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수필 75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피천득 외 지음, 박찬영 외 엮음 / 리베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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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수필75

리베르 출판사의 이름이 낯이 익어 서재를 쭉 훑어 봤다.

그 중 ‘한국단편소설35’ 이 가지런히 꽂혀 있는 모습을 보고 기억이 났다.

한 달 전 쯤 한국 근대 문학에 다시 관심을 가져서 구입해 읽던 기억.

인연이 있다. 싶어 책을 펼쳐 들었다.

첫 장.

학생들을 위한 책 이란 걸 느낀 것은 펼치자마자 주제별로 수필 제목을 열거 해

놓았다. 물론 차례는 작가 별로 이어지지만, 나름 공부(?)하기 편하게 엮어 놓은 듯

했다. 더욱이 각 작품 첫 장에 작가의 이력과 작품이 가지는 의의, 혹은 작품정리가

잘 되어있다. 필자의 경우엔 작품 주제와 같은 이 작품이 가지는 주제의식 의 정리는

전혀 보지 않았다. 난 학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글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나, 학생들에겐 퍽 좋은 자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이름만 들어도 알고 있는 작가들.

피천득, 이상, 법정, 이효석, 심훈, 나도향의 근대적 작가들과

이익, 허균, 이규보 등의 고전적 작가들.

그리고 이광수, 최남선, 정비석, 장지연 의 친일파 작가들 까지 여럿의 작가들의 수필

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김기림의 가을의 나상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으며, 이상의 작품. 그리고

현대 수필보다는 근대적 수필에 더 애착을 가지고 읽었다. 학창시절 공부할 때 접한

문학을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읽은 수필이 아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독서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조급하게 밑줄 그어가며 읽을 때랑 편안히 차 한 잔 마시며 읽을 때는 기분은

분명 다르게 다가왔다.

현진건의 불국사 기행을 읽고 있노라면 올해 꼭 경주로 달려가 석가탑 다보탑을 바라보며

아사달와 아사녀의 애틋한 사랑에 취해보고 싶고 영지 라는 연못에 다가가 해질녘 탑의

그림자를 꼭. 꼭. 꼭. 기다려 볼 것을 다짐 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림자는 없다.)

또한 여름에 대한 찬양, 혹은 신록에 대한 찬양을 많이 접하였으나, 김기림의 가을의 나상

은 내게 새로운 문학적 정서를 심어 주었다. 왜 이제 읽었는지 조금은 창피스러웠고,

조지훈의 지조론(변절자를 위하여)을 읽으며 작가의 평소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수필을 좋아한다. 수필을 읽으면 그들의 삶을 엿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더욱이

유명작가의 수필은 더욱 그러하다. 수필로 그들의 평상시의 삶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고로 나는

‘수필도 문학이기 때문에 허구적 상상이 결합 되어도 무방하다.’

라는 의견엔 반대한다. 수필은 한 개인의 생활과 글쓴이의 모습을 보는 솔직한 거울이기에

그렇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비석, 이광수, 최남선, 장지연 의 수필은 엮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들의 글이 비록 적극 친일로 변절하기 전의 글이라 해도 이미 친일파로 규정된 인물들의

글을 읽으면 이들이 아무리 민족의식, 국토사랑을 외쳐도 그들의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3.1 운동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자가 조선 유학생들에게

‘일본군이 되어서 일본을 위해 싸우라’ 라고 강연을 한 작가의 글은 지금 우리의 학생들이 읽기에 부적절 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작품에 작가가 마의 태자의 무덤에서 고독을 느끼는 작가의 심리가 나에겐 특히 거북했다. 마의태자가 누구인가? 신라의 마지막 왕자이다.

또한 이광수는 검은 소에 대한 편견을 버리라 말한다.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 초입에

“캄캄한 속에서 빛이 나온다.

닫혀진 것이기에 열릴 것이다“

로 시작한다.

장지연은 시일야방성대곡 까지 펴냈으니 말이다.

물론 친일파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들도 나름대로의 생각과 조국을 위해 친일을 했을 수도 있다. 그 시기 일본은 이미 정점에 달해 있었고 무의미한 죽음보다는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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