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 마일스 모랄레스는 누구인가?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지음, 사라 피첼리.마크 배글리 그림, 안영환 옮김 / 시공사(만화)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마일즈의 최초 등장 이슈인 <얼티밋 폴아웃> #4의 일부와 함께, 피터의 마지막 싸움을 다룬 <얼티밋 스파이더맨> #160 그리고 마일즈의 첫 솔타인 <얼티밋 코믹스 스파이더맨(2011)>의 첫 스토리아크를 수록했어요. 마일즈의 오리진 스토리는 아주 정직하게, 마일즈가 거미에 물린 뒤에 피터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겪고 2대 스파이더맨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Vol.1이라고 넘버링을 붙이기보다 "마일즈 모랄레스는 누구인가?"라는 부제를 붙인 건 이 책이 '한 권으로 뽀개는 오리진 스토리' 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겠지요. <얼티밋 스파이더맨> #160이 수록돼있는 점이 저는 정말 행복해요. 얼티밋 피터도 정말 싹싹하고 귀여운 녀석인데 국내 독자분들께 이렇게 소개가 되었네요. 


"마일즈 모랄레스는 누구인가?" 그래요, 이렇게 질문이 던져졌으니 그에 대한 답이 있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어요. 이번 글에서는 제 나름의 대답을 적어볼까 합니다.


마일즈 모랄레스의 탄생 비화

여기서 잠깐,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때는 2010년 9월 23일. 인기 시트콤 <커뮤니티> 시즌2가 첫 방영하는 날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해도 마블코믹스 70년 역사 동안 주요 영웅들은 때가 되면 다양한 인종의 동료와 친구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고 바톤터치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지만, 스파이더맨만큼은 절대 그런 일이 없었어요.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였고, 피터 파커는 유대계 백인 남성이었습니다. 그걸로 끝이었죠. 그런데 이 별것 아닌 이 장면이, 흑인 배우 도널드 글로버가 스파이더맨 잠옷을 입고 침대를 빠져나오는 이 장면이, 이 생경한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줍니다. "성인 흑인 남성이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있는" 장면 자체가 TV에 나올 일이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었겠지요.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였고, 피터 파커는 백인이었으니까요. 


마침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이 마무리되고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영화 리부트가 결정된 시기였습니다. 이 장면을 계기로 트위터에서는 흑인 배우인 도널드 글로버에게 스파이더맨 새 배우 오디션의 기회를 달라는 해시태그 운동(#donald4spiderman)이 시작됩니다. 도널드 글로버는 유쾌하고 능청 맞으며 피터 파커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낼 수 있는 배우라고 말이에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작되었던 운동이 정말로 나비효과를 일으킬 거라곤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사실 그 전부터 마블 코믹스 편집부에서는 극중 주요 무대의 자매 세계관인 '얼티밋 유니버스'에서 기존의 주인공 고등학생 피터 파커를 죽여 퇴장시킬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얼티밋 스파이더맨>의 시작은 2000년입니다. 밀레니얼을 맞아 20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케케묵은 오리진 스토리를 21세기 버전으로 새로이 업데이트하는 취지에서 새롭게 론칭한 시리즈였는데요. 천정부지로 높이 쌓인 수십 년 분량의 코믹스들을 진입 장벽으로 느끼는 신규 독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스타팅 포인트였지요. <얼티밋 스파이더맨>은 예상대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어느덧 연재 10년 차.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했던 시리즈의 연재분이 제법 쌓여서 그 자체로 진입장벽이 돼버리는 아이러니. 슬슬 이 친구의 기나긴 이야기에 방점을 찍을 때가 온 거예요. 


<얼티밋 스파이더맨>의 작가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는 도널드 글로버 해시태그 운동을 보면서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나도 도널드 글로버가 스파이더맨 하는 걸 보고 싶다고 느꼈다며 인터뷰한 바 있어요.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아트북> 서문에서 벤디스는 마일즈의 창작을 회고하며, 본인의 가정부터가 다문화 다인종 구성이며 '내 아이들이 직접 읽고 자라며 귀감이 되어줄 수 있는' 책을 쓰기를 바랐다고 밝혔습니다. 마침 또 이게, 벤디스 정도의 네임밸류가 있는 작가라면 "이보쇼, 출판사 양반. 난 흑인 스파이더맨을 봐야만 쓰겠소." 라고 적극적으로 편집부와 협의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잖아요. 작가가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했고, 편집부 역시 이에 찬동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011년, 마일즈 모랄레스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됩니다. 펜슬러 사라 피첼리의 눈부신 아트와 함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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