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김영하를 처음 접한건 소설이 아니라 읽다 라는 산문이였다. 산문에서 그의 독서관이라던지 소설가로서의 가치관이라던지 이런것들을 세심하게 그만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잘 풀어내서 인상깊은 독서경험으로 남아있다. 김영하의 소설은 어떨까 하고 선택한것이 바로 살인자의 기억법이였다(내가 판단하기로는 가장 대중적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고 올해 영화로도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기에)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자의 메모 또는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형식이 매우 독특했고 흥미를 끌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살인자 김병수는 과거에 수십명을 살해하고 교통사고로 인해 뇌가 다치고 나서 살인에 대한 쾌락에 흥미를 잃었고 마지막으로 살인을 한 여자의 딸을 데리고 키우면서 살인 없는 인생을 수십년 살면서 어느덧 70대 노인이 된다. 노인이 된 살인자가 치매에 걸리면서 자신의 기억을 붙잡아두기 위해 기록하고 녹음하면서 딸 은희를 위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요약하자면 이런 스토리다. 하지만 스토리만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 허무함을 느끼며 분노할수 있기 때문에(난 책 분량을 보고 중간쯤 읽었을때부터 구(?)살인자 김병수와 새롭게 등장해서 그와 딸을 위협하는 떠오르는 신(?)살인자의 얽히고 섥히는 대립과 블록버스터급 액션 같은 스토리는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치매에 걸린 살인자 김병수의 내면과 맞는지 틀린지 살인자 본인도 독자도 모르겠는 기억과 상념들에 초점을 두고 읽어 나갔다. 그러니 김영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렴풋이 알것 같기도 했다. 이상하게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살인자라 하면 공포스럽고 거부감이 들어야 정상인데 김병수는 거부감이 들기는 커녕 친근감까지 느껴졌다(나에게 살인자의 본능이?이런 생각도 들면서 인정하기 싫고 두려운 마음도 들었지만 살인자의 내면에 몰입하고 그역시 인간이다 라는 메세지 같은걸 전달하기 위한 김영하가 설치해놓은 장치가 아닐까 생각했다)난 원래 소설을 읽을때 스토리보다는 세부사항에 중점을 둔다. 주인공이나 다른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고뇌 대사 등등 스토리 말고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항상 책읽는데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다. 다시 소설 내용으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김영하가 읽다 라는 산문에서 ˝내가 그동안 읽은 소설에서 나의 작품이 나온다˝라고 얘기하며 무에서 창조되는 소설이란 없고 그 작가가 읽은 책들을 바탕으로 재창조 된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소설에서도 잠깐 나오지만 오이디푸스왕을 모티프로 한 작품인것 같다. 자신이 알고 있던 사실과 전혀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느끼는 인간의 감정들. 하지만 보통 인간이 아닌 살인자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 인간은 두려움을 느낀다. 살인자도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살인자도 인간이다. 조금 다른 인간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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