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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
라우라 구트만 지음, 김유경 옮김 / 르네상스 / 2019년 5월
평점 :

책 제목에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흔히 육아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또한 조금은 독특한 제목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를 보며
자녀 양육도서가 아닐까 하는 마음을 품고 책장을 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엄마이기 이전에
오롯이 나였던 시절로 돌아가
지금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은 도서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의 근원을 파헤치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
과거의 힘든 사건들을 다시 기억한다는 건 무척 괴로운 과정이겠지만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싶다.

가족 심리 상담 전문가이자 인간 행동 연구가인 라우라 구투만은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심리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다수의 책을 집필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 책이 처음으로 번역되었다.
그래서 '휴먼 바이오그래피'라는 용어가 우리에게 생소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 휴먼 바이오그래피에 대해 알아보고,
자기 자신에게도 한번쯤 적용시켜보길 바란다.

각 장의 제목을 읽어보면
유년기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문제는 대부분 과거와 연관되어있다.
유년기의 문제는 아이를 돌봐준 어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라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유년시절을 어른들, 특히 엄마의 말을 통해 기억한다.
요즘은 휴대폰 동영상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른들의 기억이 아이들에게 주입되긴 마찬가지다.
"너는 똑똑했어."
"너는 산만했어."
"너는 야무졌어."
"너는 예민했어."
엄마들은 자신의 기준을 통해 자녀를 평가한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느꼈던 바를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그런데 엄마의 말이 모두 사실일까?
나조차도 '모두' 사실이라고 말할 순 없겠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해주신 나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들이곤 했다.
"너는 참 온순했다. 모범생이었고, 말썽 한번 피운 적 없었지."
엄마가 바라본 나의 모습.
그러나 내 안의 나는 정말 그런 모습이었을지...

저자는 휴먼 바이오그래피를 통해
자기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유년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는 상담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의 말'을 통해 맡게된 배역과
거짓 자아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이 책에는 상담을 받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유년시절이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사람.
똑똑하고, 철두철미한 사람.
육아와 결혼 생활로 인해 고통스러운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휴먼 바이오그래피를 통해
과거 여행을 떠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꺼내는 것은 살을 도려내는 것처럼 아프다.
혹은 너무도 아픈 기억이라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사례를 통해
'진짜 자신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자.


의식은 말로 언급된 것 위주로 기억된다.
누군가가 어린 나를 말로 평가했다면
그 기억이 평생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기억대로 배역을 정해 삶을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가 나를 '똑똑한 사람' 혹은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고 지정했다면
그렇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똑똑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의 유년시절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는 점이다.
오히려 부모의 방치와 애정 결핍으로 인해 스스로 그런 배역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말을 통해 그런 모습으로 자랐을지도 모른다.

힘든 상황을 극복해보고자 상담가를 찾은 내담자들은
과거의 힘들었던 유년시절을 날 것으로 바라봄으로써
그림자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가부장제가 만연한 사회에서 성적억압과 성적학대를 받아온 여자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인간 관계가 원활하지 못했다.
자신이 정한 이상적인 인간형의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는 경우에도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않았다.
아기를 출산하고, 육아를 하는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아이가 안아달라고 하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방치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휴먼 바이오그래피를 살펴보면
자기 자신도 똑같이 그렇게 자라왔음을 알 수 있다.
안타까운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상담을 받아
자식에게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엄마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일까>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부모일까?'라는 물음과
'나는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을까?'라는 궁금증을 동시에 던져볼 수 있는 책이다.
부모이기 이전에 나 자신이 되어
과거의 나를 반추하고,
현재의 자유와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지...
(본 포스팅은 책세상 맘수다 카페를 통해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