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이라는 단어를 듣고 떠오르는 느낌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관심은 있지만 역량이 부족해 글쓰기를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쓰는 습관>은 글쓰기를 좋아했던 한 소녀가 블로그를 개설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프리랜서 기자가 되기까지 일군 방법을 공유한다. 그녀의 책은 다정한 친구가 손을 맞잡고 알려주듯 즐겁고 소탈하다. 어라, 이 정도면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기대감이 올라온다.
저자 이시카와 유키가 <쓰는 습관>에서 강조하는 몇 가지 규칙들이 있다. 그것은 즐거움, 꾸준함, 솔직함이다. 그녀 역시 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즐거움을 되찾고 싶었고, 이런저런 일들을 일단 꾸준히 기록했으며 마음을 담은 글쓰기를 통해 인생을 바꾸었다고 언급한다. 책 <쓰는 습관>이 매력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가 되기 위해 투지를 갖고 직진해라!" 가 아닌 "난 이렇게 하니까 너무 좋았는데 너도 할 수 있지 않을까?"가 통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귀여운 삽화와 타인(불특정 다수, 독자 모두)을 배려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심이었다.
우리가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글쓰기를 그만 두는 이유도 못지않게 다양하다. 나 같은 경우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제대로 시작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누군가 비평을 한다고 가정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저릿하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또한 마음을 솔직하게 적는 일, 아직까지는 부끄럽다. 그리고 마음을 적어내려가다보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를 배설할 수도 있는데 독자에게 전달될 불편함, 그것을 감당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랬을까, <쓰는 습관> 168쪽의 내용은 이런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듯 했다. 저자 이시카와 유키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과 누군가에게 상처받는 상황에 단호할 것을 제시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세심하게 신경을 쓸 것을, 글쓰기로 특정 공간의 선순환을 도모할 것을 말이다.

매력적인 삽화, <쓰는 습관>은 귀여운 만화가 새 목차를 열어준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마음의 부담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일까. 그녀 또한 무거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쓰는 습관>을 찾는 독자의 마음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목차 하나 하나 넘어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들켰다고 느꼈음에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은 왜일까. 정말이지 글쓰기를 오래 해온 친구가 꼭 붙어 앉아 다정하게 설명해주는 듯한 책이다. 삽화를 누가 그렸을지도 궁금하다.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줄 용기가 생겼다. 그런데 위기가 닥쳤다! 꾸준히 글은 쓰지만 독자들이 금방 흥미를 잃는 것 같다. 이유가 뭘까?
저자는 독백이 아니라 누군가 읽는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주제를 갖춰야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일상을 나열하며 글쓰기 자체에 흥미가 생겼다면 그때 부터는 일상에 의미를 담는 연습을 해야한다. 글에 사소한 일상의 작은 깨달음을 담아내는 연습이다. '아, 이 작가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이렇게 느꼈고 이런 점을 배웠구나'의 힘은 크다. 경험을 나열해 공유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느낀 특별한 감정과 소중한 교훈을 나누는 것은 누군가가 "나"의 글을 꾸준히 찾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쓰는 습관>, 결국 용기만 잔뜩 주고 글을 쓰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거야?
걱정 마시길. 후반부에는 구체적인 기술이 설명되어있다. 글쓰기를 습관화 하는 기술,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기술, 글쓰기가 즐거워지는 기술 등 저자 본인이 글을 쓰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느낀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글쓰기를 습관화 시킨 다음 권태로움을 극복하고, 글쓰기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마무리까지. 세심하고 다정하다.
사진으로 첨부하진 않았지만 마지막 페이지의 [오늘의 글쓰기 소재]가 가장 좋았다. 글쓰기는 하고 싶은데 어떤 글부터 써야할지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라인이다. 글쓰기 강의, 브런치 작가 등 일반인의 작문 진입장벽이 낮아진 요즘, 나 또한 최근에 개설한 브런치 채널에서 이 가이드라인을 시도해보고자 하고 있다. 만일 플랫폼에서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예비 작가"라면 이시카와 유키의 <쓰는 습관>으로 건강하고 따뜻한 작문 습관을 오래토록 곁에 둘 수 있기를 바란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