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평소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애청하고 있었고 해당 프로그램 시청 중에도 많은 고증 오류와 단순하면서도 성급한 결론 그리고 교양 및 입문서 수준의 깊이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었다. 하지만 199회에 달하는 장기 프로젝트에서 이 정도 수준의 전쟁사 프로그램은 일찍이 없었고, 또 앞으로도 쉽게 볼 수 없을 것이기에 그런 단점보다는 방대한 전쟁사에 대해 주제별로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는 장점이 훨씬 돋보였다. 또 하나 비전공 분야에 대해서 비록 아쉬움이 있었지만 리더의 조건이나 역사적 문제 인식과 관련한 임용한 교수의 분석과 통찰에 대해 깊이 감탄했던 것도 적지 않은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를 모두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1.고대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반가웠다. 우선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고증 오류가 많은 부분 바로잡혔을 것이라 기대되었고, TV 프로그램 시청 중에도 이세환 기자의 무기고가 방송 분량 상의 이유로, 기타 다른 이유로 가장 많이 편집되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는 소장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 매력적인 소재 중의 하나임이 분명한 무기 이야기의 조금 더 깊이 있는 분석을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머리말과 차례를 보는 순간 이 책은 글쓴이의 기대와 거리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먼저 311페이지 분량의 한권의 책으로 11개의 거대 전쟁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한 챕터도 두꺼운 한 권의 책으로 다 분석하기에 모자랄 내용인데 이것을 하나의 챕터에 다루고 있으니 교양서 내지 입문서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차라리 앞서 언급했듯이 무기에 대한 이야기에만 집중했었다면 이 책의 구성과 분량이 납득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리말에 나오는 저자의 무기는 결국 전쟁에 쓰이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전쟁의 배경은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가 반드시 들어갈 필요가 느껴졌다.”라는 말과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 얘기했던 역사 이야기를 필자 나름대로 재구성해서 넣어주면이라는 말처럼 이 책은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내용을 요약해서 책으로 재출간한 수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책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고증 오류와 결론의 단순화란 단점을 그대로 범하고 있는 부분도 매우 거슬렸다. 챕터1의 그리스를 페르시아에 비해 문명의 수준이 팍팍 떨어지는 별 볼 일 없는 변방의 깡촌으로 묘사하거나 그리스 철학자들을 대중선동, 정치음모, 권모술수에 능한 양아치 집단에 비유한다던지 도편추방제를 단순하게 평등한 바보들을양산하는 정치 시스템으로 단편적으로 보는 부분은 페르시아와 그리스를 단순 비교 분석하는 데는 편리할지 모르나 역사를 다루는 사람의 전문적 시각이 아닐 것이다.

   챕터2의 살라미스 해전은 그나마 당시 해전에서의 전선戰船 비교나 해전 전술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 하지만 끝부분의 테미스토클레스의 도편 추방에 있어서 다시금 원인의 단순화가 일어난다. 저자에 따르면 테미스토클레스는 당시 그리스 정치가들의 탐욕, 무능, 시기심 등에 의해 도편 추방된 것으로 설명된다. 그렇지만 플루타르코스에 의하면 탁월한 혜안과 군사적 재능,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테미스토클레스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그는 명예욕과 금전욕이 대단한 인물이었다. 저자는 테미스토클레스를 그리스의 이순신으로 만들어 찬양하고 그를 탄핵한 정적들은 몹쓸 정치인들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 소설의 흥미진진한 구도이지 역사는 아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델로스 동맹의 동맹 부담금을 강취하는 언행과 본인 스스로의 성격적 단점에 의해 도편 추방되었고 그의 정적은 무려 정의로움과 가난함의 대명사였던 아리스티데스였다.

   그 외의 다른 챕터는 글쓴이가 평가할 능력이 부족하여 달리 언급할 것이 없었지만 챕터72차 포에니 전쟁 부분은 <토크멘터리 전쟁사>의 고증 오류 부분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알프스를 넘었을 때 보병 9만이 2만으로 줄었다든지, 카르타고 본국에서 한니발이 로마 전역을 휩쓴 15년 동안 밀 한 톨 지원해주지 않았다든지 방송 당시에도 수많은 비판을 받았는데도 버젓이 그대로 서술되어 있다.

 

   글쓴이 혼자만의 기대라는 기준을 버린다면 <토크멘터리 전쟁사> 이세환 기자의 밀리터리 세계사 1.고대편은 쉽게 접하기 힘든 역사라는 분야를 이해하기 쉽고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역사 입문서의 역할은 톡톡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듯이 뒤에 나오는 작품이라면 전작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계속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는 것은 글쓴이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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