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서양철학사 1
이한우 / 자작나무 / 1997년 9월
평점 :
품절


94년에 나온 Donald Palmer 교수의 Looking at Philosophy 2판을 번역한 책이다. 책의 부제가 '참을수 없는 철학의 무거움을 가볍게 하는 책'이라고 되어있다. 원저는 4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역자께서 책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1,2권으로 번역하려고 의도한 듯하다. 현재는 1권까지만 번역이 되어있다. 1권이 나온지 4년이 다 되었는데, 2권이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책이 너무 안 팔려서 기획을 포기한 것이든지 아니면 역자께서 다른 일때문에 너무 바빠서 번역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으신 건지 등등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을법 하다. 그런데, 그러던 중에 이 책의 원저는 2000년에 벌써 3판이 나왔고 페이지수도 2판보다 약 20여 페이지가 늘었다.

책 주변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 책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에 들어가자면, 한마디로 말해서 '감추어진 보배같은' 좋은 책이다. 이 책의 부제에 걸맞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어려운 서양철학을 쉽게 풀기 위해서 저자는 매 페이지에 익살스러운 그림과 개념도를 삽입하였는데, 그 그림들 하나하나가 어려운 개념들을 쉽게 이해하게끔 잘 도와주고 있으며 아주 재치있다.

그림이 많이 들어있으므로 텍스트의 분량은 상대적으로 압축되고 간략화되어있다. 그렇다고 본론의 내용이 대충대충 마구잡이로 설명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몇자 안되는 분량의 글씨만으로도 그 철학자의 사상의 엑기스는 남김없이 설명해주는 훌륭한 서비스를 하고있다. 그래서 '장난이 아닌' 책이다. 어려운 부분은 두세번씩 생각을 하며 읽어보아야만 한다. 그러는 동안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로크, 흄, 칸트 등등의 어려운 사상이 하나씩 이해되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다.

또한 이 책은 텍스트의 분량이 얼마 안된다고 해서 절대 무시해서는 안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은 책의 두께에 비해서 무척 방대하다. 서양철학사의 거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다 들어있다고 할수 있다. 그것도 그 시대의 철학적 중심 이슈와 한사람 한사람의 핵심 사상을 빠짐없이 수록하며 다루고 있다. 파르메니데스, 트라시마커스, 플로티노스, 안셀무스 등 전에는 이름도 몰랐던 철학자들을 알게되고 그 의미도 파악할수 있게 된다.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으며 부담이 없다. 관심이 있어서 몇가지 종류의 철학개론서들을 읽어본 경험이 있지만, 비전공자가 이만큼 쉽게 서양철학을 접하고 이해할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2권이 나오기를 기다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고대와 중세 철학보다 근대 및 현대철학을 알고 싶은 관심이 더 컸다. 니체, 사르트르, 키에르케고르, 하이데거... 등이 어떻게 설명되는지 대단히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2권이 끝내 나오지 않음으로써 좌절되었다. 역자께서 언제 2권을 번역해 주려는지 알고 싶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 번역을 못하는 것이거나, 또는 책이 잘 안 팔려서 용기를 잃은 것이라면, 나라도 도와드리고 싶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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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8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7-10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미의 렌즈 2009-03-03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글에 완전 공감하는 사람입니다.
98년에 이 책을 처음보고 지금까지도 2권이 번역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이지요.
지금도 2권이 나왔나 싶어 찾아 보다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빨리, 2권을 만나고 싶군요. 부탁드려요. ㅠㅠ

정기립 2009-03-04 09:2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참을수없이 무거운 철학 가볍게하기 라는 긴 제목으로 이미 나와 있습니다. 역자와 출판사가 변경되었구요. 현실과과학 출판사입니다. 전체를 다 번역하신 건 좋았지만, 번역의 센스는 이전 번역자만 못한 것 같습니다. 팔머 교수의 또 한권의 철학개론서로, 분과별로 정리된 각론서가 2권으도 또 나와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