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나, 다른 사람을 위해 죽는다는 거, 사람들에게 자기죽음을 바친다는 건 쉬워. 삶을 바치는 쪽이 더 어렵지. 매일매일, 일 분 일 분을, 사랑으로, 살아 있는 사람 모두에 대한하나님의 사랑으로 산다는 거 말야. 자기 자신에 대해 잊어버리고, 자기를 위해 혹은 멀리 있는 누군가를 위해 삶을 구축하지 않는 것. 우리는 잔인해지고 짐승처럼 야만스러워졌어. 에휴, 친구, 정말 보기가 딱해. 사람들은 목표를 세우고,
찾고, 중국제 신상을, 나무토막을 믿지만, 하나님을 믿지못하고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못해. 독약은 젊었을 때부터우리들 안에서 타오르고 있어. 하인리히를 봐. ‘꽃‘이라고 하지 않아. 무슨 군의 무슨 종류이고, 꽃잎이 어떻고 꽃부리가 어떻고 하지. 이런 자질구레한 부분을 보기 때문에 그는꽃 전체를 보지 못하는 거야. 마찬가지로 자질구레한 부분만 보면 하나님은 보지 못해. 모든 것을 산술적으로, 이성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하지만 예전 거기서, 빗속에서 진흙구덩이에 서서 죽음을 기다릴 때, 거기서 난 깨달았어. 이성 외에도 뭔가 있다고, 우리는 눈에 눈가리개가 씌워져 있어서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거라고. 조지, 자네 왜 웃나?"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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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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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는 이미 죽었다. 나의 복수는 20세기의 것, 나의 복수는 현대적이리라. 나는 나를 내몰았던 사람들의 식탁에 함께 앉으리라. 나는 그들과 동등한자가 되리라. 가능하다면, 그들을 넘어서리라. 나의 복수는그들을 살해하는 데 있지 않으리라. 그것은 그들에게 미소를짓는 데, 오늘 그들이 내게 보여 줬던 내려다보는 듯한 너그러운 미소를 짓는 데 있으리라. - P161

윌리엄스, 그대는 오랜 세월 동안 연구했지만 다 헛된 거였어.
예술로, 진짜 예술로 만드는 것에 대한 그 어떤 것도 여기서 설명이 될 수 없으니까. 예술가 그 자신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지. - P312

내가 하는 이야기 잘 기억해 둬, 어머니가 호통쳤다. 조금 전에 나는 트집 잡기 잘하는 몇몇 녀석들에게 내가 반쪽이 아니고 온쪽임을 입증하기 위해 싸움박질을 한 바람에 온몸이으로 뒤덮여 학교에서 돌아왔고, 내가 운이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은 참이었다. 어머니가 말을 이어 갔다. 나는 다르다. 그건 그렇다. 선하신 하느님께서는 나를 키 크고 잘생기고 힘세게 만들어 주는 대신 키 작고 잘생기고 힘세게 만들어 주셨다. 그러니 나의 운 역시 다를 것이다. 그 운은 첫 번째에 따는것은 결코 아닐 터여서, 모두가 시도하는 족족 따는, 그러니까 결국 아무것도 따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인 싸구려로 넘치는 장터 축제의 운과는 다를 거다. 선하신 하느님은 운의 측면에서 더 좋은 걸 네게 마련해 주셨다. 너는 두 번째 행운의 사내가 될 거야. - P313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당신들이 일으킨 화염 한가운데에 / 나는우뚝 선 여자다, 내가 보이는가, 당신들의 화형대, 처형대에 올라간 내가 당신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내가 /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당신들의 야유가 쏟아질 때 울리라고 생각했는가, 연기처럼 자욱하게 피어나는/ 당신들의 비겁함, 당신들의 화형대, 처형대, 당신들의 지목하는 손가락.」 - P432

놀랍지 않은가 /춤추고 로켓을 발명하고 당신들을 돌보고 싶은욕구가 / 그런데도 나를 불태우려나, 나를 십자가에 못 박으려나 /검은 고양이와 구속복, 찢긴 나, 당신들은 내가 미쳤다고, 조금은마녀 같다고, 혹은 그 둘 다라고 말하리라 / 나는 사과를 깨물었다,
나는 계속 그걸 깨물 테다 각오하라 /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나는무릎 꿇지 않는다.」

