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거실
배수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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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줄거리를 정돈해서 이해할 수 있는 몇 안될 사람에 속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지만, 이 소설을 좋아한다고 마구 이야기하고 다닐 얼마간의 사람에 속할 수 있는 것은 기쁘기 그지없다. 배수아의 소설이 나아가는 곳은 매번 내 범속한 기대를 어느정도 뛰어넘는다. 그래서 놀라움과 기쁨과 일종의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래서 좋다. 특히 문장들이, 나뭇잎이 숲을 대변하듯 소설 전체를 대변하는 문장들이, 어떨 때 꿈속에서 보았던 문장들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부끄러운 생각마저 하게 만드는 저 문장들이. 어떤 대목에서, 어떤 대목이라도 상관없지만, 이것이 누구의 독백인지 누구를 향한 독백인지 한참을 놓쳐버리고도 문득 저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되는 문장들이. (그의 문장들이 반듯한 우리말이 아니지 않느냐는 왈가왈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슬프다.) 『북쪽 거실』은, 소설  스스로 어느 지점에서부터 공언하듯, 소설이 꾸는 꿈이다. 비슷하게 말해, 배수아의 『북쪽 거실』은 지금의 한국어가 꿀 수 있는 가장 매혹적인 꿈이다. 과장을 섞자면, 당장 죽기 전에 책 한 권만 정독할 수 있는 시간만이 주어진다면, 나는 단연 『북쪽 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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