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동 사람들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2
양귀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을 기억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풍요함 속에서 산다는 말이 생각난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소설이다. 우리시대의 가난은 집이나 물질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가슴 따뜻한 인간애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가난한 것은 그런 애틋한 정을 잃어버린 후부터는 아닐까? 그때는 가난이 결코 슬프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적어도 인간적인 냄새가 났으며 적어도 인간적인 소박함으로 감사할 줄 알면서 살았으니까. 원미동에는 아직도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가난을 따라서 이곳저곳을 수 없이 다녔던 사람들은 그 시절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집에 대해서 너무나 가슴아플 만큼 소유욕이 강하다. 그런 탓으로 무리를해서라도 셋방살이를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 않는가? 그때는 적어도 집이 투기의 목적이 아니였는데, 주인공은 몇푼의 돈을 아끼기 위해서 그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면서 트럭 뒷칸을 타고 원미동으로 떠나는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그렇게 그 가난의 세월을 살아왔는데, 지금 우린 우리의 모든 면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원미동 사람들]은 그런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처음 상경했을 때의 그 암담함처럼 가난의 잔재를 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여유를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가 있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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