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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 - 일상에 깃든 시적인 순간
강윤미 지음 / 정미소 / 2023년 2월
평점 :
강윤미 시인의 산문 <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에는 작가의 솔직하고, 담백하고, 자유로운 문장이 가득하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우리 삶을 이내 사라져 간 것들과 지나간 시간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오롯하게 전달된다. 남자인 내게도 이 책이 쉽게 읽히는 이유는, 한 여성의 글이 아니라 엄마의 글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내가 좋아했던 글은 '포도송이의 시간'이다. 마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는 듯한 사유가 돋보였다. 에리히 프롬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기술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무가치하다. 그러나 이해하는 자는 주목하고 파악한다. 한 사물에 대한 고유한 지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랑은 더욱더 위대하다. 모든 열매가 딸기와 동시에 익는다고 상상하는 자는 포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프롬의 말처럼 사랑이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라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공부와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태도이다. 강윤미 시인의 산문 <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에는 그 태도가 깃들어 있다. 이 책을 와인을 음미하듯 읽어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도송이의 시간을 사랑한다. 보랏빛의 액체로 다시 태어난 연도를 기억하고 쑥쑥 자라나는 시간. 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동안 자라났을 포도송이 같은 아이들의 얼굴. 내가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을 때 나의 마음은 비로소 와인 잔에 담긴 와인처럼 아름답게 찰랑거리기 시작했다. - P227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적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열다서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문득 생각난 듯 시라는 것을 쓰고 있었다. 쓰고 있는 것이 시일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하면서 시를 썼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리듯, 시는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 P246
울음과 웃음이 뒤섞이며 완성되는 것은 내 얼굴이고, 거기 강물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는 우직한 마음이 고여 있는 곳은 쓰고자 하는 나의 손가락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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