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편소설집을 좋아한다. 여러 작가의 소설을 엮어 만든 책은 더더욱. 지구력이 부족해 긴 글을 소화하는 걸 어려워하고, 시를 즐기기엔 행간의 여백을 채우는 능력이 부족하니 짧고 굵게 여러 색의 여운을 남기는 단편소설이 좋을 수밖에. 제목 때문일까. 소설 하나하나 한 문장 한 낱말을 되뇌고 새기며 읽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 마땅한 문장들이 많기도 했다. 망각이 결코 축복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 앎조차 망각해버리려는 우리들이다. 이 책은 굴러왔거나 스며든 재난에 휩쓸려 우리 곁을 스쳐간 이들을, 이 우주 어딘가를 떠돌며 분명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 그들을, 망각의 구덩이에서 꺼내어 바로 보라고 들이민다. 불가항력 앞에서 무기력을 자각하며 온 우주를 원망하게 되더라도, 기억하는 것만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최소한의 무엇이라고. 속삭이다가, 외치다가, 어느 순간 울부짖는 듯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