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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현대문학 PIN001 시리즈 첫 소설로 편혜영의 시작이다.
책을 받아보고 짜증이 났다.
책의 페이지는 226페이지 하지만 책의 폭이 너무 좁고 빈 공백이 넓다.
한줄을 읽고 다음 줄로 넘어가는 순간이 빨라서 일까? 읽는 눈의 피로감으로 인해 짜증이 또 났다.
그리고 책값은 13000원.
아.. 현대 문학 안되겠다. 독자를 호구로 아는지. 이따위로 책을 편찬하다니. 소설보다 출판사가 아주 못됐다고 나는 생각한다.
p.140
[마테복음]8 장에 이런 구절이 있어.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 계속 곱씹었어. 예수는 인자하고 자비롭다면서 죽은 사람한테 왜 이러나. 사람이 죽었는데 이렇게 야박해도 되나...... 이해할 수 없었지. 한참 새기니까 조금 알 것도 같더라고.
"영혼이 죽은 자는 내게 필요 없다, 불신자는 불신자에게 가고 믿는 자들은 나를 따르라. 그러니까 나를 따르는 건 믿는 자로 충분하다는 뜻이려나."
이번 편혜영의 새로운 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 은 서울의 종합 병원에서 퇴사를 당한 후 지방의 한 선도 병원을 재 취업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이다.
이 소설.. 일반 의학 소설과 사회문제를 찝어 내는 소설의 중간쯤에 위치한듯하다.
더욱이 한 개인의 사회적 윤리와 암묵적 타협과 드러나지 않는 폐쇄적 제도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난 편혜영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녀만의 소설을 읽을 때의 그 느낌이 좋았다. 아니 좋았다가 아니라 그 개성이 좋았다.
일상의 작은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나를 붕괴시키는 구성과 주변의 표현력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상은 작은 사건이 점차 커져서 걷잡을 수 없는 일로 진행된다. 편혜영의 요즘 소설의 주제다. 무주는 도시의 큰 종합병원에서 내부 비리로 인해 과장을 대신해 자신이 책임지고 지방의 이인시의 이제 막 종합병원이 된 곳으로 오게 된다. 이곳에서 이석의 도움을 받으며 잘 적응 해가던 때에 사무장의 혁신관리 위원회에 들어가게 된다. 업무를 보는 도중 이석의 비리를 발견하게 된다. 조금 관심만 있게 보았다면 알아차릴법한 비리들. 무주는 갈등을 하다가 이제 태어날 아이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려는 의지이었을까? 사내 익명게시판에 이석의 비리를 글을 올리게 된다. 기껏해야 감봉과 정직을 거칠 줄 알았는데 다음날 이석은 해직되었다. 그리고 익명인 줄 알았던 게시판 글이 자신의 고발을 다 알아버린 것이다. 또한 이석의 아들의 죽음도 듣게 되었다. 이석의 아들의 병원비로 인해 주택까지 팔았던 이석.
병원의 과장은 이제 노골적으로 무주를 비난한다.
무주의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공동체 생활의 일환으로는 그의 행동은 타인의 경계의 대상이 된다.
무주는 계속 자기합리화로 자신의 행위는 정당화한다.
이제 병원의 일은 무주 개인의 일을 벗어난다. 병원의 실질적 주체인 사무장과 원장과의 대립. 그리고 병원 리베이트 문제
환자를 돈으로 보는 천민자본주의의 모습까지 드러내기 시작한다.
병원을 떠났던 이석의 재 등장으로 소설은 다시금 스릴러적 접근을 시도한다.
이인시의 도시 풍경은 편혜영이 자주 사용하던 단어들과 풍경이 나온다.
p116
아내에게 내색하지 않았지만 무주도 무서웠다.
작동을 멈춘 거대한 공장, 싸구려 술로 몸을 망치는 사람들, 방치된 폐업한 가게, 건물 입구를 걸어 잠근 입주자 없는 공동 주택, 피부병을 앓고 배회하는 개들, 날이 따뜻해도 뼈처럼 단단하게 얼어 있는 땅 같은 것아, 뒹구는 돌에도 절망이 묻어나고 공터를 가로지르는 바람 소리가 사람들의 한숨 소리나 낮은 울음처럼 들렸다.
p200
전봇대나 벽면은 틈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임대'라 적힌 광고지가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 폐업한 점포들 자물쇠를 흉하게 둘러 아예 폐쇄해버린 주택단지를 지나는 동안 목줄도 없이 배회하는 개들과 어둠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양이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그런 삭막한 도시 풍경과 무주와 아내의 관계 역시 삭막하다.
아내는 늘 남편이 자신에게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무주 역시 아내에게 무엇이든 말하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내 역시 무주에게 말하는 대신 침묵했다.
p114
아내의 표정이 갈수록 굳어가는 걸 무주는 매번 모른 척했다. 아내가 무슨 말인가 하려는 기색을 보이면 두려웠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라는 것에 서운해하지 말고 축하한다는 말을 먼저 해야 했다. 생각과 달리 잘 됐다거나 무슨 일을 하게 된 거냐고 다정하게 물어볼 수 없었다. 무주는 입을 다물고 아내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내가 얼마나 치쳐 보이는지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게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관계가 소원해진 아내와의 관계는 이전의 단편 소설선에서 많이 등장한다.
소설 속의 표면적 관계는 아내의 유산과 이인시로 이주하면서 겪는 감정들이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이지 실질적으로는 무주의 행동과 그의 생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관계와 무주가 지내고 있는 이인시의 묘사는 무주의 현 상황과 묘하게 맞물려 있기도 하다.
그런데 슬럼화가 되어가는 이인시의 특이하게 고급 아파트 산책하는 장면에서 무주는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p214
시간을 끌대가 아내가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내가 잠시 기다려줬다. 무주는 아내에게 여전히 날 사랑하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원하지 않는 대답을 들을까 봐 겁이 났다. 무주는 아내의 손이라도 되는 듯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
아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스스로를 비난해야 할 때 언제나 다른 사람을 비난해요. 지금도 그래요. 사과를 하고 사정을 설명해야 하는데 되레 비아냥거리죠. 좀 더 솔직해지면 좋겠어요."
무주는 전화를 끊고 다시 걷는다.
그리고 권에게서 전화를 받고 그간의 사정을 전해 듣는다.
사무장과 이석의 횡령. 그리고 자신과 권이 한패라는 오해를 듣고 있다고 말이다.
이석은 어째서 무주에게 상황을 알려주었을까?
이 이상한 기분은 뭔가 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이 소설의 결말은 분명 희망적이다. 어찌 되었든 사무장을 비롯하여 이석은 다시는 병원엘 오지 못할 것이다. 이미 고발을 당했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이 병원은 다시 운영이 될 것이다. 병원 직원들은 새로운 사람이 와서 다시 병원이 정상화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이런 희망은 너무 구차하다. 기다리는 희망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인시는 이제 더 이상 자생적인 도시가 아닌데 말이다.
아내와 통화에서 아내는 무주에게 이야기한다. 좀 더 솔직해지면 좋겠다고 한다. 무주는 그 말을 듣고 아내와 관계가 좋아 질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그 기분에 뭔가 빠진 듯한 기운이 들었다.
이제는 편혜영의 소설들은 사회문제를 특유의 문체로 접근을 한다. 초창기 소설에 비하면 많이 유순해지는 느낌이 들고 부드러워진듯하지만 그 내용만은 무섭다. 아직은 좋아할 소설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