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로맨스 판타지를 읽기 시작했다
안지나 지음 / 이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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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 때쯤,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를 생전 처음 알게 되었다. 나란 사람은 로맨스도 좋아하고 판타지에도 환장하니 로맨스 판타지야말로 나에게 딱이로구나 싶었다.

사실 알고보면 기존의 로맨스나 판타지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그렇다는 사실을 망각할 정도로 매력적인 장르였다. 고여있지 않고 흐르는 역동적인 생명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매 순간 변화로 꿈틀대는 시장을 쏘다니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읽을 때와는 달리 직접 쓰려고 들면 도무지 어떤 정체성을 가진 장르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읽고싶었고,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해주신 덕분에 좋은 기회로 읽어보게 되었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로맨스 판타지 학과의 전공자가 로맨스 판타지와 페미니즘 리부트 사이의 연관성을 주제로 열정과 애정을 쏟아 작성한 논문집과도 같은 책이었다.

저자의 깊이있는 통찰 덕분에 로맨스 판타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졌고, 로맨스 판타지가 성장해 온 과정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 안의 욕망을 알아차리고 억누르지 않는 것. 각자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 앞에 솔직해지는 것. 로맨스 판타지의 생명력은 우리 안의 욕망과 변화로부터 나온다.

수많은 세계가 존재하는 장르의 우주 속에서,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사는 세상도 기존의 틀을 조금씩 깨면서 함께 성장해 나아가면 좋겠다.

로맨스 판타지를 읽고 쓰는 즐거움을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나도 언젠가 꼭 내 세계를 창조해 사람들과 나눠보겠노라 다시한번 다짐해본다.

저자가 언급한 작품들을 모두 찾아 읽고 나서 이 책을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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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의 고장난 시간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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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만에 책에 구속되어보았다. 출근을 위해 잠을 자야 하는 게 안타까웠고, 일을 하면서도 퇴근 후 책 읽을 생각에 사로잡힐 정도였다. 드라마를 정주행할 때 폐인처럼 중독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야기에 지배당하는 기분. 미친듯이 짜릿하면서도 때때로 사람을 무기력하게 하는 기분이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게 은근 스트레스여서 항상 어디까지 읽었는지 버릇처럼 확인하던 내가, 태어나서 가장 단시간에 다 읽어낸 책이다. 그만큼 자극적이기도 했지만, 단순한 킬링타임용으로 치부하기에는 꽤 묵직한 여운과 생각들을 남겼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로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세상에 더는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새롭고 놀라웠다. 시간이라는 창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신선한 접근.
한 덩어리인 줄로만 알고 그저 버겁게만 여기던 삶을, 한 몸뚱이에 산다는 이유로 뭉뚱그려 억누르기만 했던 자아를, 우나의 시간이 그랬던 것처럼 하나씩 조각내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 인생의 일이 아닌 것만 같은 과거와, 내 인생의 일이 아닐 것만 같은 미래와, 내 인생인지 아닌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현재. 아무리 찢어발겨도, 뒤죽박죽으로 섞어놓아도, 내가 아닌 것 같아도, 결국은 그 자체로 소중한 부정할수 없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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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언박싱 - 시민이 되려는 청소년을 위한 민주주의 가이드북
송원석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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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의 시작, 선거권
2019년 12월 27일
청소년들의 코 앞에 놓인 민주주의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랐던 선물이었을 테지만,
많은 이들에겐 어쩌다 떠안게 된 정체모를 상자였을 것이다.

학교도, 주변 어른들도
손에 넣은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닌 것인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것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민주주의 언박싱>은
참 익숙하지만 잘 알지는 못하는,
가까운 듯 너무 먼 민주주의 이야기를
청소년의 입장에서 하나씩 풀어 담아낸
잡지 형식의 가이드북이다.

성인이 된 지 한참인 나도
사실 청소년들과 입장이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다.

바람직한 민주시민 교육이 어서 빨리 학교에 정착해서
청소년들이 건강한 시민 의식을 배울 수 있기를

민주 시민으로 자라는 청소년들과
민주 시민으로 자라난 어른들이
함께 꾸려나가는 민주 사회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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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사전 - 여자도 몰랐던 내 몸 이야기 여자·남자 사전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매그힐 위네스 그림, 신소희 옮김 / 초록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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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알고싶지 않은 이에게 가르침이라는 명목으로 앎과 배움을 강요하는 것. 그 순간엔 행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그 때 그것이 폭력이었던건 아닐까, 깨달아지는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공교육이 무섭다. 격차가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한데 모아놓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는 걸까. 정답이 없는 세상의 다양한 문제들 앞에서 중립을 지키는 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교육은 어떻게 접근해도 늘 어렵다. 정답이 없을 뿐더러, 사람간 격차가 너무 크다.
나의 성 인식과 내가 받아온 성교육이 어디쯤에 있는지조차 가늠할 수 없고, 그게 잘못되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늘 애매하게 '책임'을 바탕에 둔 이야기만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성교육 만큼은 개개인에게 꼭 맞춰서 해주고 싶다. 친절하게, 차근차근, 준비된 만큼, 알고싶은 만큼. 그럴 때 이 책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의 변화, 그 시작과 결과를 하나씩 짚어주면서 모든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성의 거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책이고, 노르웨이의 정서 아래에서 쓰인 책이라 무턱대고 던져주고 읽으라 하기엔 버거울 수 있다. 그래서 가르치는 이의 고민이 더해져야 한다. 남자사전까지 나온다면 더 쓸만한 교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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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쓰임 - 사소한 일상도 콘텐츠로 만드는 마케터의 감각
생각노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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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했다. 글을 많이 쓰신 분답게 문장이 정말 매끄러웠다. 곱씹으며 읽지 않아도 머릿속에 다 들어왔다. 주제마다 5쪽 내외로 되어있어서 읽는 데 부담이 없고, 한 주제씩 클리어할 때마다 쾌감이 짜릿했다. 잘 읽히는 책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배움을 또 얻었다.

이 책은 '생각노트'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기록을 하며 살아가는지를 설명해주는 책이다. 오직 텍스트로만 마주한 그는, 무척 부지런하고 의욕이 넘치며 한 순간도 허투루 쓰고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하루와 그의 하루를 저울질했다. 스스로를 질책하는 동시에, 구체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노트는 바쁜 사람이지만, 순수하고 낭만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수려한 문장으로 원래의 자신보다 조금 더 멋지게 포장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이 책에 드러난 것만 보고 가볍게 그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려보자면 그렇다. 콘텐츠에 정말 진심이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을 무척 즐거워하는 게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 생각 놀이에 함께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자세한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적극적으로 독려하며 응원해주어 고마웠다.

부담갖지 않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다독이는 그 덕분에, 나도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 부계정을 만들었으며 트위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맞는 뉴스레터를 골라 구독하고 매일 메일함에 들어가 이것저것 읽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아직 본격적인 기록은 시작하지 못했고, 나만의 콘텐츠와 브랜드를 만들기 까지는 갈 길이 까마득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리고 작은 것들을 하나씩 시작해봄으로써 나의 일상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 아, 근데 중간중간 비문과 편집 오류가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책을 급하게 출판한 듯한 인상을 주므로, 출판사에서 조금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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