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장부터 벤드릭스의 숨막히는 집착이 느껴졌다. 모든 것을 신경질적으로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인공.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때문이겠지만 그의 신체적인 결핍에서 비롯된 삐딱한 정서도 한 몫 한 듯하다.
증오와 사랑이라는 양가감정 사이에서 오가는 그의 모순된 행동들.
그리고 사랑의 행위를 죽음이며 평화라고 묘사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쩌면 증오를 즐기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느낌도 든다. 벅차오르는 미움을 감당하지 못해 오는 고통을 격렬하게 음미하고 있는 것이다.

세라에 대한 본인의 증오가 사랑만큼이나 결함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벤드릭스,
그에 반해 세라에 대한 헨리의 사랑은 고요하고 깊은 바다같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는 흉측한 내장이 잔뜩 보이는 심해동물로 가득한 깊은 바다.
어둠을 먹으며 깊은 곳에 숨어있음에 안정을 찾는 깊은 바다는 세라가 공식적인 본인의 부인임으로 자기 위로를 하는 그의 모습과 닮아있다.
파키스와의 은밀한 만남까지 마무리지었다.
길지 않았던 2장까지의 서사에서 [사랑의 종말]이 왜 증오에 대한 소설인지 알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