「나는 당신들이 일으킨 전쟁 한복판에 우뚝 선 여자다 / 나는 당신들 주위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 당신들이 부르는 여자다/하지만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자마자 당신들이 불태울 여자이며 혹시라도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내가 보게 될까봐 / 당신들은 나를 재로 만들어 사방에 뿌려 버리리라, 아니,
당신들의 불은 뜨겁지 않고 아무것도 태우지 못하니 당신들은 그저 그런다고 생각할 뿐 / 나는 우뚝 선 여자다, 나는 당신들만큼이10%나 귀하다.」 - P433

그저 이 말은 해두지. 아마도 네 양심이네 손목에 찬 그 시계보다 더 값이 나갈 날이 올 거다. 그리고그날이 오면, 그것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네 전 재산을동원해도 되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될 거고.」 - P527

었어. 누가 나를 가장 아프게 한 줄 알아? 나야. 나도 그들 식으로 해보려고 애쓰다가, 그들이 옳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다가. 내가 지붕에서 뛰어내렸을 때, 미모, 내 추락은 고작 몇 초가 아니었어. 그건 26년 동안 계속됐지. 이제야 그게 끝나는 거야 - P595

나의 사랑하는 미모, 네가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는 걸, 네가 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이 편지를 열어 보리라는 걸 알았지. 나는 그저 내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피렌체에서,
그리고 내게 포기하라고 부탁하면서 오늘 저녁에 또 한 번, 그러고는 이 편지를 열어 보면서, 이렇게 매번 나를 배신할 때마다 늘 애정으로 그랬다는 걸 알아. 난 결코 너를 원망하지 않았어, 진심으로 그런 적은 없어. 너의 사랑하는 친구, 비올라. - P599

그랬다. 나의 형제들, 그날 폐허 속에서, 나는 깨달았고 나는 보았다. 당신들은 내게 화해를 위한 피에타상을 주문했었다. 그리스도의 망가진 육신을 안고 눈물 흘리는 성모 마리아를. 하지만 봐라. 만약 그리스도가 고통이라면, 그렇다면 당신들에게는 아무리 고깝더라도 그리스도는 여자가 아니겠는가. - P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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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사람을 죽여요, 주디스, 그건 사람의 모든 부분을 한 덩어리씩 먹어 치우다 마침내 온몸을 삼켜 버려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우리가 가진 것은 좋은 거지만 이제는 이 정도 좋은 걸로는 충분하지가 않아요, 어쨌든 나에게는 충분하지 않아요. - P123

내가 막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북부지방법원 재판관은 평결을 내리고 그가 문장을 만드는 인생이라고부르는 형을 선고했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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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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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원천은 공동체다. 문화는 공동체를 창출하는상징적 가치들을 매개한다. 문화가 더 많이 상품으로수록, 문화는 자신의 원천으로부터 더 멀어진다. 문화의 전면적 상업화와 상품화에 따른 귀결은 공동체의 파괴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커뮤니티를community‘는 상품의 형태를 띤 공동체다. 그 커뮤니티의종착점은 상품으로서의 공동체다. - P32

신자유주의 체제는 그 자체로 스마트하다. 스마트한권력은 명령과 금지를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그 권력은우리를 순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존하고 갈망하게만든다. 우리의 의지를 꺾는 대신에, 스마트한 권력은 우리의 욕구를 이용한다. 그 권력은 우리의 마음에 들고자한다. 그 권력은 억압적이지 않고 허용적이다. - P43

미셸 푸코는 철학을 일종의 급진 저널리즘이라고칭하고 스스로를 저널리스트로 간주합니다. 철학자들은가차 없이 "오늘"을 다뤄야 한다고 그는 말하죠. 이 측면에서 저는 푸코를 추종합니다. 저는 오늘을 사유로 파악하려 애써요. 그리고 바로 이 사유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 P163

