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 예문 / 1995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을 여럿 읽었지만, 단연 <달에 울다>가 최고다. 품절이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두 번 산 이 책을 여태 잃어버리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다.

<달에 울다>에는 이후 작품들에서 보이는 다소 지루한 묘사와 관념적인 과장이 없다. 대신 서사시에 가까운 압축된 문장이, 눈이 아플 정도로 선명한 이미지가 가득하다. 어쩔 수 없는 번역의 구차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말하자면, <달에 울다>는 마루야마 겐지의 응축된 씨앗이라고 해도 된다. 조금 과격하게 말하자면, 이후의 마루야마 겐지는 이 <달에 울다>의 확장에 불과하다.

조금 다른 얘기로, 이때 마루야마 겐지의 문장은 여러 모로 김훈의 문장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또는 김훈의 문장은 여러 모로 마루야마 겐지의 문장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작가의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지 서로 닮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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