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 1984Books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황금빛 예수 수난상 앞에서 느낄 법한 육중한 고요함이 다가온다. 오래전 십자가로 흡혈귀를 멈추게 했듯. 술라주의 시각은 그 강렬함으로 죽음마저 멈추게 한다.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빛이 내 뇌를 조직한다. 대들보를 세우고, 애도를 겉에 두른다. 연회검 끝의 섬광처럼 반짝이고 빛의 무도를 여는 참수처럼 날카로운 검은빛이다. 그의 작품은 대기를 불러들여 절벽에서 거센 바람을 일으킨다. 나는 현대 작가의 작품이 아니라 원시시대의 작품 앞에 서 있는 듯하다. 술라주의 그림은 일부분이 관람객의 시선으로 완성되는 참선의 집과도 같다.


그리고 보뱅이 이런 감상을 남긴 술라주의 작품 중 하나….

나는 현대미술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멀었다. 아마 앞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대미술에서 원시시대를 발견하는 보뱅의 통찰력. 작가는 아무나 될 수 없을 성 싶다. 반절 정도 읽은 환의의 인간, 보뱅은 죽음이라는 주제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직전에 읽은 [그리움의 정원에서]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본인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직전까지갔거나 혹은 죽을만큼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인간과 신, 죽음, 시간 등에 대해 이만큼 서술할 수 있었을 듯 하다. 극한의 고통을 겪어본 자들만이 달관의 경지에 이른다던데, 비슷한 경우인걸까?


본 서적은 리딩투데이에서 지원하는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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