한병철 리추얼은 삶을 구조화하고 안정화하는 시간-건축물입니다. 그런데 지금 리추얼들이 사라지고 있어요.
감염병 대유행은 리추얼의 종말을 앞당기는 중이고요.
노동도 리추얼의 면모를 지녔습니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일터로 출근하죠.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노동이 이루어져요. 그러나 홈오피스에서는 이런 노동의 리추얼적계기가 완전히 사라집니다. 하루가 리듬과 구조를 상실 - P179

하죠. 그래서 우리는 왠지 피로하고 우울해져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항상 같은 시간에 찾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린 왕자의 방문이 리추얼이 되게 하려는 거죠.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리추얼이 뭔지 설명해요. 공간 안에 거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 안에는 리추얼이 있어요. 리추얼들은 시간을 집처럼 드나들 수 있게 만들어요. 리추얼들은 시간을정리하고 정돈하죠. 그 결과로 시간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고요. 오늘날 시간은 확고한 짜임새가 없어요. 시간은 집이 아니라 불안정한 흐름이에요. 리추얼들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점점 더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삶의 철저한 유동화는 상실을 동반해요. 리추얼은 그저 자유를 제한하기만 하지 않아요. 리추얼은 삶을 구조화하고 안정화합니다. 리추얼은 공동체를 창출하는 가치들과 상징적 질서들을 몸에 정박해요. 리추얼에서 우리는 공동체를, 공동체의 가까움을 몸으로 체험합니다. 반면에 디지털화는 세계를 탈신체화합니다. 게다가 지금은 감염병 대유행까지 덮쳤어요. 이 대유행은 신체적 공동체 경험의 상실을 심화합니다. ‘우리가 혼자서 삶에 닻을 내릴 수는 없냐‘고 물으셨죠? 오늘날 우리는 모든 리추얼을 겉치레로, 형식적인 것으로, - P180

컨대 진정성 없는 것으로 보면서 배척합니다. 자아를 중심에 놓은 진정성 문화를 만들어내는 장본인은 다름 아니라 신자유주의예요. 진정성 문화는 리추얼화된 상호작용 형식들에 대한 불신을 조장합니다. 오직 자발적인 느낌의 동요만, 바꿔 말해 주관적 상태만 진정성이 있다는식이죠. 형식화된 행동은 진정성이 없다거나 겉치레라는이유로 제거됩니다. 예컨대 공손함이 그래요. 나르시시즘적 진정성 숭배는 사회의 야만화를 심화하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제 책에서 저는 진정성 숭배에 맞서 아름다운형식들의 윤리를 옹호합니다. 공손한 형식들은 한낱 겉치레가 아니에요. 프랑스 철학자 알랭은 공손한 몸짓들이 우리의 생각에 미치는 힘이 강력하다고 말해요. 상냥함, 호의적임, 기쁨을 몸짓으로 흉내 내고 거기에 필요한허리 굽히기 같은 동작을 하면 나쁜 기분을 개선하는 데도움이 될뿐더러 복통을 완화하는 데도 유익하다는군요.
내면적인 것을 고수하는 쪽보다 외면적인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습니다. 자신에게 믿음이 없다고 절망하는대신에 그냥 미사에 가서 기도와 노래를 비롯한 리추얼을 함께하라고, 즉 흉내 내라고 파스칼은 말했어요. 그러면 바로 그 흉내 내기를 통해서 믿음이 돌아온다면서요.
외적인 것이 내적인 것을 바꾸고 새로운 상태를 창출합 - P181

니다. 바로 이것이 리추얼의 힘이에요. 그리고 오늘날 우리의 의식은 더는 사물들에 정박해 있지 않습니다. 외적인 것으로서의 사물은 의식을 아주 효과적으로 안정화할수 있어요. 반면에 정보로 의식을 안정화하기는 아주 어려워요. 왜냐하면 정보는 덧없고 현재성을 띠는 기간이아주 짧거든요.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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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에 관하여 - 먼 곳의 자유
자크 랑시에르 지음, 유재홍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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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기약할 수 없으며, 그 끝이 미완으로 끝나더라도
끊임없이 자유를 그려내려는 시도
- 그것이 문학이 시대에 맞서는 방식
(체호프에 바치는 랑시에르만의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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