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 클래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아리 옮김 / F(에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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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베리의 책을 처음 접한 게 [야간 비행이었다.

동화 같은 은유와 작가의 감성이 묻어나는 글들은 향기를 머금고 있는 듯했었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별들이 흩뿌려질 거예요."

-야간비행 에서-

그렇듯 시간이 지나 우연한 기회에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를 읽었다.

오래전 그 감성이 다시 묻어나서 기분 좋은 독서가 되었다.

이 책은 프랑스에선 [인간의 대지] , 미국에선 [바람과 모래와 별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가젤을 길들이는 모습과사막에서의 독백들그리고 새로운 만남과 신비스러운 현상들이것들은

소설 어린 왕자의 탄생의 기원을 볼 수 있다는 점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나는 그 이상의 것을 느꼈다그것은 작가가 느끼는 인류애와 휴머니즘에 대한 고찰에 대해 진솔하게 내게 전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책은 어린 왕자보다 더욱 진실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이 소설은

생텍쥐베리가 비행 업무 중 사막에 불시착하게 기간에 그 순간들을 기록한 이야기를 풀어 놓은 자전적 소설이다.

그는 그곳에서 여러 인간 군상들을 접하게 되고 그와 더불어 하늘과 별사막에 대해 그만의 감성을 이야기한다.

기계문명의 발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기계와 조화되는 순간을 기대하기도 하고,

노예들과 정원사를 보며 인간의 고귀함을 느끼며세 아들의 늙은 어머니의 임종을 보며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고뇌하기도 한다.

자신의 동료들을 생각하는 장면과 무어인들에게 구조를 받아 살았다는 희망을 가질 때 인류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휴머니즘은 생택쥐베리가 일상의 삶의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느끼게 해줌과 동시에 살아가려는 의지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그러한 관점에서 전쟁은 너무나 허망하고 가치 없는 것뿐 아니라 진정으로 어리석은 행위라 생각한다.

P196

왜 우리는 서로 증오하는가우리는 같은 별에 실려 가는 한 배를 탄 선원으로서 굳게 결속되어 있다새로운 통합을 이루기 위해 문명들이 대립하는 것은 좋다그러나 문명이 서로를 잡아먹는 것은 흉측한 일이다.

처음 왜 제목이 모차르트 일까 생각해 보았다그것은 마지막에 가서야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했다.

모차르트는 단순 하나의 대명사가 아닌 인류가 변질되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듯하다변해가는 인간애에 대한 아쉬움을 말이다.

P203

나는 생각했다저 사람들은 자신의 운명을 좀처럼 괴로워하지 않는다내 마음이 괴로운 것은 절대 저들을 동정해서가 아니다영원히 벌어져 있는 상처를 동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저들은 그 상처를 느끼지 못한다여기서 상처받고 피해 입은 것은 개인이 아니라 인류이다나는 연민의 존재를 거의 믿지 않는다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정원사의 관점이다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 나태에 안주하듯 결국 안주해 버린 이 비참함이 아니다동방의 후손들은 지저분하고 누추한 곳에 살면서도 그것을 기꺼워한다무료 급식도 나의 괴로움을 치유해 주지 못한다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울퉁불퉁한 저 사람들도저 추함도 아니다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각자의 내면에서 살해당한 모차르트이다.

비행에 나설 때마다 한 번도 설레지 않은 적이 없었던 그는 결국 비행기와 사막과 별역시 소중한 친구였다.

지금은 별이 되어버린 그를 생각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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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

그 비행이 아무리 평탄하다 해도정기 항로의 한 구간 어딘가를 비행하는 조종사는 있는 그대로의 경치를 보지 않는다조종사들은 하늘과 땅의 빛깔바다 위를 훑는 바람의 흔적해질 무렵 금빛으로 물드는 구름들을 예찬하지 않는다대신 그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자신의 땅을 돌아 보며 수많은 징후로 다가오는 봄서리의 위협곧 내릴 비를 예견하는 농부와 같이 직업 조종사 역시 눈이 오려는지안개가 끼려는지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는지 정도는 예견할 수 있다처음에는 비행기가 조종사를 심각한 자연재해로부터 떼어놓는 것처럼 보이지만결국은 그 기계에 의해 우리는 더욱더 엄격히 굴복하게 된다폭풍우 치는 하늘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법정 한복판에서 조종사는 자신의 비행기를 걸고 산바다뇌우라는 자연계 신들과 싸우는 것이다.

P37

내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 사람들을 찾고남다른 의미를 지녔던 시간들을 결산해 보면그 어떤 부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들을 반드시 발견해 내리라메르모즈와의 우정처럼함께 시련을 겪으며 우리와 영원히 맺어진 그 어떤 동료와의 우정도 돈으로는 살 수 없다.

비행하던 그날 밤 그리고 십만 개의 별들그 고요함압도당했던 몇 시간들그런 것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다.

p80

오늘나는 꿈을 꾼다이 모든 것은 아주 오래전 이이다두 요정은 어떻게 되었을까아마 결혼했겠지그렇다면 변했을까어린 소녀에게 여자가 되는 것은 아주 중대한 일이니까그렇다면 새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무성한 잡초들과 뱀들과는 계속 잘 지내고 있을까그녀들은 무언가 우주적인 것과 뒤섞여 있었다하지만 언젠가 어린 소녀 안에 있던 여인이 깨어나는 순간이 온다그러면 마침내 19점을 주고 싶어진다. 19라는 숫자가 마음속 깊이 자리 잡는다.

P84

그럼에도 우리는 사막을 사랑했다.

P119

사막은 그런 곳이다놀이의 규칙에 지나지 않는 코란이 사막의 모래를 제곡으로 바꾸어 놓는다텅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사하라 깊숙한 곳에서 한 편의 비밀스러운 작품이 공연되어 사람들의 열정에 불을 댕긴다사막의 진정한 삶은 가축을 먹일 풀밭을 찾아다니는 부족들의 이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여전히 그곳에서 계속되는 놀이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P156

나는 겨우 오늘에서야 사형수에게 주는 한 잔의 럼주와 마지막 담배를 이해한다이전에는 그들이 그런 비참함을 받아들이는 걸 납득할 수 없었다그러나 사형수는 그것들에서 큰 기쁨을 얻는다사형수가 미소를 지으면사람들은 그가 용감하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는 럼주로 인해 미소 지은 것이다사람들은 그가 관점을 바꾸었다는 것을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았음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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