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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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여간 임직원 1천여억원 빼돌려... 환수율 11.6%통과 "

" 횡령 사고 터질라, 행원 시재금 줄이는 은행들 "

근래 언론사들의 헤드라인이 심상치않다. 어느 은행이라 할 것 없이 횡령 사건이 일어났음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른바 '대횡령의 시대'로 불리며 재테크, 코인 열풍에 편승해 거금을 벌겠다는 허황된 욕심으로부터 비롯된 횡령,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재발된 횡령 등 금융권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놀랍게도 이 세태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한 작품이 출간되었다.

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민경욱 옮김, 인플루엔셜 출판

5월에 나온 소설 <샤일록의 아이들>은 이런 국내 상황을 미래로 가서 보고 온 듯, 금융계의 빛과 어둠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옴니버스 방식으로 이루어진 열 편의 연작소설인 <샤일록의 아이들>은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지점에서 100만엔이 비는 상황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뒤를 캐던 직원 니시키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100만엔의 행방


내가 아니야.

내가 훔친 게 아냐!

용의자 1. 기타가와 아이리

도쿄제일은행의 창구 직원, 집이 어려워 월급의 반을 집에 내놓는 상황이다. 현재 미키 데쓰오와 사내연애 중이다. 어느 날, 아이리의 책 속에서 돈다발을 싸는 띠지가 발견되었다. 이대로라면 영락없이 범인으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용의자 2. 한다 미키

휴게실에서 띠지를 발견한 장본인, 미키 데쓰오의 전 연인이다. 여러자기 이유로 아이리를 좋아하지 않는 듯 하다. 니시키 대리가 지문 감식을 했다는 말을 듣고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본인이 띠지를 넣었다는 고백과 함께 퇴사한다.

용의자 3. 후쿠카와 가즈오

나가하라 지점의 부지점장, 고졸채용으로 들어와 동기 중 제법 빨리 출세했다. 철저한 결과주의로 위계질서를 중요시한다. 사건 이후, 사라진 100만엔의 행방을 묻어버리고 모두 분담해서 내자고 명령한다.

용의자 4. 미키 데쓰오

기타가와 아이리의 연인으로, 부유한 자산가 집안의 아들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예금은 만엔을 밑돌고 있었다. 정기예금도 없는 상태. 그는 어떤 사람인걸까?

예삿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니시키는, 이 사건을 파보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다. 비단 100만엔 횡령뿐만 아니라, 더 깊은 어둠과 연관되어 있음을, 그리고 지금 여기, 나가하라 지점 직원 모두 범인과 한 번 이상 마주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니시키의 실종

지금부터 일주일 전인 7월 10일, 남자는 직장을 무단결근했다.

... 그 남자, 니시키 마사히로는 어떤 조짐도 없이 갑자기 모습을 감춘 것이다.


니시키,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 성희롱에 가까운 농담을 던지면서도 자기 사람은 충실히 챙기는 열혈남, 대리로의 진급이 마지막인 것으로 보아 승진은 영 틀린 것 같다. 그의 실종 이후 같은 과 다케모토 나오키는 니시키의 행적을 밟는다. 니시키의 사물함에서 발견된 지문 채취 도구, 스테이플러, 미스테리 서적, 띠지. 니시키의 실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은 분명 이 안에 있다. 

그런데, 띠지가 없어졌다. 분명 비닐 속에 잘 보관해두었는데, 띠지만 사라졌다. 그렇다. 범인은 증거를 없애기위해 띠지를 갖고 사라졌다.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 누군가 나오키의 뒤를 밟고있다. 관자놀이를 타고 땀이 주르륵 흐른다. 니시키는, 실종된게 아니다. 그는... 살해된 것이 아닐까? 

다음 날, 다케모토 나오키는 히로시마 지점으로 가라는 전근 발령이 떨어졌다. 융자과장으로 승진이 수반된 인사였다. 우연의 일치일까, 분명 당신들 붕에 현금 도난과 니시키 실종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결국 다케모토 나오키는 아무 말도 못한 채 나가하라 지점을 떠난다.

또 다른 죽음

다녀올게, 나중에 봐.

3년전 8월, 말일을 앞둔 30일 아침이었다.

... 남편 아키히코가 하행선 급행열차에 뛰어들었다고 알렸다.

3년 전 8월, 하루코 가다노는 남편 아키히코를 잃는다. 도대체 왜 죽었을까. 아키히코, 당신은 살고 싶지 않았던 거야?

은행 창구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는 하루코는 영업과장 다카시마 가오루의 부탁으로 니시키의 개인 사물과 위로금 전달받았다. 그리고 니시키의 부인에게 전해주기 위해 사택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카하시를 만나 니시키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다. 니시키는 형이 경영하던 회사의 연대보증으로 큰 빚을 지고 아내와 별거중이었다. 밝은 모습이었던 니시키 대리의 모습이 스친다.

그러던 와중, 하루코는 니시키에 대한 서류를 차근차근 읽게 된다. 또 다시 알게된 놀라운 사실, "그 사람"과 모종의 거래자 이시모토 고이치, 니시키 마사히로는 오래 전부터 엮여 있었다는 것이다.

약 4년전, 아카사카 지점에서 근무하던 니시키는 아카사카 부동산의 이시모토 고이치를 신규 고객으로 유치했다. 동시에 같은 지점에서 근무한 "그 사람"은 이시모토와 유착관계의 거래를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드러난 지금, "그 사람"은 이시모토와의 불법 거래와 니시키의 살해를 고백했다. 그러나 이미 이시모토는 은행에서 횡령한 거금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세 사람의 지독하고 희한한 악연, 그러나 "그 사람"은 살인에는 가담했지만 실제로 니시키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시모토임을 언급한다.

이시모토를 유치한 니시키, 어쩌면 이시모토에게 이용만 당한 "그 사람", 니시키는 정말 죽었을까? <샤일록의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물음표를 던진다.

다시 원점으로

3년전 11월, 남자는 지점 영업과 대리로 임명 받는다.

하루코의 남편 아키히코가 사망한 지 세달 후 아카사카 지점으로 발령받는 니시키, 그는 3년 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는 또 다른 은행원이 된다. 


<샤일록의 아이들>은 작가 이케이도 준이 과거 미쓰비시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픽션이다. 그래서 행원이 아니고서는 모를 법한 디테일을 작품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이 끝날 때까지 누가 범인인지 추측하는 재미가 제법이다.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소거해가며 진행되는 단편들이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까지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샤일록의 아이들>은 은행이라는 조직을 통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이들이 살아남는 방식을 그려내고 있다. 책을 수령하고 세 번 정도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행원들간 교묘하게 얽힌 인연의 톱니바퀴와 관계의 빛과 어둠, 의리와 배신이 뒤섞인 세계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이케이도 준은 이 작품을 '나의 소설을 쓰는 방법을 결정한 기념비적인 한 권'이라고 명언했는데, 희소식으로 올 해 이노하라 요시히코 주연으로 <샤일록의 아이들>의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한자와 나오키>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 책을 먼저 읽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 <인플루엔셜>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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