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배달어플

중-고등학교 시절, 배달어플이 유행했던 것 같다. 아파트 1층에 쌓인 배달책자를 대신하여 배민이나 요기요 어플이 점차 등장하고 있을 시기였다. 그때 우리학교에는 배달 오토바이를 탄 고등학생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학교 근처에 배달 오토바이를 두고, 아르바이트로 배달을 시작하던 친구들. 그래서 배달 기사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때 한창 티비에서는 콜수1위 지역의 1위를 찍는 배달 기사를 취재한 방송도 있었다. 점심이면 배달로 바쁜 직장인 밀집 지역에서 작은 오토바이로 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 다니며 여러 음식을 한 번에 배달하고, 그것으로 많은 연봉을 벌어 들인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며 배달기사를 추천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워크인으로 배달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건당 배달'을 부업으로 하는 것을 어플 내에서 권장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배달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배달료가 기사에게 많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래야만 이 배달 천국이 이해가 갔다. 많은 돈을 주니까 이들이 자신의 위치를 GPS로 보이는 데 동의를 하고, 가게에서는 높은 배달료를 손님에게 청구하는 것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그 돈이 배달 기사가 아닌 플랫폼에게 더 많이 돌아간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배달 어플에 등록한 가게들에게 많은 돈을 떼어 간다는 것은 알았지만 배달 기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니까 그리 많은 돈을 빼앗아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놀라운 점은 배달 플랫폼이 랜덤으로 배달비를 지정하고, 콜을 잡아준다는 점이었다. 플랫폼의 말대로 이들이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체라면 적어도 일을 선택할 권리는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게다가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추천을 해 준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건물이 빼곡한 곳이나, 다리가 있는 곳, 경사가 가파른 곳은 실제 주행을 기준으로 추천을 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배달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배달 플랫폼의 문제가 무엇인지, 이것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 등을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플랫폼은 그저 편리성에만 머물렀는데, 이제는 나의 휴대폰에 설치된 많은 배달 어플에 대한 문제를 고민해 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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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사고의 순간은 찰나이지만, 사고에는 맥락이 있고 이야기가 있다. 라이더의 생계와 기업의 이윤, 소비자의 편리라는 복잡한 욕망의 연대 속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p.205. 고급 아파트의 주민들은 냄새가 나고 건물이 지저분해진다는 이유로 배달을 아예 막아 버리자는 다수파와 그래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소수파로 나뉘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소수 의견을 존중하여 갈등을 해결했다.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게 평소 쓰지 않던 화물용 승강기에 배달원을 올려 보내자는 합의였다 .

📖p.254. 제도를 아무리 잘 설계하더라도 이윤을 중심으로 한 산업 형태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는 불가능하다. 배달 속도를 낮추기 위한 모든 아이디어는 산업의 혁신을 막는 규제로 읽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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