가 친구에게서 얻는 유익보다 지혜자가 적에게서 얻는 유익이 더 크다

142쪽

처음에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쉽사리 파악하기 어려웠다. 뒤에 따라오는 "많은 사람들이 적들 덕분에 위대해졌다"는 단락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혜로운 자는 아군의 곁에서 마음을 놓고 있는 것보다 적군의 옆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것을 추구한다.

쉽게 믿는 사람은 금방 수치를 당한다

191쪽

"남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쟁이임을 보여주는 징표" 상황을 무작정 의심하는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발타자르는 쉽게 믿지 말것을 누군가를 의심하라는 의미가 아닌,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지혜로운 처사임을 언급했다. <사람을 얻는 지혜>에서는 본인에게 해로운 행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구절이 종종 등장한다.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거짓이 결과적으로 해롭다는 점 또한 기억해야겠다.

한순간의 쾌락이 평생의 수치가 될 수 있다

247쪽

인내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구절이다. 일부 사람들은 참는 것을 미련하다고 여긴다. 발타자르가 강조하는 인내는 무조건 참아내는 선인의 인내가 아니다. 사사로운 정념에 순간 휩쓸리지 지혜를 말한다. 그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순간적으로 넘어오는 충동을 다스리지 않으면 삶 속에 수치스러운 기억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당신의 교활함을 현명함으로 바꾸라

259쪽

발타자르는 현명함이 교활함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런데 현명함과 교활함이 동일 선상에 있는 점이 조금 의아했다.

현명 : 어질고 슬기로워 사리에 밝음.

반의어 - 현명의 반의어는 없음

어질 현의 반의어 - 어리석을 우

밝을 명의 반의어 - 어두울 암

= 농매, 무지

교활 : 간사하고 꾀가 많음.

반의어 - 정직 :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

현명과 교활은 사리에 밝고 명민하다는 뜻을 포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교활의 반의어는 도덕적인 가치를 가진 "정직"인 반면 현명의 반의어는 "무지" 정도로, 어떤 가치도 들어있지 않은 空의 상태에 가깝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도덕적인 결함이 있지만 그것을 잘 감추고 극복해 현명함으로 변모할 것을 역설한 것이 아닐까?

반응하지 않는 것도 반응이다

325쪽

반박하는 사람에게 반응하지 말고 신중할 것, 발타자르가 꾸준히 언급하는 가치 중 하나는 중용인 것 같다. 어느 한 쪽에만 치우치지 말고 항상 주의할 것을 강조한다. 언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장단이 있다. 발타자르는 언쟁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지거나, 신세를 망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조건 이기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그것을 승패가 갈리는 싸움이 아닌 사사로운 일로 만드는 것은 그것을 당하는 쪽에서 선택할 수 있는 일이다.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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