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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의 움직이는 찻집
레베카 레이즌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11월
평점 :

로맨스의 여왕, 레베카 레이즌의 화제작! 로지의 움직이는 찻집.
사실 레베카 레이즌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나로서는 작가의 수식어에 상당히 시선이 끌릴 수 밖에 없었다. 로맨스의 여왕이라.. 워킹맘 이전의 30년 넘는 세월동안 그토록 좋아하던 책을 내려놓고 지낸 몇 년간은 나에게 늘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이었다. 로맨스 소설을 읽었던 게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까마득했고 표지마저 너무 완벽해보였던 탓에 더욱 더 읽고 싶었던 책.
주인공 로지는 15년이라는 세월동안 런던에서 셰프로 일하며 입지를 굳혔고 뛰어난 커리어를 가진 여성이다. 하지만 그녀가 모든 걸 갖지는 못했다. 바람을 피워놓고 당당하게 즉흥적이지 못하다며 일방적으로 결혼생활을 깨버린 남편이 있다. 그 동안의 생활을 버리고 보란듯이 즉흥적으로 떠나는 그녀. 거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자본을 털어 캠핑카 포피를 구매하고 그렇게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읽어보면 알겠지만, 포비를 구매한 것 외에는 나름의 가이드라인은 세워놓고 있다;;;)
로지는 온라인 커뮤니티 캠사에서 올리버의 조언을 받고, 첫 장소에서 만난 아리아와 친구가 되며 정착없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 런던에서 스스로 아싸였던 로지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축해가고, 보여지는 요리가 아닌 본인이 원하는 요리로 진정한 행복을 느끼면서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올리버와는 메일만을 주고 받지만 로지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으면서 로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조력자같은 친구로, 아리아와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적당한 거리의 동업자에서 절친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티키타카와 함께 로지의 두려움을 힐링으로 전환시켜주는 남자 맥스도 빠질 수 없다.
로지가 런던에서의 생활을 버리고 떠나는 과정에서의 두려움, 걱정, 고민 등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과정이다. 최소 한번쯤을 생각해봤지만 그 실천의 문턱에서 좌절이 되었다면 이전과 같이 바쁘게 치이는 일상이었겠지만, 로지는 그 문턱을 넘어서면서 우리가 알아보고 싶었던, 가보고 싶었던, 느끼고 싶었던 것들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을 영감으로 만든 차의 맛과 향이 궁금하고, 그렇게 움직이는 찻집으로 우리를 여기저기로 이끌고 다니면서 로지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지, 어떤 풍경을 보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지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이끌리는 느낌이 든다.
그 장면 하나하나를 떠올릴 때마다 어쩌면 로지가 나를 대신해 경험해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어서 내 마음까지 따뜻해지고 현실에서의 짐을 잠시나마 내려놓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지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로지의 움직이는 찻집.
나는 비록 로지처럼 현실을 떠날 수는 없지만, 로지의 움직이는 찻집으로 마음만큼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오랜만에 홀리듯 읽어내려간 소설, 로지와 함께라면 로지가 찾는 행복만큼 독자 또한 그 행복을 되새겨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 후기는 서평단 당첨으로 해당 도서만을 제공 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