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 광기와 인정에 대한 철학적 탐구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지음, 송승연.유기훈 옮김 / 오월의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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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

_ 한줄평 : 미쳐도 괜찮은 세상

“매드운동의 중요한 목표는 정신의학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광기를 바라보는 관점에 문화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 22p

광기, 그러니까 ‘미쳤다’는 표현은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미친 사람, 미친 것... 그리고 그 광기는 대개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책은 이러한 광기와 ‘정신’에 대해 탐구한다. 광기의 정의를 시작으로 광기를 둘러싼 정신적장애운동, 매드프라이드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고찰한다.

그 과정에서 정신적 장애 운동의 역사와 다양한 정체성, 그리고 정신적 고난과 문제를 담고 있다. 이때, 이러한 정신적 장애에 ’인정‘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인정’의 개념부터 인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인정을 위해 어떤 사회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한지 등등 찬찬히 되짚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흥미롭다. 또한, 내가 지녔던 생각들을 완전히 뒤짚는 주장과 개념들도 발견할 수 있다.

“매드운동의 목표는 진활, 질병의 언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런 대안들은 궁극적으로 ‘문화’ 혹은 ‘정체성’ 측면에서 제시된다. 광기는 정신의 질병이 아니라, 문화나 정체성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 284p

부정적으로만 여겨졌던 ‘광기’가 한 인간의 ‘정체성’으로 인정받고, 그 낙인을 걷어내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것들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해야 할까? 그 탐구의 과정은 술술 읽히지 않는다.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수많은 의미와 고민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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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까지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 대부분의 책을 소설만 읽었다. 가끔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면 그제서야 겨우겨우 인문/사회 분야의 책을 읽었다. 그러다 고3 때 읽은 어느 책의 구절로 인해 조금씩 다양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었다.

‘연대’는 타인을 이해한 후에야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상관없이 그들을 인정할 때 가능한 것이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타인의 존재를, 그이의 고유한 세게가 있음을 부정하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이 문장 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르는 척 지나왔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읽은 책들로 세계가 아주 조금씩 천천히 넓어지는 걸 느꼈다.

<미쳤다는 것은 정체성이 될 수 있을까?>는 그런 내게 ’인정‘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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