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 : 프랑스 사람들은 너무 자주 터무니없는 감상주의에 빠지는듯
주어만 바꾸면 내가 쓴 일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디테일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십자가와 열쇠'여관의 S 부인에게 놀라운 소식을 듣는다. 바버라 블렌킨솝의 약혼자라는 남자가 그곳에 묵고 있는데 노부인이 만나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남자는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지만 굉장히 점잖은 신사라고 한다. 그러더니 내게 묻는다. 아기가 생겨도 히말라야에 가는 게 괜찮을까요? 한참 이런저러 얘기를 주고받은 뒤에야 이 모든 게 남의 사생활이라는 사실이 떠오르다. 어쨌든 뒤에서 쑥덕거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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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이야기를 하던 도중 느껴지는 자괴감, 어쨌든 뒤에서 쑥덕이는건 바람직 하지 않다. 100년이나 지금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다 해놓고서 아차 하는 맘이 드는 것은 다르지 않구나. 가끔 이렇게 사는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사회적 동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사실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데, 표현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비난하고 있는데... 이런 고민은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를 읽다보니 말 그대로 '터무니없는 감상주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 사는 모냥 다 비슷한데, 나라고 다를 바 있을까? 이상하게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는 근래 읽은 작품 중 가장 큰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