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원동력. 내가 그걸 얼마나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초중고 학창시절을 거치며 전부 다 써버렸다는 것이다. 그 후 십여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무기력에 빠져 살았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이따금 고개를 쳐들었지만, 도무지 의욕은 생기지 않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끝의 포기만 늘어갔다.이런 내게 필요한건 위로와 격려보다도, 깊고 어두운 무기력의 통로를 빠져나간 누군가의 진짜 경험담이었다.'찐 게으름뱅이'에서 '세상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보이게 됐다는 김동현 판사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를 응원하게 되고, 나아가 나 자신에게도 힘을 주고 싶어진다.녹슨 부품들로 가득한 고장난 내 마음을 천천히 고쳐나가고 싶어졌다. 거창하진 않더라도, 하고 싶었던 무엇이든 하나씩 해 나가며. 가령 이런 것들. 그림 그리기, 도자기 배우기, 가죽 공방 가보기, 단편 소설 쓰기.흠, 쓰고 보니 또 거창해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