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을 위한 김용옥 선생의 철학강의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나는 이 책을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에 읽었다.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 중고생들 중에서 이 철학강의를 소화해 낼수 있는 애들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우리나라 어른들 중에서라도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것이 솔직한 의문이었다. 이 책의 제목을 '중고생을 위한- ' 이라고 붙이기에는 수준이 너무 높다. 그 제목의 의미는 아마도 그만큼 저자가 쉽게 풀어서 설명하려고 애썼다는 정도의 뜻일 게다.

어렵고 복잡한 개념적 설명을 지양하고 우리가 쉽게 경험하는 삶의 일상사들로부터 철학적 이슈들을 건져와서 논리를 전개하는 탁월한 능력이야 말로 저자 김용옥 선생의 진정한 재능이며 이 책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쉽게 쓰려고 노력한 이 책의 미덕은 곳곳에 배어있다. 쉽게 설명하려고 애쓰다보니까 말이 길어진다. 즉, 글의 분량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것이 조금도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어려운 철학개념들이 술술 풀려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다만 한가지 단점이라면, 그런 방식으로 설명되다 보니까 내용이 체계화되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마치 수필처럼 여러가지 이야기가 약간 두서없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전개된다. 그러나 잘 읽어보면 도올선생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그 목적과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그 핵심을 건져올릴 수 있다. 그것은 독자의 몫이리라. 쉬운 것을 먼저 설명하고 그 다음에는 어려운 난제를, 그 다음엔 좀더 어려운 난제를 그야말로 중고생 눈높이에서 해설해 나간다. 어려운 학문을 이런 식으로 쉽게 풀어나갈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자들이 이런 미덕을 본받는다면 무식한 대중들에게 큰 유익이 되지 않을까 싶다.

TV 노자강의와 논어강의 이후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무수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이 책 한권만으로도 그의 가치는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에게도 독선이나 편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의 철학적 사유의 여정에는 진실됨이 있고 무식자에 대한 배려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인 나의 시각으로 보았을때, 저자의 기독교에 대한 이해에는 편견이나 오해로 말미암은 피상적 견해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그러나, 철학을 탐구하는 초보자에게라면 그러한 아쉬운 한계점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만큼 내용이 알차고 친절하게 쓰여진 좋은 책이다. 제목이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라지만, 이 책은 철학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근원적 학문에 관심을 가진 성인 일반독자들이 읽어봐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