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4 - 남국 신라와 북국 발해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4
이이화 지음 / 한길사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정밀한 고증의 노력이 돋보이는 훌륭한 역사책이다. 우리세대가 학교교육에서 '통일신라'시대라고 배운 시기를 '남북국 시대'로 규정하고 새롭게 조명한다. 나는 확실히 이것이 올바른 견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통일신라시대라는 용어에는 고구려 유민들이 공들여 세운 발해를 우리민족의 국가로 포함시키는 의미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세밀한 자료고증을 통해서 발해의 건국, 전성기, 부흥, 패망의 과정과 정치, 경제, 문화까지 꽤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발해가 이민족 거란의 말발굽아래 멸망당하여 스스로 편찬한 역사서를 남기지 못하는 바람에, 그 역사는 '해동성국'이라는 이름만 남긴채 신비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아, 그리운 나라 발해! 발해라는 이름은 우리 민족에게 알수없는 그리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나라 이름인 것 같다.

발해는 전성기 시절에는 고구려의 3분의2가 넘는 영토를 차지하고 활발한 무역을 하였고, 당나라의 황제들을 겁나게 할만큼 외교력과 군사력에 있어서 강성한 나라였다. 저자의 말대로 발해가 이민족 거란에게 멸망당한 것이야말로 한국사의 가장 큰 비극이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남북한의 사학계는 무엇보다도 하루빨리 관련 자료들을 발굴하고 정리하여 발해사를 정당한 위치로 복원시키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다.

이 시대 우리민족사에서 또 하나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어려운 시대에 주변국의 해상무역을 장악하여 큰 힘을 떨치고 민중의 희망이 되었던 장보고의 비극적 죽음이다. 그는 정치안정과 국가경제에 큰 공을 세우고도 비열한 암살을 당하여 역적으로 대우받았다. 역사에 만약이란 단어는 없다. 하지만, 만일 그가 좀더 건전한 세력으로 더 오랫동안 건재했었더라면 신라사회를 썩어빠지게 만든 귀족중심의 골품신분제를 마감시키고 평민세력 중심의 새로운 정치체제를 이룩할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후삼국이라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중한 처신으로 마침내 유혈을 최소화하면서 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왕건의 파란만장한 역정은 드라마 왕건의 원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잘 그려져 있다. (실제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들이 책 내용중에서 자주 눈에 띈다.) 왕건은 우리민족이 배출한 군주 가운데서 가장 탁월한 영웅이었다고 생각해마지 않는다. 그러나,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신라가 그런 혼란의 시대에 맞서서 현실개혁을 과감히 실현해 나갈수 있는 인물이나 세력을 전혀 키워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무척 큰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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