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힘 - 창의력 있는 인재 만들기 프로젝트
강석훈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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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21세기는 창의력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혁신 등 화려한 키워드로 대표되는 현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능력을 꼽자면 창의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창의력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어떻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생각의 힘>의 저자 강석훈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많은 조사와 실행을 거쳐 명쾌한 해답을 찾아냈다. 그의 해답을 간결하게 정리한 것이 이 책 <생각의 힘>이다.



강석훈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지내다가 현재는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외과의사 봉달희>, <카인과 아벨> 등 유명 영화, 드라마의 의학 자문으로 활약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틈틈이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단편영화를 찍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내의 모든 정규 교육 과정을 거쳐 지금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가 한국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아보자. 또한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들어보자.



저자는 먼저 창의력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 창의력이란 기존의 상식을 뒤집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또한 창의력과 창의성의 개념을 구분하는데, 창의력은 창의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개념이고, 창의성은 창의의 바탕이 되는 인간의 본성이다. 창의력은 노력과 훈련을 통해 계발할 수 있는 능력이지만, 창의성은 저절로 타고나며 길러질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창의력 = 창의성 + a' 라고 표현한다. 창의력은 인간뿐만 아니라 일부 동물들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창의성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a'가 포함된 복합개념이다. 이 'a'를 효과적으로 계발하는 교육이 진정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이다.



저자는 한국의 교육이 창의력 있는 인재를 배출해내지 못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식 전달형 수업'과 '지나친 경쟁 풍토' 두 가지를 꼽는다. 지식 전달형 수업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하지 않고, 백과사전처럼 쌓여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을 의미한다. 교육자들이 학생들의 생각의 힘을 키워주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전령사 역할만을 수행하면 이런 일방적인 수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나친 경쟁 풍토는 대학 입시 위주의 교육과 등급제 평가 방식으로 대변된다. 등급제는 경제 논리와 대학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피 터지는 경쟁에 내몰리는 학생에 대한 배려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불합리한 제도다.



그는 지식 전달형 교육 대신 '생각을 키우는 교육'을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수업에서 질문과 답변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생각의 힘을 갉아먹는 기존의 사지선다식 문항에서 'Cover the Option' 형 문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Cover the Option'이란 문제의 선지를 가리고서도 정답을 떠올릴 수 있는 문항을 뜻한다. 사지선다형 문항은 주어진 선지들 중 가장 문제의 기준에 적합한 선지를 고르는 식이라면, 'Cover the Option Rule'을 따르는 문항은 학생들이 문제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떠올린 후 그와 일치하는 선지를 고르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평가 방법을 바꾸면 학생들이 문제를 풀 때 좀 더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다.



또한 지나친 경쟁 풍토가 만연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학벌에 그렇게 집착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가에 인색하기 때문이다. 원래 평가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투자되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귀찮고 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평가에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학벌을 보고 사람의 자질이나 능력을 짐작한다. 예전 기업들은 학벌에 그토록 목을 매었다. 다행히 요즘 기업들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 기업이고, 그 다음이 학교고, 그 다음이 정부"라고 했다. 이제 기업이 바뀌고 있으니 학교도 학생을 평가하는 데에 충분한 노력과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사지선다형 시험으로 학생들의 서열을 매기는 현재의 평가 방식에서 지성, 인성, 창의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저자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교육 방법으로 PBL(Problem Based Learning)의 도입을 주장한다. PBL이란 '문제 기반 교육'으로, 학습자에게 현실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 학습과 협력 학습을 통해 종합적인 해결안을 도출하는 학습 방식을 의미한다. PBL의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먼저 학생들은 6-8명의 소규모 그룹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룹마다 한 명의 튜터가 배치된다. 튜터가 학생들에게 '사실'과 '문제'로 뒤죽박죽 섞인 '상황'을 제시하면, 학생들은 '사실 도출 → 문제 인식 → 가설 세우기 → Learning Issue 도출'의 흐름으로 토론을 진행한다. PBL의 장점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튜터는 토론이 원칙대로만 진행되게끔 도와주는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알고 있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학생들 자체적으로도 진행할 수 있는 수업 방식이다. 저자가 수년간 의대 학생들에게 PBL 수업을 적용하면서 그 수업의 효과를 확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이 PBL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력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의 입시 위주 교육, 암기식 교육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볼 수 있어 유익했다. 실제로 초, 중, 고등학교 시절뿐만 아니라 대학교를 다니는 지금도 선생님 또는 교수님이 하는 말씀을 정확히 암기해야 점수를 잘 받는 시험을 주로 치르고 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점수를 더 받는 시험도 본 적이 있으나 자주 치르지는 않았다. 확실히 학생의 신분으로서 나는 이 책의 내용에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에서 질문과 답변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단순한 암기 테스트식 문제보다 학생의 생각을 묻는 서술형 문항이 더 늘어나야 함에도 동의한다. 개개인의 생각의 힘을 기르는 교육 방식이 하루빨리 우리나라에 도입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완벽히 동의한다.



그러나 대학 교육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나름대로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중고등학교 교육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중고등학교 성적이 대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 국민들이,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서술형 위주의 시험에 찬성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수시 선발 비율은 줄어들고 정시 선발 비율은 늘어나고 있는 실정에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는 건 더더욱 어렵지 않을까 싶다. 또한 최근 여러 입시 비리들이 터지면서, 입시 체제의 불공정성이 도마 위로 오르는 와중에 학생 개인의 생각을 반영하는 서술형 시험을 늘리고, 지성, 인성, 창의성 등 다양한 관점으로 학생을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 허울은 좋아도 조작과 사교육 개입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섣불리 시행하기는 위험하다. 평가자의 주관은 최소화하고 객관적이고 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었을 때 이와 같은 변화가 도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사교육이 최대한 개입되지 않고 온전히 학생의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생각은 설득력이 있고, 저자가 언급한 'Cover the Option Rule', 'PBL' 등은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내용은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리고 뭔가 교육학적으로 깊이 있는 분석이나 통찰력 있는 해결책은 책에 담겨 있지 않은 듯해 그런 부분이 좀 더 보강되었으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는 책이었고,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걸 추천하고 싶다.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걸 추천하고 싶다.





[ 한 줄 긋기 ]


- 경쟁자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큰 격차를 벌리는 패러다임의 이동, 이것이 바로 진정한 창의력의 모습이다. (12p)



-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의 내용이 아니라,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생각'이다. (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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