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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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당신들이 나를 찾아온다.

당신들은 내게 말한다.

우리를 위해 살아달라고.

삶에 대한 의무감이 나를 에워싼다.

그래서 나는 당신들을 죽인 그들을 죽일 수가 없구나.

붉게 타오르는 태양 속에도

나를 응시하는 당신들의 눈빛이 있다.

푸른 숲속에도

내게 손짓하는 당신들이 있다.

당신들이 빌려준 목소리로.

지저귀는 새들이 나에게 말한다.

당신들이

내 목숨을 살려주었다는 것을.

(1946년, 프랭클의 시)


1905년에 태어난 빅터 프랭클, 그의 어린 시절은 따뜻하고 즐거웠다. 여느 행복한 가정의 서사가 시작될 때 등장하는 이야기처럼 엄격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와 늘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 친구같은 형과 여동생까지. 그런 그가 세계적인 심리학자, 로고테라피의 창시가가 되기까지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인생 자체가 로고테라피 심리학의 대표적인 표본이 되어, 지금까지도 역경을 인생의 걸림돌이라 여기는 많은 내담자들의 한 줄기 빛이 되주고 있다. 이런 그의 이야기를 담은 [빅터 프랭클]은 경어로 시작되어 유머러스한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과는 대비되는 어둡고 비극적인 그의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생 전반에 걸쳐 그 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하나의 연구로써 승화시킬 수 있었는지 제시한다.


로고테라피가 안내하는 '삶의 의미 찾아내는 법'

① 창조가치 :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② 체험가치 :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③ 태도가치 :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자주 접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는 다르게 빅터는 현실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할 것을 명시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무의식과 사회의 규범은 항상 갈등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삶은 시련의 연속이라 한 반면, 빅터는 무의식보다 현재 본인이 처한 환경에 닥친 시련을 극복하고 그 것을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빅터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가 아내와 부모님, 형을 잃고 만신창이가 된 채 현실로 복귀했다. 지옥과 다름없었던 곳에서 그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로고테리피 정신에 입각한 그의 정신력 덕분이였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인 현실을 부정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느니 오히려 그것을 직면해서 작품으로 승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용소 이후의 빅터가 제시한 로고테라피는 다소 무겁고 깊은 느낌을 받았다. 책에 따르면 빅터는 선천적으로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언급된다. 이는 그가 애초에 삶을 즐기고 사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특화되어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닥친 시련에 대해 무의식과 미련이라는 방해요소로 발목을 잡히지 않고 앞으로 진전할 수 있었다. 수용소 이전의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가 마음의 공허함과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키고 경험으로써 받아들일 수 있게끔 도모했다면 수용소 이후의 로고테라피는 버틸 수 없는 시련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그것을 삶의 의미로써,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발판으로써 역할에 충실하다. 단순히 삶의 시련을 넘어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무의식에 가둬버리지 않고 삶의 일부분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좋아하는 철학가 에밀 시오랑은 말했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인간에게 최선이다."

그렇다. 태어났다면 고통과 시련은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빅터 프랭클의 가르침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미 태어난 나라는 존재가 세상에 덩그러니 놓여진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빅터는 그의 삶 전체를 바쳐 고통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삶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기꺼이, 즐겁게 받아들여 마음의 면역을 키우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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